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작’ 황정민 “부족함 느끼게 한 작품… 정말 힘들었다” [인터뷰]
- 입력 2018. 08.02. 09:51:56
-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연기 인생 24년차에 접어든 대한민국 대표 천만 배우 황정민이지만 ‘공작’은 다른 작품과 달랐다.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의 남북한의 정세를 두 시간으로 압축했다. 실제 있었던 일의 소재로 했지만 이를 알고 있는 국민은 드물다. ‘공작’의 주인공인 박석영 역을 맡았던 황정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흑금성 얘기를 들었을 때 ‘헐’ ‘대박’ 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1990년대를 너무나도 잘 살아왔지만 지금에서야 이를 알게 돼 놀랍고 흥미로웠다. 저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놀랍고 흥미로운 얘기를 들으면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듯이,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공작’은 1990년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황정민)이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에 박석영은 스파이로서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을 대할 때와 대북사업가 신분으로 베이징 주재 북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주지훈)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임무를 수행할 때와 사업가 박석영일 때, 어떤 방법으로 두 가지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1인 2역인 셈이니까. 만약 허구였다면 특수 분장 등의 방법으로 다르게 표현했겠지만 ‘공작’은 사실에 기반 한 영화지 않나. 그나마 한 게 사투리였다. 사투리는 1인 2역을 표현하는 마지막 카드였다.”
박석영의 실존 인물인 박채서는 스파이 활동을 할 때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작’에선 박석영이 마산 출신으로 리명운, 정무택 앞에선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한다. 황정민이 마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사투리를 이용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운 것이다.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사실 이마저도 ‘하지말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너무 쉽게 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영화적으로는 뭔가가 있어야하고 사투리마저도 없으면 관객들이 헷갈려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했으니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역사적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표현해야했다.”
첩보물을 표방하지만 보통의 스파이 영화와는 다르게 ‘공작’에선 스케일이 거대한 액션, 피 튀기는 혈투, 숨 막히는 추격전 등이 없다. 실제 남북에서 벌어진 첩보전에선 이와 같은 일반적인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공작’의 배우들은 몸을 쓴 액션이 아닌 입을 이용한 ‘구강액션’을 선보인다.
“다른 스파이 영화를 찾아보지도 않았다. 실화 바탕이 아니지 않나. 몸을 주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래서 ‘공작’에선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셰익스피어의 연극 같은 느낌으로 작품을 대하고자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다가 액션, 싸움도 없고 심리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니까. 이중, 삼중으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정작 책상 밑에선 양날의 검이 오가는 에너지를 보여줘야 해서 힘들었다.”
‘구강액션’을 비롯해 황정민에게 가장 큰 부담감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동안 긴장감을 이어나가면서 말로만 해야 하기에 황정민은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감독님이 두 사람, 네 사람이 이야기를 할 때 긴장감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게 말은 쉽지만 표현하기 정말 어려웠다. ‘이게 가능할까’에 대한 것도 이런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서 관객들이 과연 받을 수 있을지의 궁금함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아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솔직히”
황정민과 함께 했던 배우들 역시 황정민과 같은 고민으로 머리를 싸맸다. 황정민을 비롯해 믿고 보는 배우인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역시 ‘공작’ 속 맡은 캐릭터 연기에 쉽지 않음을 느꼈다. 워낙 알아서 잘하는 이들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달랐다. 황정민은 “큰일 났다. 진짜 뭐 되겠다 싶었다”고 회상하며 웃었다.
“서로 얘기를 진짜 많이 나눴다. ‘그릇이 이거 밖에 안 되니 도와 달라’고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다 함께 있는 장면에서 탁자에 손 하나 올리는 것도 힘들었다. 가볍게 하는 행동일 수 있지만 ‘공작’에선 의미가 생기더라. 눈을 돌려도 의미가 생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 너무 힘들었다. 애드리브? 절대 못했다. 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틈도 없었다. 찍고 나선 재밌었다고 느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극 중에서 박석영과 리명운이 김정은(기주봉) 위원장을 만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보통의 대통령과는 다르기에 김정은 위원장을 대할 땐 눈을 마주쳐서도 안 되고 허공만 바라봐야한다. 다른 배우와 함께 연기를 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호흡을 주고받을 수 없기에 황정민은 이 장면을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김정은 위원장을 대할 때의 박석영은 내적 갈등도 있어야하고 복잡한 감정이 있다. 그런데 몸은 차렷 자세로 하고 눈도 마주칠 수 없고 입만 뻐꾸기처럼 움직이면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으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사실 연습할 때도 벽을 보고 했다면 조금 수월했을 지도 모른다. 매번 편하게 앉거나 누워서 하니 더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웃음)”
주로 연극에서 사용하는 대사 톤을 ‘공작’에서 이용해 대사만으로 감정, 모든 것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결국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 황정민은 올해 초 연극을 다시 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박석영의 대사 한 마디라도 관객들에게 모두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로 연극적인 톤을 유지했다. 특히 박석영이 리명운에게 요청하는 장면은 저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장면이라 관객들이 그 신을 봤을 때 대사 한 마디,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게 하려는 욕망 혹은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연극도 공작을 하고 나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진짜 모자라구나, 관성에 의해서 연기를 하고 있구나, 바닥을 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리차드 3세’를 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우려와 고생을 떨쳐내듯 황정민은 ‘공작’에서 긴장감을 주도하고 이끌어 나간다.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에선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눈빛과 행동으로 표현한다. 가장 크게 걱정을 했던 감정 연기를 잘해냈다는 것에 황정민은 겸손을 표하고 동료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물론 성취감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도움을 많이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맙다. 함께한 배우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으니 나도 모르게 좋은 연기가 나왔다고 본다. 연기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좋은 이유가 이것이다. 함께 연기를 하는 것이 행복하고 덩달아 나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웃음)”
끝으로 황정민은 ‘공작’의 매력 포인트로 여러 가지를 꼽았다. 처음엔 “매력이 진짜 많아서 큰일 났네”라고 너스레를 떨던 그는 조용히 하나하나 꼽기 시작했다.
“액션이 없지만 액션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다. 또 피가 낭자하는 액션신도 없지만 있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으니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공작’을 통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또한 남북 평화협정이 잘되고 있지 않나. 만약 안 좋았으면 색안경을 끼고 봤을 텐데 긍정적으로 되고 있어 아주 편안하게 영화적으로 즐길 수 있으니 이것 또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90년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이지만 몰랐던 것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도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본다. 또…. 제가 나온다.(웃음)”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CJ E&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