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붉은 달 푸른 해’ 도현정 ‘파국의 모성’,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서 시작된 이야기
입력 2019. 01.11. 14:41:01

MBC ‘붉은 달 푸른 해’, SBS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더셀럽 한숙인 기자] ‘붉은 달 푸른 해’는 엄마로서 책임감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인간의 추악한 본능을 그린다. 끝까지 비밀스러운 암막이 드리워져있던 나영희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에도 그럴듯한 휴머니티를 앞세운 모성에 호소하지 않고 ‘인간은 모성보다 자신의 욕망이 앞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MBC 수목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도현정 작가는 지난 2015년 SBS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을 통해 교훈적인 메시지로 넘쳐나는 지상파 드라마 관행을 뒤집고 ‘잔혹한 모성’을 화두로 던져 파란을 일으켰다.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윤지숙(신은경)은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해 낳은 딸 김혜진(장희진)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 제 손으로 살해를 시도했다.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딸을 단지 적으로만 생각하는 그녀는 마지막 순간 목을 조르던 손을 거두지만 딸에 대한 안쓰러움보다는 자신에 대한 연민에 사로잡혀 현재를 지키기에 급급했다.

아동학대를 다룬 ‘붉은 달 푸른 해’는 학대의 정점에 있는 인물로 차우경(김선아)의 새엄마 허진옥(나영희)을 등장시켰다. 허진옥(나영희)은 재혼을 위해 딸을 엄마에게 맡긴 것은 물론 존재 자체를 감췄다. 그러다 둘째 의붓딸이 죽자 자신의 딸을 죽은 의붓딸로 위장해 키웠다. 그녀는 재혼 후 어린 의붓딸을 학대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정황까지 제시돼 경악케 했다.

도현정 작가는 여자라면 본능적으로 타고난다는 모성의 절대가치를 근본부터 흔든다. 도현정은 ‘엄마도 인간이다’라는 식으로 잔혹함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그보다 인간의 악독함은 생각과 달리 타인을 해할 의도가 아닌 스스로 지키려는 상황에서 더 잔혹한 파국으로 치닫게 됨을 치밀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해 서늘함의 수위를 높인다.

도현정은 자식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생각하고 쓰다 버릴 물건처럼 취급하는 여자를 극의 갈등의 중심에 놓는다. 그리고 개미지옥처럼 주변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자신마저 병들어가는 극한의 지옥을 보여준다.

이로써 한 인간이 미치는 파괴력의 끔직한 파급력을 통해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이 자식을 보듬어 안는 본능보다 더 막강함을 이야기 한다.

어머니와 자식을 일대일의 관계인 듯 설정하는 이 같은 도현정 작가의 전개 방식은 어머니와 자식을 보호자와 피보호자로 인식하는 사회 통념에 비해서는 일견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 작가의 파괴적 모성론은 단편적이지 않다.

부모와 자식은 출발점부터 신체적 정신적으로 일대일일 수 없기에 대등하다는 시각에서의 접근은 결국 종속적 관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위험천만한 파국을 제시한다.

허진옥과 차우경이 초록원피스를 입은 아이 차세경의 죽음과 어떻게 연결돼있는지, 붉은 울음은 차우경을 통해 허진옥을 단죄할지, 아니면 붉은 울음의 단죄의 대상이 차우경과 허진욱 두 사람 모두인지 마지막에 도현정 작가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며 극을 마감할지 궁금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BC ‘붉은 달 푸른 해’, SBS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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