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지현, '대군' 루시개로 채운 배우 손지현의 첫 페이지 [인터뷰 ①]
- 입력 2018. 05.28. 17:54:21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루시개가 남지현인줄 몰랐다‘, 시청자의 평가는 손지현이 작품 속에 오롯이 녹아들었다는 증표가 됐다.
최근 시크뉴스 본사에서는 ‘대군- 사랑을 그리다’(극본 조현경, 연출 김정민, 이하 ‘대군’)에 출연한 손지현과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대군’은 손지현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될 작품이었다. 데뷔 10년차, 남지현이 아닌 손지현이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섰다. 조바심이 날만도 했지만 손지현은 그저 자신의 앞에 주어진 기회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저한테도 되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어요. 캐릭터를 살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워낙 좋은 캐릭터를 주셔서 캐릭터를 잘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손지현으로서 첫 작품이다보니 열심히 했지만 욕심은 부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손지현은 사극, 특히 여성 캐릭터로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인물인 루시개를 연기했다. 루시개는 여진족 혼혈아로 짐승적인 본능으로 거친 삶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였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행동하는 순수함과 동물을 연상하게 만드는 경계심이 루시개의 특징이었다. 손지현은 루시개라는 캐릭터에서 ‘야생미’를 중점에 두고 연기했다.
“그동안 사극에서 없던 캐릭터이다 보니까 야생미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해서 무협 영화도 많이 봤고, ‘늑대 소년’이라는 영화도 많이 봤죠. 늑대 소녀같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정말 좋았어요. 다양한 장면에서 다른 캐릭터와의 차별점이 많이 보였죠”
손지현은 루시개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했다. 거친 매력이 두드러진 루시개였기에 피부톤을 어둡게 죽여야 했고, 먼지 투성이 분장을 해야 했지만 외모는 손지현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외모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어요. 이 캐릭터가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했죠. 그 캐릭터는 그 캐릭터다워야 예쁜 캐릭터잖아요. 겉으로 강인하지만 한결같이 여리고 순수한 사랑을 한다는 매력이 가장 아름다운 캐릭터였죠. 저도 이런 적은 처음이었어요. 감독님도 처음에는 ‘너 더 예쁘게 나와야 되지 않냐’고 하시다가 적응 되니까 별 말씀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해서 행복했어요”
외모에 신경을 쓰기보다 호위무사라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한 신체적 훈련과 만주어를 완벽하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를 통해 루시개를 완성했다.
“운동 같은 걸 좋아하는 편이긴 했는데 무술은 다르더라고요. 두 달 동안 체력을 키우려고 노력했어요. 액션 스쿨을 기본적으로 다니고 승마도 하고, 복싱도 했죠. 액션 신 잘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웃음). 만주어에 대한 걱정도 많이 했어요. 만주어가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언어인데 연구하시는 분이 계셔서 한 달 정도 카페에서 뵙고, 전화로도 녹음하면서 연습을 했어요”
수개월에 걸친 연습은 촬영에 들어가서 만족감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손지현은 “만주어로 처음 연기를 하는데 짧은 대사이지만 현장에서 한 번에 오케이가 나니까 너무 뿌듯했다”면서 "감독님이 '너 지금 뭐라고 하는 거냐'고 물으시더라"고 말해 감독님 조차 만주어를 알아듣지 못했던 에피소드를 전하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루시개를 향한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손지현은 루시개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낯선 캐릭터 자체를 어색해하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손지현은 처음부터 루시개를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어색함 보다는 표현 방법과 전달 방법에만 집중했다.
“보는 사람은 처음에 어색할 수 있지만 저는 처음부터 저였다고 생각했어요. 어렵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그 인물이라면 이랬을 거다는 상상을 많이 했거든요. 내가 느낀 걸 어떻게 표현해야 되지에만 집중했어요. 사람이 내 성격으로 살면서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잖아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니까 제가 만들기 나름이잖아요. 그래서 상상이 더 잘 됐어요. 상상했던 것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죠(웃음)”
그래서일까. 시청자들은 손지현을 루시개를 연기한 배우가 아닌 루시개 자체로 받아들였고, 작품이 끝난 뒤에도 포미닛의 남지현이 루시개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손지현은 “남지현인지 몰랐다는 얘기를 들을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남지현인지 몰랐다, 진짜 여진족인줄 알았다, 한국인 배우 맞냐’ 이런 얘기 들을 때 너무 좋았어요. 편견 없이 캐릭터로서 배우로서 봐주길 바라서 그런 얘기 들을 때 뿌듯했죠”
오랜 시간 루시개로 살았기에 루시개가 죽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돌지 않는 순간부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드라마도 끝나는데 나도 죽는구나 싶어서 감정 이입이 잘 됐던 것 같아요. 마지막 촬영이 죽는 장면이어서 인틀 연속 죽는 신을 촬영했거든요.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울면서 시작하니까 감독님이 ‘너 리허설인데 왜 우냐’고 그러셨거든요. 끝나는 게 아쉬워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일까지, 손지현이 루시개로 살았던 긴 시간이 마무리됐다. 손지현의 첫 작품, 첫 사극, 첫 캐릭터.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편견 없이 표현할 수 있었다. 시청자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만큼 완벽한 변신이었기에 편견 없이 손지현의 연기를 지켜봤고, 호평했다. 손지현에게 ‘대군’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 최선을 다해서 했으니까 후회는 안 남죠. 그런데 아쉬움은 남을 것 같아요. 모든 장면이 다 아쉬웠거든요(웃음). 제가 어제부터 생각한건데 (‘대군’이) 손지현의 필모에서 첫 페이지잖아요. 그래서 더욱 모든 것이 잘 그려진 작품으로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거기에 속해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네요”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