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전’,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은 가장 강렬한 범죄극 [씨네리뷰]
- 입력 2018. 05.21. 15:06:25
- [시크뉴스 김다운 기자] 역대급으로 강하고 자극적인 범죄극이 나타났다.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다소 낮은 연령 제한에도 불구하고 ‘독전’이 보여주는 캐릭터와 미장센은 그 어느 범죄극보다도 강렬하다. 조진웅과 류준열부터 故김주혁까지 화려한 라인업으로 뻔하지 않은 독특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외화 홍수 속에서 ‘독전’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영화 ‘독전’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다. 오랫동안 조직의 실세 ‘이 선생’을 쫓던 원호(조진웅)는 의문의 폭발사고로 조직에서 버림받은 락(류준열)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이 선생을 쫓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원호는 선창(박해준), 브라이언(차승원), 진하림(故김주혁) 등을 대면하게 되고 그 끝에는 숨겨져 있던 이 선생의 실체가 드러난다.
‘독전’ 속에서는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을 연출했던 이해영 감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동명이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가 만든 ‘독전’은 새롭고 파격적이다. 그리고 그 파격의 중심에는 마치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마주치는 게임 속 악당처럼 강렬한 등장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캐릭터들이 있다.
원호를 제외하고, 마약 조직과 연루된 인물들은 한꺼번에 등장하지 않는다. 원호가 계획을 실행할 때마다 한 명씩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은 강렬한 인상으로 원호 뿐 아니라 관객들까지 옥죄어온다. 속옷 외에 옷을 걸치지 않고 있는 진하림, 단발머리를 반듯하게 귀 뒤로 넘긴 브라이언, 수하의 얼굴을 혀로 핥는 선창까지 관객들과의 첫 만남에서 보여지는 이들의 평범하지 않은 모습은 독특함을 넘어 공포감을 자아낸다.
특히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으로 분한 故김주혁의 연기는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낸다. 김주혁이 그린 진하림은 마약에서 비롯된 천진한 표정과, 웃음을 자아내는 대사 뒤에 악랄함이 숨겨놨다. 언제 폭발할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은 마치 관객들이 그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숨을 죽이게 만든다. 마약을 흡입하고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다소 기괴하기까지 하다. ‘공조’를 넘어 ‘독전’으로 또 다른 인생 악역을 갱신한 그의 연기는, 진하림이 생전의 그가 남긴 마지막 캐릭터라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한다.
반면 락은 지극히 평범한 외모에 정적인 성격을 보이는 인물이다. 자신을 향한 공격과 위협에도 락은 늘 냉철하고 이성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락의 존재는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극이 진행될수록 정체가 불분명해지는 락의 미스터리함은 관객들을 빠져들게 하며 후반부 터지는 한 방의 세기를 더욱 극대화한다. 짧은 순간에 뒤집히는 락의 감정선을 눈빛 하나로 표현해 낸 류준열의 연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캐릭터들을 마주하며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는 원호 역의 조진웅의 연기 역시 인상깊다. 정의만을 추구하는 열혈 형사가 아닌, 악인을 잡기 위해 그보다 더 악한 인물이 되어가는 원호의 변화를 세심하게 그려냈다. 한동안 스크린에서의 활약이 다소 미진했던 그이지만 이번만큼은 조진웅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강렬한 캐릭터에 감각적인 미장센을 더한 ‘독전’은 관객들의 보는 재미를 100% 충족시킨다. 액션 신에서 오는 단순한 쾌감을 넘어 인물들이 걸어오는 순간마저도 카메라의 구도, 색감 등으로 긴장감을 살린 것이 ‘독전’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시각적 요소만으로도 123분 내내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다는 점에서 ‘독전’은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선사한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뒤 남는 것은 통쾌함보다는 어딘가 찜찜함과 허무함이 느껴지는 결말이다. 이해영 감독은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나뉘는 마무리 대신 열린 결말로 관객들에게 의문을 남긴다. 결국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스토리에 관객들이 호불호 역시 갈릴 듯 하다.
오는 22일 개봉. 러닝 타임 123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다운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