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당' 조승우 "'지킬 앤 하이드' 10년 기다린 팬, 이번엔 꼭 봤으면" [인터뷰③]
- 입력 2018. 09.13. 21:36:50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지킬 앤 하이드를 한 지 15년 됐어요."
13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배우 조승우는 곧 개봉할 영화 '명당'(연출 박희곤 감독, 제작 주피터필름)에 이어 11월 시작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무대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지만 날 필요로 해주신다. '지킬 앤 하이드'를 계속 재공연하는 이유는, 누군가 글을 올린 걸 봤는데 10년 동안 못 보셨단다. 난 많이 했다 생각했다. '내가 이걸 또 하면 지겨워하지 않을까? 이걸 또 하면 내가 후배들의 길을 막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내 거야. 못 내려놔' 그런 마음이 아닌데, 언제든 내줄 준비가 됐는데 10년을 기다렸다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다. 무대는 한정적이고 객석도 제한적이다. '티켓 전쟁이란 게 누군가에겐 희열을 주지만 누군가에겐 상실감을 줄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이 기간 내에 그분이 꼭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뮤지컬은 찍어서 누구나 다 볼 수 있게 한 구조 자체가 아니다. 그래서 계속 재공연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조승우의 경험에 비춰보면 재공연을 한다는 건, 단지 같은 공연을 반복하는 것과는 다르다. 재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전에는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대사 하나라도 더 이해하고 공연할 수 있게 된다. 이해의 깊이가 깊어진 공연은 분명 이전의 것과는 다를 터다.
"뮤지컬 특성상 주로 번역된 대본의 극을 많이 하다 보니 번역의 오류나 여러 가지 찾지 못했던 것들을 찾게 된다. 같은 것들을 15년째 하는데 예전에 몰랐던 것들, 나이 들며 이제야 보이는 것들이 속속들이 숨어있다. 찾아내고 싶다. 예전엔 뭣 모르고 한 대사들을 이제야 좀 알아들을 것 같다. 그런 것들이 계속 재공연을 하는 이유다. '맨 오브 라만차'에 예전엔 몰랐던 것들이 많이 숨어있는데 세르반테스가 내뱉는 말 중에 '친구여 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봐왔다. 나 사는 동안'이라는 대사가 있다. 이게 삶에 관해 이야기 하는 거잖나. 내가 스물 일곱 살에 '맨 오브 라만차'를 처음 했는데 '나 사는 동안'이란 대사가 쉽게 나올 리 있겠나. 그 당시 내가 어른인 척 하는 게 너무 미안했는데 서른 초반에 다르고 중반에 다르다. 마흔 넘어 하면 또 다를 것 같다. 그런 소소한 것들이 있고 그런 걸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한편으론 내가 쌓아온 작품이라 쉽게 놓지 못하는 것도 있고."
뮤지컬 뿐 아니라 출연한 드라마 영화의 OST에도 참여한 바 있는 그는 자신이 출연하지 않은 영화 '사도'의 OST에도 참여했지만 "개인적으로 노래하는 걸 싫어한다"는 의외의 말을 했다.
"노래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 뮤지컬 무대 위에서 하는 노래는 노래가 아니라 대사의 연장선이라 생각한다. 쇼 프로 같은 데서 멍석 깔아주고 노래하라고 하면 정말 힘들어한다. 어렸을 때 외갓집이나 어디서 노래를 시키면 그 자리에서 울었다. '사도' OST 같은 경우 '후아유'의 방준석 (음악) 감독님이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왔다. 그냥 툭 '지금 사도 OST 만들었는데 누가 부를지 생각 안 나 뜬금없이 연락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내일 아침 조조로 영화 사도 한 번 보고 연락하겠다'고 했고 아침에 극장에서 '사도' 보고 연락했다. 그거 보며 울었다. 뒤주에 갇혀 죽어가는 유아인과 송강호 형이 손을 넣어 (유아인의) 얼굴을 쓰다듬는 장면을 보고 '이거구나. 이걸 노래로 만들었구나' 싶어 그 다음 날인가 김포에 있는 형 작업실에 가서 세 시간 만에 뚝딱 녹음했다. '내 얼굴 한 번 만져주오'라는 가사는 원래 '내 손 한 번 잡아주오'였는데 송강호 형이 유아인의 얼굴을 쓰다듬는 걸 보고 내가 가사를 그렇게 바꿨다. 영화가 좋았기 때문에 한 거다."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퍼펙트 게임' '인사동 스캔들'의 박희곤 감독이 '사도' '관상' '왕의 남자' 등의 제작진과 합심했다. 오는 19일 개봉.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메가박스 중앙 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