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닝’ 이창동 감독,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거머쥘까 [종합]
- 입력 2018. 05.04. 12:19:11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영화 ‘버닝’(제작 파인하우스필름·나우필름)이 오는 8일 열리는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21개 후보와 경쟁을 펼친다.이번 영화제에서 ‘버닝’은 16일 공식 상영된다.
‘버닝’의 칸 영화제 출국 전 공식 기자회견이 이창동 감독,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4일 오전 11시에 열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는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연출한 그의 여섯 번째 작품 ‘버닝’은 올해 국내 영화 중 유일하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다섯 번째 칸 초청작이자 세 번째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앞서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3)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유아인은 ‘버닝’을 통해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게됐고 스티븐 연은 지난해 ‘옥자’에 이어 2년 연속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전송서는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에 입성한다.
이번 칸 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 총 21편 가운데 아시아 영화는 8편이다. 이창동 감독 외에 윤종빈 감독의 ‘공작’이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으며 조현준 감독의 단편 영화 ‘시계’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유아인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 역을 맡아 이 시대의 청춘을 대표하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워킹데드’ ‘옥자’ 등으로 잘 알려진 스티븐 연은 정체불명의 남자 벤 역을 맡아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함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예고한다. 이창동 감독이 발굴한 새 얼굴 전종서는 종수의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 역을 맡아 자유로운 매력과 당돌함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감독은 "8년이란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 그래서 내게도 어떤 영화로 관객을 만나야 할지 생각이 많았다"며 "특히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나도 자녀가 있고 지금은 관뒀지만 내 앞에 있던 학생들을 통해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공유했다. 그런 것을 영화화 하고 싶었고 '버닝'이 그 결과라 할 수 있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라 말씀드렸는데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일지 생각해봤다"며 "지금 젊은이들은 어쩌면 자기 부모 세대보다 더 못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죽 발전해 왔지만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지금의 젊은이들은 무력감, 속에 담은 분노가 있을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현실이 힘들어지는 대상이 분명했다면 지금은 무엇때문에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지 찾기 어려운 무력감과 내제된 분노가 있을것 같다"며 "이 영화는 그런 것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그런 것을 미스터리하게 맞이하는 것을 다룬다. 유아인이 연기한 종수란 인물이 벤이란 인물을 만나는데 그가 어떤 인물일지, 미스터리에서 시작해 벤이란 인물을 따라간다. 그 가운데에는 해미라는, 벤과이 매개 역할을 하는 벤의 여자친구가 있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면 관객은 '종수는 어떤 인물일까?'라고 하는 새로운 미스터리 라 할 수 있다"고 영화에 관해 설명했다.
이 감독은 "(경쟁하게 된) '데드풀 2'가 어떤 영화인지 미안하지만 잘 모른다"며 "사실은 '어벤져스'도 잘 모르니 할 말은 없다. '어벤져스'가 빨리 끝나고 '버닝'이 관객에게 좀 더 다가갈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가 '청불' 등급을 받았는데 이유가 방화, 살인 등이다. 생각처럼 자극적인 장면은 별로 없다. 물론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지만, 영화 자체가 다른 의미에서 자극적이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은 "'버닝'이 칸 영화제에 공개되면서 우리 영화의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지 스스로 말하기엔 쉽지 않다. 어쨌든 영화를 만들면서 항상 영화를 통해 어떤 질문을 하면서 관객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찬으며 소통을 하길 바란다"며 "다만 이번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관해 내 나름대로 느낌, 생각이 좀 변화됐달까. 그런 것들을 좀 담고 있기에 그런 점에서 좀 다른 방향으로 관객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다. '버닝'은 제목을 윌리엄 포크너의 '반 버닝'이라는 소설에서 따온 것도 있다. 원작을 살리고 싶어 '버닝'이라는 영어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또 일상에서 젊은이들이 뭔가를 불태우고 싶을때 일상에서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원작과 관련해서는 "미스터리한 남자의 이야기다. 요즘 젊은이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 대한 미스터리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에 관해 많이 표현했다. 별것 아닌, 낯익은 일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충분히 텐션이 느껴지고 뭔지 모르지만 잘못된 것 같은 것에 대해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결론 역시, 소설보다 더 나아갔고 명쾌하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충격적이고 큰 반전이기도 하지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윤리라는 것은 따지자면 정말 어려운 측면을 갖고 있기에, 누구나 받아들이는 도덕보다는 개인의 기준에 따른 선택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윤리를 쉽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버닝'에서 주인공의 선택이 윤리적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윤리 같은 것 보다는 다른 방향에서 관객에게 접근하고 싶었다. 굳이 말하자면 감각, 또는 정서가 우선되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흔히들 (긍정적 의미의) '변태 감독'이라고 하는데 내 연기론은 정말 단순하다"며 "뭘 만들어 표현하지 말고 배우가 인물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 감정에 맞게 배우가 살아가는 걸 바랄 뿐이다. 극한까지 가서 끄집어낸다고들 하는데 내 연기론과는 반대된다. 목표를 위해 몰아붙이기 보다는 배우가 그 감정을 갖고 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버닝'은 전작들과 인물들이 처하는 상황이 다르다. 대체로 그렇게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장면은 별로 없다"며 "지극히 일상적인데 그 안에 담긴 상황은 미묘하면서도 어렵다. 이번 경우에 특별한 디렉팅 보다는 대화를 많이 하려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배우들이 자유로워지고 인물에 접근해가는 방식이 자유롭길 바랐다. 세 배우가 다 내가 기대하고 예상한 이상으로 잘 해줬다"고 배우들을 칭찬했다.
