- ‘버닝’ 이창동 감독X유아인X스티븐 연,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조합 [종합]
- 입력 2018. 04.24. 12:03:41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연출한 영화 ‘버닝’(제작 파인하우스 필름, 나우필름)이 다음달 17일 개봉된다.
‘버닝’의 제작보고회가 이창동 감독,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24일 오전 11시에 열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는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다룬다.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이창동 감독의 다섯 번째 칸 초청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캐릭터·캐스팅 “미스터리한 인물들”
유아인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 역을 맡아 이 시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청춘인데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라고 배역을 설명했다.
‘워킹데드’ ‘옥자’ 등으로 잘 알려진 스티븐 연은 정체불명의 남자 벤 역을 맡아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함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예고한다.
스티븐 연은 "미리 알면 재미가 없으니 미스터리한 인물로 남겨둘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창동 감독이 발굴한 새 얼굴 전종서는 종수의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 역을 맡아 자유로운 매력과 당돌함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그녀 역시 스티븐 연과 마찬가지로 "미스터리한 인물"이라고 배역을 소개했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개봉 직전엔 항상 기대와 긴장을 함께 하는데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버닝'은 좀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한, 또는 이야기에 대한, 또는 영화 그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의 확장"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유아인은 "감독님의 트리트먼트 시나리오 자체 만으로도 함께 가고싶었다"며 "어릴때 부터 감독님 작품을 봐왔기에 더 하고싶은 생각이 컸던것 같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스티븐 연 역시 "꿈에도 이창동 감독님과 일할 거라 생각 못했다"며 "행운이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전화가 와서 '이창동 감독님이 부르니 얼른 전화해 주라'고 말했다. 감독님과 더 이야기 하면서 점점 더 같은 생각이란 걸 알게 돼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전종서는 "정말 배운게 많았다"며 "선택을 받은 입장이어서 정말 행운이라 생각하고 임했다"고 '버닝'을 통해 데뷔한 소감을 밝혔다.
◆현장 “스스로 만들어지는 영화”
이 감독은 "이번 영화는 청춘에 관한 영화였고 감독이 현장을 지배, 통제하는 것 처럼 느껴지지 않길 바랐다"며 "영화 자체가 스스로 만들어지는, 우리 모두가 같이 그것을 만들어가는 느낌을 다함께 갖길 바랐다. 모두가 이야기하고 모든 요소가 살아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감정 묘사 같은 것들이 섬세했다"며 "종수는 대사가 많지 않은 인물이었고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져도 될까 했다. 기존보다 자유롭게 느껴졌다"고 영화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전했다.
스티븐 연은 "미국같은 경우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어 캐릭터를 좀 1차원 적으로 이야기한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완전히 한국사람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한국에서 촬영할 수 있어 좋았다. 연기를 했다기 보다 벤이 됐다고 생각하고 촬영했다. 그래도 어렵긴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위해 마임을 배운 것으로 알려진 전종서는 "마임을 배우면서 정서적으로 영화에 다가갈 수 있었다"며 "테크닉 같은것 보다 정서를 배웠다"고 전했다.
유아인은 "초반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며 "초반에 '버닝'과 감독님과 종수란 캐릭터, 놓여진 환경에 스며드는 과정 자체가 쉽진 않았다. 그때 장면도 영화를 보니 많이 잘렸더라"고 말한 뒤 웃었다.
스티븐 연은 "한국어가 참 어려웠다. 그런데 감독님, 아인, 종서 전체 크루가 많이 도와줬다"며 "내가 NG를 많이 냈다. 가끔 한국말이 잘 안되서 그런 거였다. 전체 경험이 기가 막힌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한국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을것 같다"는 MC의 말에 "내게 가장 맞는 것은 캐릭터가 딱 맞는게 중요한 것 같다. '옥자'도 교포인 인물이었기에 맞았고 벤도 내게 맞춰줬다. 꼭 한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기 보다는 내게 맞는 캐릭터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유아인은 "영화 촬영 후 후회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후회한 건 없다. 웃으라면 웃고 뛰라면 뛰고 가라면 갔다"며 "현장에서 '종수는 할 일 없지 않느냐?'고 농담을 할 정도로 감독님이 만들어주시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유아인 씨 같은 경우 굉장히 어려운 연기였을 것 같다"며 "그 동안 강렬한 연기를 해왔고 강렬함에 있어 그 어떤 배우 보다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이 영화에선 그런 강렬함이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력하고 감정이 억제되어 보이는 청년이다. 그런 모습 속에서 아주 예민한 섬세한 감정이 드러나야 한다. 드러내지 않고 내면을 보여주는 것은 힘들다.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티븐 연은 완전히 한국인인데 완벽히 알 수 없는 한국인"이라며 "영화속 인물로서는 완벽한 뉘앙스를 보이면서 상황에 따라 균형을 맞춰가며 하는 역할이다. 스티븐의 모습 역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종서에 대해서는 "이 영화에서 전종서 뿐 아니라 어떤 경험 많고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라 해도 하기 어려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최소 서너장면은 나온다"며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장면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촬영 “소설 원작, 첫 디지털 촬영”
이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영화화 한 것은 작품 외적인 계기가 있어 그렇게 된 것인데 이 단편 소설을 읽었을 때 이 소설이 가진 플롯이 그 긴 시간동안 영화를 만들며 고민한 문제들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걸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연히 이 단편 소설을 영화로 가져왔을 때는 영화로 출발해야 하니 소설은 소설대로 두고 나는 나대로 영화적으로 작업했다. 지금은 이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디지털로 촬영한 이 감독은 "모두가 디지털로 찍는데 내가 뒤늦게 디지털로 찍는다고 화제가 되는 게 내가 그만큼 옛날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필름룩을 훨씬 좋아했고 어린 시절 스크린에서 보여진 느낌이 영화를 좋아한 이유이기도 했다. 막상 디지털로 찍어보니 영화가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즉흥성을 훨씬 많이 가졌단 느낌이 들었다. 저녁노을, 새벽빛이 우리 영화에 많이 나오는데 그런것이 과거 인공적 빛을 줘서 눌러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은 거의 인공적 조명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 오히려 디지털이 필름보다 육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은 사람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훨씬 유용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가 청춘을 다룬 것과 관련해 '이 영화가 보편적인 청춘의 모습을 다루느냐'는 질문에 스티븐 연은 "자기가 사는 세상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게 보편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며 "놓인 상황의 고통 고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화 되는 것이 세계화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