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암수살인’, 커피 같은 짙은 여운 남는 영화” [인터뷰]
입력 2018. 10.15. 16:24:42
[시크뉴스 김지영 기자] 같은 형사라도 배우 김윤석이 연기하면 다르다. 수차례 형사 역을 맡은 김윤석은 ‘암수살인’에서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됐고, 이를 통해 영화의 의미를 시사한다.

최근 개봉한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은 형사 김형민(김윤석)이 여자친구 살해 혐의로 수감된 강태오(주지훈)가 “사실 일곱 명을 죽였다”는 자백 하나에 의지해 피해자도, 증거도 없는 미제 사건들을 파헤치려 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석은 ‘암수살인’이 그간 형사물과 다른 점을 꼬집으며 영화 제작에 꿈을 꾸고 있는 미래 영화인들에게도 관람을 독려했다. 단순히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만 집중했던 그간의 형사물과는 달리 ‘암수살인’은 고도의 두뇌싸움으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암수살인’은 소비되는 액션이 아닌 ‘꾹꾹’ 채워지는 영화다. 끝나고 나서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커피 같은 짙은 여운이 남는다. 미결로 못 찾은 사람들이 남아있지만 김형민 형사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 이런 게 ‘암수살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형사물 중에서 고도의 두뇌싸움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는 없었다. 이제 나올 때가 됐다고 본다.”

생소한 단어인 ‘암수살인’은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살인사건을 의미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 암수살인이라는 단어를 관객에게 알리고, 영화가 뜻하는 의미도 함께 전한다.

“저도 암수살인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생소하게 느껴졌다. 뉘앙스도 묘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영화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실종이지 않나. 아이러니한건 실종도 실종 신고를 해야 실종자를 안다는 것이다. 심지어 실종 신고조차 하지 않는다면 전혀 찾을 방법이 없다. 그 사람이 존재했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이 된다.”

김윤석은 고과점수를 떠나 피해자의 가족을 위해 뛰어다니는 김형민 형사 역을 맡으며 정의감과 책임감을 안고 연기를 했다기 보다는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들었던 안도감이었다.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다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기에도 막연하지 않아 좋았다. 만약 이순신 장군이라면 대중이 모두 알고 있으니 연기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김형민 형사는 유명하지 않고, 그 사람을 재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쓰인 기본적인 것들을 지켰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암수살인’은 살인범 강태오와 형사 김형민 형사의 두뇌싸움이 영화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김형민 형사 앞에선 과거 사건을 상세하게 풀던 강태오는 취조실로 자리를 옮기자 자백했던 것들을 번복하고 진술했던 DNA 조차도 일치하지 않는다. 강태오는 김형민 형사의 머리 위에 서기 위해 갖가지의 수를 부리고 김형민은 강태오의 입을 열기 위해 구슬린다.

“김형민이 강태오에게 크게 유린당하는 것이 첫 번째 취조실이다. 강태오는 다 알면서 김형민을 데리고 논 것이다. 거기에서 김형민이 ‘멘붕’이 온다. 얼렁뚱땅, 횡설수설하는 강태오를 간과했다가 제대로 당하는 것이다. 이런 게 ‘암수살인’이 주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주지훈 배우에게 약이 오른 적은 없다.(웃음)”

김형민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강태오가 입을 닫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암수살인에서 의존해야하는 것은 강태오의 진술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태오에게 돈을 쥐어주고, 원하는 물건을 사다준 것이다.

“김형민 형사의 수사는 강태오가 대화를 안 하겠다고 하는 순간 끝이 난다. 강태오가 어떻게 나오든 거기에 맞춰서 그의 입을 열게 하는 것으로 포지션을 옮겨야했다. 당근하고 채찍을 계속 쓰면서 강태오가 실수로 자백을 토할 때, 그것을 캐치해서 퍼즐을 맞춰나가는 것이 김형민 형사의 수사 핵심이었다.”



‘추격자’에서 전직 형사부터 ‘범죄의 재구성’ ‘거북이 달린다’ ‘극비수사’까지. 형사 역할만 여러번 맡았던 김윤석이었지만 ‘암수살인’의 김형민은 그간 형사와는 차이가 컸다. ‘이런 형사를 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있었다.

“그동안 맡았던 형사 캐릭터는 형사를 직업으로 가진 가장을 연기했다. 가족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가장이 주였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인 형사다. 사실 형사 캐릭터는 우리나라 상업영화를 만들기 가장 유리한 도구가 맞다. 정의를 보여줄 수 있고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히어로를 만들어내니까. 그러다보니 에너지를 유지하고 가는 방식이 액션, 싸움, 도망 등이다. 좋긴 하지만 다른 게 없을까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는 1970년대 미국드라마 ‘형사 콜롬보’를 예로 들었다. 극에서 콜롬보는 주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인 사회 저명인사, 부자, 상류계층 등에게 후줄근한 모습으로 조용히 접근해 자신만의 추리와 끈기로 범인을 잡아낸다. 또한 ‘형사 콜롬보’엔 범죄물의 단골 소재인 액션이 없지만 재미가, 그리고 콜롬보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콜롬보 같은 형사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콜롬보가 김형민과 완전히 비슷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독특하고 사건의 종결과 해결이 체포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건에 관련된 모든 피해자들의 존재까지 확인하고 난 다음에야 마침표를 찍는다. 일시적인 것이지만 그 마인드가 콜롬보처럼 믿음이 갔다.”

그러나 강태오가 입을 닫지 않게 노력하는 김형민의 모습에선 기존의 형사와 달리 임팩트가 없다. 어딘가 모르게 끌려 다니는 느낌도 들지만 이 또한 강태오와 두뇌싸움을 하는 과정 중 하나였다.

“임팩트가 없어서 더 좋았다. 일반적인 요소로 풀지 않는 것이 더 매력적이었다. 두뇌싸움과 세포, 호흡 하나까지 느낄 정도의 임팩트가 훨씬 더 에너지가 넘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풀어나가는 방식의 영화가 없지 않았나. 그런 의미로 보면 다음에 이런 영화가 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맡았던 형사 역할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김윤석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아직 맡지 못한 사건이 많다”고 말했다. 배우가 아닌 형사로서 답하는 듯 했다. 이어 덧붙인 설명엔 대한민국 대표 배우다운 말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형사의 배역이 아니라 영화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다. 비슷하고 반복되고 해석이 없는 이야기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사실 직업, 이름만 비슷하지 너무 비슷하지 않나. 범인을 잡아서 감옥에 넣고, 의리를 이야기하고. 중요한 것은 배역의 역할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얼마나 새롭게 선보이고, 해석하고, 만들어낼 것이냐가 중요하다.”

영화의 호평과 더불어 ‘김윤석 때문에 믿고 본다’는 댓글이 잇는다고 말하자 “그 댓글은 제가 쓰지 않았을까요?”라며 실없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배우로서의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잘 알고 있다고 첨언했다.

“그런 평은 고맙다. 대중의 반응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저는 배역보다 시나리오를 우선시하고 작품을 고른다. 그러니 작품을 잘 고르고 잘 만들어서 보여드리는 것이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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