그는 또 "이 영화가 '헛간을 태운다'는 것이 실제 일어나는 일인가 메타포인가를 따라가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 것을 문학적 보다는 영화적으로 바꾸고 싶었고 어떻게 영화에서 이미지화 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며 "이미지는 감각적으로 봐야 하기에 영화를 보지 않고 말로 설명하기엔 좀 어렵지만 내겐 그게 큰 영화적 고민이었다. 윌리엄 포크너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헛간으로 나오는 게 우리 영화에서는 비닐하우스로 대체됐다. 비닐하우스 자체가 영화적이라 생각했다. 들여다보면 투명한데 그 속에는 아무 것도 없다. 버려진 거다. 그걸 영화란 매체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고 영화에는 많은 매체들이 등장한다. 고양이, 젖소, 새들, 남산타워 등도 영화에서 한 요소인데 그것이 어떤 요소를 보이는지,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 관객이 이미지로 보기도 하고 수수께끼로 받아들이기도 할 수 있다"고 소설과 영화의 차이를 설명했다.
영상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영상을 특별히 다르게 찍겠다는 생각을 갖고 찍은 건 아니다. 다만, 젊은 세대를 소재로 하는 만큼, 영화 촬영 현장에서 통제하기 보다는 모두가 자유롭기를 바랐다. 같이 참여한 배우나 스태프들이 각각 자기 주장을 하는 식으로 참여하길 바랐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리 쉽게 할 수 있는건 아니다"라며 "예를 들자면, 음악 같은 경우에도 지금까지 난 영화에서 음악을 쓰는 것을 절제해 온 편인데 음악 자체가 영화에 종속되기 보다 그 자체로 존재하게 했다.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통해 모든 구성요소가 자기 존재를 주장하며 살아있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약간은 전작들과 달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칸에 입성하는 유아인은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그는 "영화를 소개하러 가는 건데 이 수수께끼 같은 영화를 잘 알리고 싶다"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원작을 읽기 전에 시나리오를 봤고 시나리오 자체가 워낙 이전에 받았던 시나리오와 다르게, 굉장히 구체적인 묘사와 텍스트가 굉장히 많았다"며 "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묘사가 잘 돼있었고 인물의 감정 등도 잘 표현돼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정서와 배경 등을 담은 한국이 중심이 되는 작품인데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한 메타포가 있는 시나리오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극 중 연기 스타일의 변화에 관해서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연기를 해 왔다. 흔히 '천의 얼굴' '유려한 연기' 라는 말을 쓰는데 잘 하고 싶어 애쓰고 전달하려는 표현에 대한 강박이 있고 너무 외향적이었다"며 "그것에 관해 감독님이 좀 얘기하셔서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자 한 게 이번 영화에서의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를 늘어놓고 답안지를 확인하는 것처럼 정말 간단히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이 영화가 진실에 가까운 영화"라며 "곤욕스럽고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이 수수께끼를 맞이하는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전했다.
청춘의 삶을 담은 영화에 출연한 소감에 대해서는 "우리 영화가 청불이지만 정말 청소년이 많이 봐야한단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로서 참여하는 소감 보다는 나도 한 명의 관객이니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전혀 다른, 새로운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에 대해 '윤리' 이런 말씀도 하셨는데, 영화의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였다. 선과 악, 명과 암 그런 것들, '꿈' '희망' 그런 것을 우리가 수도없이 생각하고 영화의 메시지를 생각한다. 모두가 메시지를 받지만 세상이 그렇게 좋아지는 건 아니잖나. 이 세상 사람들이 거기 접근하는 건 아닌것 같다. 영화의 태도 자체가 윤리적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여기서 4개월을 살며 한국말도 많이 늘었고 아인, 종서, 감독님이 많이 도와줬다"며 "지금 한국에 있는것이 참 좋다. 오는 것도 편하고 서로에게 배운것도 많다.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단편을 먼저 읽고 각본을 받았다. 단편을 읽고 강한 느낌을 받았다"며 "물론 각본도 그 나름의 방향을 펼쳐가지만 감독님이 존경스러운 이유는, 단편의 강한 느낌에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고 원작과 시나리오를 읽고 느낀점을 밝혔다.
청춘의 삶을 다룬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예전에 한국은 집단주의, 미국에서는 개인주의가 있었는데 이제는 교환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미국에서는 좀 더 한국처럼 집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소규모의 집단을 통해 집단 전체성을 보이려는 것 같다. 미국이 다문화 사회이기에 과연 그것이 좋은 건지는 생각해 보게 되지만 그런 트렌드인건 확실하다. 반면, 한국은 내 목소리, 개성을 좀 더 표현하려는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볼때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춰가게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세계적 트렌드라 생각하고 그것이 여기서도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종서는 "앞으로 좀 더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출연 소감을 간단히 전했다.
이어 그녀는 "단편을 촬영을 마치고 읽었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느끼는 스스로도 모르는 분노라든지 억울함도 있는데 그런 모든것들이 미스터리하게 담긴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말은 어렵게 했으나 영화는 쉽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종서 역시 "다양한 시각으로 영화를 감상하셨으면 한다"고 덧붙이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