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조승우 "박재상, 끝까지 올바르려 노력하는 사람" [인터뷰①]
입력 2018. 09.13. 18:21:17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시나리오보다 월등히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13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조승우는 개봉을 앞둔 '명당'에 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 조승우와 영화 '명당'(연출 박희곤 감독, 제작 주피터필름)을 주제로 작품과 연기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퍼펙트 게임' '인사동 스캔들'의 박희곤 감독이 '사도' '관상' '왕의 남자' 등의 제작진과 합심했다.

"영화가 완성돼 처음 봤을 때 초중반 영화 속도가 휘몰아치듯 빠르게 느껴져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시대 상황에 대한 설명 등 영화상에서 많은 부분 편집되긴 했지만 시나리오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충분히 전달됐다. 만족한다."

지난 2011년 개봉된 '퍼펙트 게임'에 이어 박희곤 감독과 두 번째 작품을 하게 된 그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이번 작품을 택했다.

"내가 맡은 역할은 아니지만, 다뤄지지 않았던 흥선군의 잘못된 모습들, 그가 변해가는 과정 등을 다룬다. 흥선에 대한 고증은 이미 나와 알고 있는 사실들이었다. 세도정치를 다룬 것도 재미있었다. 완벽한 허구의 인물인 박재상이 실제 있었던 인물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중재해 나가는 것들, 원하는 걸 해나가려 고군분투하는 과정 등도 재미있었다. 가장 큰 (출연) 이유는, '퍼펙트 게임'의 박희곤 감독님이 생각지도 않은 사극을 연출하는데 '인사동 스캔들'(2009) '퍼펙트 게임'도 전개가 스피디한 점이 좋았다. 그런 장점이 사극에 접목된다면 조금은 색다른 사극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조승우는 "'정말 신기한 일이 있었다"며 자신이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과 관련해 비화를 전했다.

"풍수에 대해 알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누가 '너 풍수에 관한 작품 한다며?'라고 묻더라. 시나리오를 받지도 않았는데 소문이 났다. 그랬는데 결국 내가 하게 됐다."

그가 연기한 박재상은 극에서 대립하는 인물로서 긴장감을 조성하기보다, 대립하는 두 분류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밋밋한 느낌이 들 수 있는 역할이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박재상 역할을 제안받아 응했다고.

"박재상은 궁궐에서 능 지정도 하지만 쫓겨나고 나서는 일반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나간다. 대립하는 두 분류의 인간들이 있고 '세도가를 바꿔보자' 했지만 나중엔 (박재상이 흥선에게) '자네 역시…'라고 말하게 되잖나. 그 둘의 대립이 중후반 심해진다. 그럼으로써 상대적으로 박재상의 존재감, 그가 펼치는 활약들이 줄어들고 임팩트 있는 두 집단과 내가 비교된다. 박재상이 받쳐주는 역할이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다. 없어선 안 될 인물이고 '중심을 잡아보자' 했다. 감독님이 '양쪽에서 무게를 받쳐줄 수 있는 역할인데 꼭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나도 사실 '좀 심심하기도 하다'고 느꼈다. 요즘 관객의 시선을 받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은 자극적인 인물이다. 악역이라도 그만의 설득력이 있으면 따라갈 수밖에 없고 영화가 끝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박재상이 시원시원한 역할이 박재상은 아닌 것 같다. 냉정함을 유지하며 튀지 않으려 했다. 모든 현장이 그렇고 내 연기 스타일인지 모르지만 앞에 나서서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게감을 잃지 않되, 묵묵히 가보자' 했다."

박희곤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조승우에게 박 감독의 어떤 면에 의지하는지를 들었다.

"심플하다고 해야 할까? 담백하다고 할까? 신 찍을 때 군더더기 같은 걸 굳이 두지 않는 스타일이다. 감정에 있어 불필요한, 과잉된 것들을 잘 쳐내실 줄 안다. 감독님과 사회인 야구를 같이 한다. 연락도 자주 하고 친하게 지냈다. 그 전에 시나리오를 몇 번 주셨는데 그건 재미없다고 거절했다. 명당은 재미있어서 하게 됐다. 자꾸 나한테만 줘 시나리오를."

큰 갈등을 빚지도 긴장감을 자아내지도 않는 박재상이란 인물을 연기하기에 앞서, 조승우는 어떻게 이 인물을 표현하려 했을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지' 하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변화해가는 과정도 있다. 처음에 올곧은 심성, 올곧은 주관으로 왕실을 위하는 한 마디를 뱉었다가 눈 밖에 나고 처참하게 잃게 된다. 13년이 지나고 구용식(유재명)이 박재상의 땅 보는 재주와 자신의 말재주로 큰돈 한번 벌어보자고 꼬이잖나. 원래 구용식이 아내를 잃은 박재상과 긴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구용식이 '그렇게 살지 말라'며 박재상을 혼낸다. 처음 의도가 불순했을지 모르지만 박재상은 결국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려는 역할로 나온다. 그러다 복수심에 김좌근 일가를 찾아 나서는데 흥선군(지성)이 찾아와 '나라 바꿔보자' 주상이 찾아와 '세도가 몰아내 보자' 하는, 거기서 심경의 변화를 주는 게 포인트라 생각했다. 대립하는 두 부류의 잘못된 욕망과 선택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건지 지적하는 대사가 나오잖나. 끝까지 올바르려 노력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명당'에서 조승우는 젊은 시절에서부터 할아버지가 되기까지의 박재상을 소화한다.

"처음에 할아버지 모습이 적응이 안 돼서 '이거 꼭 우리가 해야 되느냐? 선생님들 캐스팅해서 하면 안 될까?' 했다. 되게 부담스러웠다. 막상 영화를 보니 찍을 때 보다 괜찮았다. (영화) 나오면 어떻게 할까 두려웠다. 개봉하면 어떨까 두렵기도 하고. 소극적인 자세. '13년 전'에 관해서도 감독님에게 할 말이 많다. 원래 찍다가 내게 2주 주기로 약속했다. '2주 동안 살 빼서 젊은 시절을 찍고 싶다'고 했을 때 '오케이'했는데 스케줄이 꼬여 안 된 거다. 그래서 이도 저도 안되는 젊은 시절이 나와버렸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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