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읽기] 원작의 불편한 性적 차이, ‘일억개의 별’ ‘최고의 이혼’ 일본식 사랑법
- 입력 2018. 11.14. 15:05:41
- [더셀럽 한숙인 기자] 패피들은 일본을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진담 같은 농담으로 “나 사대주의야”라는 말을 던지기도 한다. 실제 패션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이들은 일본 감성으로 재해석된 레이어드룩, 에코룩에 무한 애정을 보내고 일본 디자이너들의 아방가르드룩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패션시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른바 패션 사대주의는 보수파들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소비시장 측면에서 보면 패션시장을 선진국 대열에 올리는 기폭제가 돼왔다. 문제는 이런 시각을 문화 사대주의로 확장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현재 방영 중인 KBS2 ‘최고의 이혼’과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일본 원작드라마로 한국의 정서적 측면과 맞지 않는 부분이 핵심 스토리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근친상간이 갈등 구조의 중심이어서 리메이크가 결정된 시점부터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제작발표회에서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했을 정도였다.
‘최고의 이혼’은 아내가 있는 상태에서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는 남편이 나온다. 여러 명의 여자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남자는 자신의 행동의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할 생각이나 여지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하물며 모성애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남자로 그려져 불륜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막드’(막장 드라마)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인 막장 스토리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스토리가 뭐가 문제가 되냐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일본 원작에서 남매가 사랑하는 감정의 정도가 아닌 성 관계까지 이뤄질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었다. 또 방영 시점이 2002년으로 무려 16년 전에 이런 스토리에 거부감이 크지 않을 정도로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와 크게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는 상징이 되는 드라마다.
국내에서도 원작을 크게 흩트리지 않고 전개되고 있으며 지난 8일 12회에서 김무영(서인국)과 유진강(정소민)이 진한 키스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진강은 “나 아무데도 안 가, 못 가. 어차피 가봤자 소용도 없어. 또 다시 돌아올거니까”라며 일본 원작에서 처절한 엔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절박한 감정을 그대로 이어왔다.
아직 한국판에서는 친 남매라는 설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밝혀지지 않았다. 제작발표회에서 유제원 PD는 “원작에서 비극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그대로 가져올 것이냐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에게 보기 싫은 부분을 강요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보기 불편한 부분은 인지하고 작품을 진행해나가기로 했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해 불편한 부분의 인지가 한국적으로 재해석될 여지를 던졌지만 종영을 불과 4회 남겼음에도 아직 조금의 단서도 제공되지 않았다.
‘최고의 이혼’은 이보다는 평이하다. 두 부부의 사랑 찾기가 주된 내용인 이 드라마는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적당하게 유쾌하게 그러나 절대 가볍지 않게 부부의 본질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실수투성이 강휘루(배두나)는 남편 조석무(차태현)에게 이혼을 선언한 후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인 것을 알고 관계 정리를 위해 집을 떠난다. 일본 원작과는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의 느낌은 다르지만 일본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한국적 정서를 적절하게 살려냈다.
그러나 진유영(이엘)과 이장현(손석구)의 관계는 혼란스럽다. 장현은 여러 여자와 동시에 감정 교감을 넘어선 성 관계까지 맺지만 본인이 하는 행동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유영은 이런 남편의 행동을 당연히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어딘가 모르게 맹한 듯 보이면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눈빛과 행동. 장현의 매력으로 그려지는 요소들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능력 있고 거친 듯 세심한 전형적인 ‘실장님’ 캐릭터처럼 드라마 속 일본 남자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연상되는 일명 ‘펫남’ 이미지다.
일본 원작과 달리 한국판에서는 그나마 장현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세세한 설명이 덧붙여 한국 시청자들을 설득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전혀 다른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3일 방영분에서 유영은 석무와 저녁을 먹다 “그럼 너. 괜찮지 않아. 한 번 자 보자. 일단 한 번 자 보자”라며 동침을 제안했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휘루와 장현이 키스를 하는 장면이 교차됐다. 이어지는 예고편에서는 석무와 유영이 호텔로 들어가고, 휘루와 유영은 다음 날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스와핑을 연상하게 하는 이 장면은 사실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장현 캐릭터를 위해서 세세한 설명을 덧붙인 것처럼 이 장면 역시 재해석의 과정에서 탄생한 장면인지, 어떤 의도를 가진 설정인지 의문에 의문을 덧입혔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의 리메이크는 이처럼 재현과 재해석에서 복잡한 상황에 휘말려들게 된다. 만화 원작은 비현실적인 요소를 현실적으로, 타국 원작은 다른 나라의 정서를 자국의 정서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실제 원작을 그대로 살린 tvN ‘안투라지’는 할리우드 정서에 대한 거부감이 회를 거듭할수록 커지면서 0.7%라는 역대 급 최저 시청률로 마감해 상승가도에 있던 드라마제국으로서 tvN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이 프로젝트의 거대한 실패를 작가 탓으로 돌리기에는 최근 웰메이드 작품으로 호평 받으며 종영한 OCN ‘손 the guest’를 집필한 서재원, 권소라의 이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그만큼 원작이 있는 드라마가 더 어렵다는 반증이다. 안투라지의 실패는 할리우드의 개방적 정서와 시트콤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예능 프로그램 같은 흐름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고의 이혼’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대중적인 미디어인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성 문화에 대한 시각의 다름은 생각의 차이만으로 가벼이 넘길 수 없다는 점에서 두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와 흐름을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KBS2 ‘최고의 이혼’,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