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황찬성 “‘워커홀릭’ 고귀남, 나와 닮았다” [인터뷰]
- 입력 2018. 07.31. 09:14:30
- [시크뉴스 안예랑 기자] 황찬성은 데뷔 12년차 배우다. 지난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속 어색한 랩을 뱉던 소년은 드라마 안에서 캐릭터로만 존재할 수 있는 배우가 됐다.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면 타오르던 열정도 온도를 낮출만 한데 배우 황찬성의 열정은 요즘 들어 더 뜨겁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고귀남을 설명하는 단어인 '워커홀릭'은 황찬성 그 자체이기도 했다.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케이블TV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출연한 황찬성과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원작을 100% 녹여내는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를 살려 원작보다 풍성한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황보라, 강홍석, 표예진부터 황찬성까지. 웹툰에 없던 조연들의 이야기는 드라마에 생동감을 더했다.
그 중에서 황찬성은 웹툰 초반에 잠시 그려졌던 고귀남을 연기했다. 드라마를 선택할 때 원작 속 적은 비중은 황찬성에게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원작이 재미있어서 선택했다. 미팅할 때 시놉시스도 없이 했다. 분량은 신경 쓰지 않았다. 감독님께서도 그러시더라 ‘많이 안 나올 거야’, 알고 왔다고 하니까 되게 놀라하셨다. 저는 알고 왔으니 캐릭터만 고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찬성아 그냥 고귀남 너 하자’고 하시더라”
원작 속 캐릭터는 드라마로 옮겨지며 보다 더 풍성한 사연을 갖추게 됐다. 캐릭터가 더 특별한 이유는 서사 중 일부가 황찬성 본인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첫 미팅 때 원작에서는 고귀남 캐릭터가 전사가 없는 캐릭터라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던졌다.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그 날 밤 집에 가서 A4용지 한 장 반 분량의 아이디어를 써서 보내드렸다. 그게 반영이 됐다”
그가 냈던 아이디어는 극 중 ‘부잣집 자제라는 소문이 도는 워커홀릭 초 엘리트가 사실은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 돈을 아끼는 짠돌이에 단벌신사더라’는 서사를 완성했다.
“생각을 하다 보니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가 일상에도 분명히 있는 사람이겠지만 극대화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철벽남인데 재미있을 수 없을까 생각했다. 보통 철벽남이면 잘나서 저러나 보다 하는데 그러면 너무 흔해지지 않나. 그래서 차별성을 두고 싶었다. 철벽남인데 그 이유가 돈을 아끼느라 철벽남인 거다. 회식도 가지 않는데 그 이유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밤이 되면 택시를 타야 되니까 택시비가 아까워서 회식에 가지 않는다. 직원들이 커피 한 잔 하러 가자고 해도 한 번 얻어먹으면 다시 사줘야 하니까 가지 않는다”
이와 함께 후반부 '짠돌이' 고귀남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황찬성은 망가짐을 불사하는 코믹 연기로 극의 재미를 한층 살리기도 했다. 황찬성은 '제일 웃기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면 성공했다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코믹 연기를 즐겼다.
“이미지 관리 해야되는데, (회사에서) 그런 생각을 좀 하라고 하더라. 콧구멍 좀 숨기라면서(웃음). 어려운 것도 딱히 없었다.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렸다. 혼자 머릿속으로 상황을 여러 번 돌린다. 아 이러면 안되지 싶다가도 그 시뮬레이션을 세, 네번 거치고 나면 연기할 때 괜찮아지더라”
황찬성의 열정이 녹아든 캐릭터는 대외적인 이미지 속 황찬성의 모습과 180도 다른 캐릭터였지만 간극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극에 잘 녹아들었다. 실제 황찬성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 캐릭터였지만 ‘워커홀릭’이라는 점만은 황찬성과 닮아 있었다.
“고귀남과 비슷한 면을 찾자면 워커홀릭이 아닐까 싶다. 일을 되게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겹쳐서 하기도 한다”
실제로 황찬성은 최근 다방면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드라마, 영화, 가수를 떠나서 최근에는 뮤지컬, 연극 무대에도 곧잘 오른다. 최근에는 시인 이상의 시를 바탕으로 창작된 뮤지컬 ‘스모크’와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일정을 함께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치기도 했다.
“(뮤지컬, 연극) 무대 같은 경우에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다. 한 번 하면 몰두해서 준비하고 싶은데 그 한 달, 3주의 준비 기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도전하게 됐다”
지난달 15일을 끝으로 ‘스모크’가 마무리됐고,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막을 내렸지만 황찬성의 스케줄은 여전히 빈틈이 없다. 배우로서는 8월부터 일본에서 뮤지컬 ‘알타보이즈’ 공연을 선보이며 9월에는 일본 단독 팬미팅을 진행한다. 심지어 팬미팅의 구성조차 스스로 챙길 정도의 워커홀릭이다.
“일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재미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긴 하다. 체력적으로 뭐 하나 덜어내면 또 재미있는 게 보이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일을) 찾아다닌다”
다양한 작품 활동에 지칠 법도 한데 황찬성은 작품에서 받은 중압감을 또 다른 작품을 통해 풀고자 했다. ‘스모크’를 하는 도중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선택한 것도 그 이유였다. '스모크'에서 받은 중압감과 우울감을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밝은 분위기로 해소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저에게 힐링이 된 작품이다. 작품을 하면서도 즐겁고, 작품을 하면서 만난 배우 선배님들, 동료 배우님들 이런 분들의 배우 조합은 언제 또 만나볼까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점도 좋았다. 작품이 끝났더라도 종종 만나서 얘기를 하고 그런 게 있을 것 같다”
데뷔 12년을 맞은 배우 황찬성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드라마, 연극, 뮤지컬, 가수로서 보내는 빠듯한 일정이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배우로서 비중을 신경 써서 작품을 고를 만도 하지만 여전히 황찬성은 도전할 가치가 있는 작품에 재미를 느낀다.
“유쾌하고 경쾌한 게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나 이해는 되지 않지만 이해하고 싶은 작품이 좋다. ‘스모크’가 그런 작품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세 번 읽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상 시인의 시에 대한 작품이어서 그 분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꽤나 많이 노력했다”
캐릭터 비중에 대한 욕심도 잠시 뒤로 미뤄둔 상태다.
“제가 우영이한테 그런 얘기를 했다더라. 연기를 계속 하다가 주연은 30대 이후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연기에 대해서 잘 알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아직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주연) 하라고 하면 감사하게 하겠다(웃음). 처음에 그런 큰 역할을 맡았을 때 잘 준비해서 혹은 더 많이 잘 느끼고 표현할 수 있을 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황찬성은 여전히 배워가고 있다. 데뷔 한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아쉬운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황찬성은 자신이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이란 걸 느끼면서 위로 받는다. 그리고 당분간 그는 배우로서의 성장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사실 연기가 정말 재미있는 게 같은 배역을 다른 배우들이 하면 똑같은 연기를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거다. 제가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느낌은 독보적일 거다. 새로운 뭔가를 한다고 했을 때 기대가 되는 부분이 있고, 그 배우만의 색이 있어서 ‘저 배우 나온다’고 하면 ‘아 재미있겠다’라고 생각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JYP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