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퍼즐] 방송 프로그램의 콘텐츠 융복합, 어디까지 가능할까
- 입력 2019. 01.21. 12:17:29
- [더셀럽 한숙인 기자] 지상파 3사가 프로그램 제작에 융복합(融複合)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융복합 콘텐츠란 서로 다른 분야나 요소들을 융합하고 복합하여 더 큰 가치와 흥미를 창출하는 콘텐츠를 이른다. 드라마에 첨단 게임 기법이 사용되거나 예능 프로그램에 영화나 1인 미디어를 접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작된다.
상이한 요소를 화면에 융복합시키기 위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AR(Augmented Reality) 기술을 사용했다. 증강현실(增强現實) 또는 혼합현실(混合現實)로 해석되는 AR 기술은 현실에 존재하는 이미지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드라마의 현실과 게임의 가상현실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특히 젊은 시청자의 눈길을 모았다.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이하 랜선라이프)은 종합편성채널과 ‘1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1인 방송)가 융복합했다. 최근 10대 사이에서 선망 직업 1순위로 꼽히는 ‘1인 크리에이터’의 리얼한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개그우먼 이영자 김숙, 가수 JR(그룹 뉴이스트) 등 주로 TV에 출연하는 연예인과 대도서관 윰댕 밴쯔 씬님 퓨어디 등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공동 진행을 맡고 출연한다.
‘랜선라이프’는 전문가로 인정받는 1인 크리에이터를 최초로 TV의 기둥 콘텐츠로 수용한 프로그램이다. 유튜브, 아프리카 TV, 팝콘 TV 등 1인 미디어가 매스미디어 이상의 비즈니스 영역으로 고속 성장 중인 현실을 적극 반영한 경우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미디어 시장 규모는 약 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3,000억원, 2020년에 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1인 미디어는 유튜브의 영향력이 가장 높다. 하지만 페이스북, 아프리카 TV, 팝콘 TV 등 기존 플랫폼과 함께 네이버TV, 카카오TV 등 새로운 플랫폼 진입이 시도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크리에이터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1인 방송 크리에이터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파급력이 커지면서, 지상파 TV에서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유명 크리에이터를 출연시키고 있다. TV와 ‘1인 방송’의 융복합 프로그램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크리에이터의 ‘랜선라이프’ 출연은 크리에이터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자극적 소재의 콘텐츠 등의 사회문제도 나타나고 있어, 정보의 공신력에 대한 검증 장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반면 진위여부와 정보검증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높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유해 정보를 걸러내는 적절한 필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융복합은 예능 프로그램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KBS2 ‘배틀트립’, tvN ‘짠내투어’ 같은 여행 프로그램은 방송의 상당 부분을 ‘먹방’에 할애하고 있다. 여행과 먹방의 콘텐츠 융복합이다. 전통적 예능 프로그램인 KBS2 ‘해피선데이-1박2일’도 20일 방송에서는 강원도 국수로드 특집으로 꾸몄다. 각 지역의 독특한 국수를 맛보는 것은 물론, 국수에 숨겨진 이야기나 관련된 명소 등 즐길 거리를 조사하는 ‘먹방’으로 제작됐다.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콘텐츠의 융복합이 이뤄지고 있다. SBS ‘영재발굴단’ 16일 방송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있는 영재들을 찾아 어디에서도 본 적 없고 조금은 특별한 영재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은 프로그램인데, 이날 방송에서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재조명되고 있는 프레디 머큐리의 천재성을 진단하면서 ‘영재발굴단’이 발굴 소개한 밴드영재, 보컬영재들이 출연했다. 영화와 방송의 콘텐츠 융복합이다.
‘특별기획 천재로부터의 메시지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로 꾸며진 이날 ‘영재발굴단’에는 보컬천재 이은서 등 10대 음악천재들이 출연해 퀸의 명곡들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1970년에 출발해 50년째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퀸’의 음악을 손자뻘인 우리의 10대 영재들을 통해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것은 방송과 영화, 방송과 대중음악의 융복합인 동시에 세대를 융복합한 특별한 콘텐츠 결합이다.
TV방송의 콘텐츠 융복합은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바람직한 요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배진성 교수는 “특정 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시청층 확산이라는 이점이 있고,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진단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JTBC ‘랜선라이프’, SBS ‘영재발굴단’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