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황소' 마동석, 우직한 황소 그 자체 [인터뷰]
입력 2018. 11.18. 15:59:22
[더셀럽 최정은 기자] 영화 '성난황소'에서 마동석은 황소 그 자체다. 극 중 자신이 향하는 방향으로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그의 모습은 마동석이 아니라면 해낼 수 없는 또 하나의 '마동석 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인간 마동석으로서 “너무 똑같아서 문제”라는 말을 듣는다는 그는 말 그대로 취미조차 없을 정도로 운동과 영화만을 보며 한결같이 걸어왔고 걷고 있다. 촬영, 운동, 시나리오 검토 등이 삶의 주를 이루는 그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15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마동석을 만나 '성난황소'(제작 플러스미디어엔터테인먼트·B.A엔터테인먼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성난황소'는 한번 성나면 무섭게 돌변하는 동철(마동석)이 납치된 아내 지수(송지효) 를 구하기 위해 무한 돌진하는 내용을 다룬 통쾌한 액션 영화. ‘마동석표 액션’의 정석인 ‘성난황소’를 통해 그는 또 한 번 통쾌함을 선사한다.

Q.'성난황소' 처럼 보여야 했다. 어떻게 연기했나.

"감독님이 내 등을 좋아했다. 같은 걸음걸이라도 좀 경쾌하고 등엔 불길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감정적으로 그렇게 되니 그렇게 보이긴 하는데 뒷부분에서는 성난 황소같이 보여야 했다. 압박을 가진 건 아닌데 액션에서 감독이 좀 성난 황소처럼 뚫고 들어가며 몸으로 좀 부딪히고 싸우는 걸 원했다. 주먹으로만 싸우면 허공만 치며 하는데 잘못하면 사람을 때려 기술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몸을 실제 부딪치는 게 좀 있다. 성난 콘셉트였고 허명행 감독 무술감독이 잘 디자인 했다. 난 그냥 하면 되는 거였다.”

Q.마지막에 천장을 긁는 장면이 인상 깊다.

“박광재 배우라고 친한 후배인데 프로 농구선수 출신이다. 130kg이 나가 무거웠다. 한번 NG나면 공사를 다 해야 했다. 4~5시간 찍었다. 정말 어려웠다. 상대를 들어서 죽 가야했는데 나만 혼자 가고 이게(상대방이) 안 오더라. ‘범죄도시’ 같은 경우 손바닥을 썼다. ‘성난황소’에서 는 아내를 찾아 뚫고 들어가야 했는데 제압하고 들어가는 사람이 너무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기절시켜서 조금씩 잡아 간다. 화려한 발차기는 없어지고 복도 가서는 앵글들을 좀 바꿔가며 찍었다. 천장 긁는 장면에서는 광재를 포함해 배우들, 미술팀이 좀 고생을 했는데 좀 볼만한 액션이 나온 것 같다.”

Q.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캐릭터다. 분노가 쌓여 나중엔 ‘끝판왕’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감독님이 원했던 부분은 처음에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소시민처럼 보이다가 경찰에 호소하며 애타는 모습을 보이고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 후 부터는 대사를 다 없애자는 거였다. 말로 하는 시간에 빨리 때려잡고 구해야 한다는 거다. 표출보다는 구할 때까지 좀 참다 있다 구해야 감정선 연기가 되는 거다.”

Q.극 중 아내가 납치된 상황에서 특유의 코믹 캐릭터 연기를 하진 못했다. 김민재 박지환 배우가 그 부분을 좀 채워준 것 같은데.

“시나리오에 (코믹한 캐릭터라는 게) 있었는데 김민재 박지환 배우가 좀 더 재밌게 잘 해줬다. 감독님이 생각한 오락액션영화에 필요한 캐릭터였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난 극 안에서의 감정이 힘들어 실제로도 힘들었다. 그런데 옆에서 웃기니 순간순간 힘들더라. 김민재 배우가 웃음을 못 참는다.(웃음) 이 영화가 살려면 김성오가 살아야 나중에 더 통쾌해지고 김민재 박지환 배우가 살아야 재미있다. 난 자꾸 직구를 던지고 다른 캐릭터가 다채로워야 했다. 감독님이 그 부분을 이미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Q.액션을 많이 찍어왔다 .좀 ‘다른’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나?

“맞다. 액션은 사실 예를 들어 CG(컴퓨터그래픽)에 예산을 많이 들이면 굉장히 새로운 게 나오거나 할 수도 있다. 굉장히 큰 예산을 들이는 게 아니고서는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다. 그 부분을 많이 연구했다. 매번 다른 걸 하려는 욕심보다 액션도 좋은 그릇이 있어야 재미있어서 그 부분을 많이 연구했다. 치열하게 하지만 실패도 있다. 과거 독립영화에서 주연을 하기도 했지만 (상업영화) 주연을 한 뒤부터 타율이 반 정도다. 흥행만 따져서 잘된 것 반, 실패 반. 내겐 좋은 작품인데 그런 작품들이 ‘범죄도시’ 이전에 기획된 작품이라 그것들이 없었으면 ‘범죄도시’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Q.액션을 찍다 보면 부상을 피할 수 없을 텐데 한 번 부상한 뒤에 오는 두려움은 없나?

“액션에 대한 두려움은 좀 만성이 된 것 같다.”


Q.올해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황소'까지, ‘마동석표 영화’의 배급 시기가 몰렸다.

