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의 반가운 복귀 ‘레슬러’, 설득력만 더했더라면 [씨네리뷰]
입력 2018. 05.09. 00:00:00

영화 ‘레슬러’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배우 유해진이 주연작 ‘레슬러’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최근 주, 조연을 넘나들며 많은 영화에 출연했던 그이지만 이번 작품이 유독 반가운 이유는 그리웠던 유해진의 생생한 일상연기를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데없는 ‘억지 로맨스’가 유해진의 반가운 복귀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발길을 막아서고 있다.

9일 개봉하는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지 20년. 살림 9단 아들 바보 ‘귀보씨’(유해진)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아내를 일찍 떠나보내고 아들 성웅(김민재)과 단 둘이 살아가는 귀보는 성웅을 레슬링 국가대표로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아들 바보’이지만 예상치 못한 일로 아들과 멀어지게 되면서 자신의 진짜 삶을 찾아가게 된다.

‘레슬러’는 코미디라는 장르답게 처음부터 경쾌하고 밝은 리듬으로 전개된다.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 아래 밝은 음악이 깔리고 이야기 역시 속도감 있게 흘러간다. 인물의 대사와 상황이 교묘하게 맞아 떨어져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과 독특한 장면 전환 방식 등 재치 있는 감독의 연출이 영화의 색깔을 더욱 살린다.

초반 연출로 다져놓은 영화의 맛을 제대로 띄우는 것은 유해진의 연기다. 그는 후줄근한 차림으로 집안의 살림을 책임지는 귀보의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마치 tvN ‘삼시세끼’를 보는 것 같은 친근함을 선사한다. 처음으로 성인 아들을 둔 아버지 역을 맡았지만 성웅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실제 아버지가 아들을 바라보는 듯한 복잡 미묘한 표정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애드리브로 완성된 수많은 대사들은 귀에 쏙쏙 박혀 웃음을 터뜨리며 감동으로 이어지는 후반 스토리 역시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유해진과 부자관계로 호흡을 맞춘 김민재 역시 안정적인 연기로 유해진과 의외의 케미를 보여준다. 여기에 나문희 성동일 진경 등 탄탄한 중견배우들의 연기까지 더해지며 ‘레슬러’는 연기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문제는 가영(이성경)과 귀보의 관계가 시작되면서부터 나타난다. 극 중 가영은 친구 성웅의 아빠인 귀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성웅에게 “내가 네 엄마 할게”라며 폭탄 선언을 한다. 이미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다시피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20살 여자가 40대인 친구의 아빠를 좋아한다는 설정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가영의 상상 속에서 등장하는 두 사람의 스킨십 장면이라던가, 딱 붙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가영의 몸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거부감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들이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즘 시대에 이러한 장면들이 마냥 웃음 코드로만 작용할 리는 만무하다.

물론 두 사람의 이런 설정이 러브라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귀보는 자신에게 마음을 고백한 가영이 상처받지 않게 잘 타일러 돌려보내고 가영은 스스로 마음을 포기한다.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는 설정이더라도 가영이 왜 귀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됐는지, 귀보와 성웅의 갈등을 촉발하는 사건이 꼭 가영의 짝사랑 설정이었어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했다. ‘레슬러’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주 내용인 영화에서 굳이 친구의 아빠를 사랑하게 되는 보편적이지 않은 설정이 들어가게 된 이유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이는 ‘레슬러’를 불편하게 느끼는 관객들의 찝찝함을 채 해결해주지 못했다.

이처럼 ‘레슬러’는 복잡한 생각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 사이에서 많은 말들이 나올 수 있는 설정으로 진입장벽을 높였다. 여기에 이성경의 스틸 사진을 ‘유출 사진’ 콘셉트로 공개한 홍보사의 논란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개봉 전부터 논란으로 소란스러웠던 ‘레슬러’가 유해진의 명연기를 무기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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