“다 소중한 작품인데 새로운 작품을 만들면서 끌어가는 캐릭터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계속 노력한다. 올해 유독 배급 문제 때문에 몰렸는데 사실 지난 2013년에는 9편이 개봉해 더 몰린 적도 있다. 유독 올해 액션이 몰린 게 안타깝긴 한데 배급 날짜까지 알며 촬영하는 건 아니니 내 힘으로 되는 건 아니다. 그런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을 위해 액션도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시나리오도 보고 있고 액션부분에 좀 고집이 있어서 그 길도 좀 뚫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기본적으로 내 앞으로 오는 건 90%가 액션이다. ‘굿바이 싱글’ 처럼 띄엄띄엄 들어오는 다른 장르도 있다.”

Q.동철이란 인물의 전사가 영화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감독에게 내가 (전사를) 물었다. 중간에 시나리오 회의도 여러 번 같이했고 5년 동안 같이 의논해서 캐릭터가 바뀐 적도 있다. 마지막에 배우로서 최종 시나리오를 읽는데, ‘이 캐릭터가 뭘 했느냐’에 대한 설명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어차피 액션영화는 단순한 틀 안에서 새로운 걸 한다. ‘범죄도시’도 형사가 범인 잡는 내용이다. 그런 범죄물은 사람들의 입을 거쳐서 대충 유추하게 하면서도 빨리 액션을 보여주면 된다. 지수(송지효)가 동철을 약간 휘어잡으면서 ‘요즘 고맙게도 착하게 살고 있다. 고마운데,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라’고 하는데 ‘얘가 착하게 안 살았구나’라고 추측했다. 지수를 만나 좀 올바르게 살아봐야겠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 앞에는 사람들이 이 사람에게 좀 하대하더라도 그런 걸 참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뒤로 가면서 감정변화가 증폭된다. 감독님 의도는 전사를 정확히 몰라도 된다는 거였는데 아내가 좀 착하게 살라고 하는 것 보니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는 정도가 내 생각이다.”

Q.다작하는 이유는 뭔가?

“예전에 힘들었을 때 약속했던 것들이다. 잘 됐다고 해서 안할 수 없다. 내겐 중요한 사람들이라. 내가 거의 영화를 못 찍겠다 싶을 정도로 다쳤을 때 ‘일어날 수 있다’며 응원해준 사람들이다. 좀 더 이름이 알려졌을 때 도와주면 좀 더 힘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3~4년 아니라 10년 넘게 한 분들이다. 약속 지킨 작품들은 이제 다 끝났다.(웃음)”

Q.‘마동석’ 이라는 장르가 있다는 말이 있다.

“좋게 말해주신 거다. 과찬인 것 같고 내 맡은 바를 하는 거다. 감히 내가 만들려고 하는 그런 것도 아니고 불러줘서 고마운데 과찬이다. (몸 상태로 인해) 근육을 뺄 수 없어서 역할이 한정되는데 좋은 배(작품)를 타도록 골라야한다. 많지는 않아도 새로운 장르가 몇 개씩 들어온다.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마동석화 된 캐릭터는 계속 하려고 한다. 좋은 배를 골라야 할 것 같다.”

Q.계속 이런 질문이 나오는데 어떠냐?

“계속 답하면 된다.(웃음) 내가 50대가 다 돼간다. 정적인 역할은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액션은 그리 오래 못할 것 같다. 무릎 연골 반이 없다. 예전에 척추가 부러져 무릎이 안 좋아졌다. 계단 뛰어내려오는 건 다 대역이다.”

Q.액션과 영어가 둘 다 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 할리우드 진출의 꿈에 관해 말해 달라.

“할리우드가 목표는 아니다. 나중에 좋은 기회가 되면 할 수도 있는 거다. 액션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 하고 있는데 좀 다른 류의 액션도 보여드리고 싶다. CG로 같이 할 수 있는 좀 색다른 것도. 영어도 네이티브 수준까진 아니고 어느 정도 잘 한다. 연기한다 생각하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우리나라 말도 연기할 때 사투리를 배워야 하는 것처럼 쉬운 게 아니다.”

Q.‘성난황소’가 김민호 감독 입봉작이다. 감독의 입봉작을 함께 하는 남다른 즐거움이 있나?

“재미있다. 감독이 정말 행복해 하더라. 좀 쑥스럽지만 둘이 얼마 전에 ‘우리가 처음 만나 벌써 이렇게 됐다. 영화도 개봉하고’하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기분 좋더라. 같이 해서 꿈을 이루는데 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다니까. 영화를 대충 찍거나 대충 연기하는 사람은 없다. 치열하게 한다. 그렇게 해서 재미없게 나오면 좀 마음이 아플 텐데 ‘성난황소’를 재미있게 봐주셔서 다행이고 그래서 더 기분이 좋다.”

Q.액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연기는 어떤가?

“어렵다. 운동은 끝까지 갈 때까지 해봤다고 생각했다. 연기하는 건 잡힐 듯 잘 안 잡힌다. 어렵고, 계속 노력하는 거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잖나. 감독이 원하는 걸 해주는 게 맞는 거라 생각한다. ‘마동석의 영화’를 해달라고 해서 ‘그래 알겠다’ 할 때가 있다. 이 구간이 지나고 다른 구간을 뛰다보면 다른 모습이 있을 거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를 찍고 있다. 다른 마동석 영화를 찍고 있는데 여러 명이 뛰는 거라 난 비슷할 텐데 영화 내용은 좀 다르다. ‘악인전’도 7개월 지나서 내년 여름에 개봉한다. 영화 이야기 하는 건 좋다. 이번에 서울에 있어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Q.영화 외의 삶은 어떤가?

‘없다. 영화만 한다. 운동하고 시나리오 보고. 술도 안 마시고. 그렇게 하려 노력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게 별 재밌는 게 없다. 영화 하는 게 어쨌든 가장 즐거운 것 같다. 마라톤처럼 오래 뛰는 중에 지금 어떤 한 구간이라 생각한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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