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직업' 액션과 캐릭터를 버무린 이병헌 감독 표 코미디 [씨네리뷰]
- 입력 2019. 01.22. 16:22:51
- [더셀럽 최정은 기자]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류승룡의 대사 한 마디에 웃음이 터진다. 무엇엔가 홀린듯 반사적으로 내뱉는 프로페셔널한 멘트, 범죄 조직 소탕 보다 닭집 운영에 더 능수능란한 고반장의 모습은 '그는 형사인가 닭집 사장인가'란 물음을 던지게 한다.
지난 2015년 데뷔작 '스물'을 통해 '말맛 코미디'로 관객을 매료시킨 이병헌 감독의 신작 '극한직업'이 23일 개봉된다. '극한직업'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해체 위기의 마약반 형사 5인방이 치킨집 위장 창업을 감행, 낮에는 치킨 장사 밤에는 잠복근무로 이중 생활을 하며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다.
이병헌 감독의 전작 '스물' '바람바람바람'(2017) 등과 마찬가지로,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캐릭터들은 빠른 속도로 대사를 뱉어낸다. 등장인물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쏟아내는 예상치 못한 대사는 초반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재치 넘치는 대사와 트렌디한 유머 코드, 예상치 못한 전개가 웃음을 유발해 이 감독의 영화가 갖는 특유의 매력을 또 한 번 느끼게 한다.
오합지졸 허당미 넘치는 마약반 5인방은 각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다. 만년 반장에 실적 위기로 팀이 해체 위기에 처하는 등 위기에 몰린 고반장을 통해 생활연기를 보여준 류승룡은 말맛 대사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생활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극을 이끈다. 거친 입담, 망설임 없는 주먹을 가진 마약반의 만능 해결사 장형사를 연기하는 이하늬는 터프한 캐릭터와 코믹 연기를 과하지 않게 잘 살려 적역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범죄도시'의 조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진선규가 마약반 트러블 메이커이자 절대미각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 마약반에서 치킨집이 성황일 때 홀로 고독하게 추격을 멈추지 않는 영호를 연기한 이동휘와 열정이 넘처 위험한 막내 형사 재훈으로 활약한 공명까지 다섯 배우의 조합도 나쁘지 않다.
실적 부진에 허탕만 치는 마약반은 해체를 앞두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위장 창업을 하며 잠복 수사에 돌입한다. 잠복 근무가 비장하게 시작되지만 바삭하게 튀겨진 맛있는 치킨의 비주얼은 긴장감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만다. 의도치 않게 치킨집이 문전성시를 이루자 자신의 진짜 직업이 형사란 사실도 잊은듯 치킨 장사에 진지하게 몰두하는 이들의 모습도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다 우연히 얽힌 일로 인해 이들은 다시 수사에 집중하게 되고 후반으로 갈 수록 허당인 줄 알았던 마약반 형사들의 히어로 적인 면이 드러난다. 허당 같은 면모를 통해 코믹함을 보여줬지만 액션도 놓치지 않았다. 형사들이 주인공인 만큼 각 화려한 액션 연기가 볼거리를 더한다.
영화는 슬프거나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마저 코미디로 풀어 웃음으로 승화했다. "소상공인은 다 목술 걸고 한다"는 후반부 대사에서는 이 감독이 단순한 웃음만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공감과 통쾌함을 안긴다. 코믹 영화지만 웃음 뿐 아니라 액션과 공감까지 고루 담으려 한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후반부 액션 장면이 다소 길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러닝타임 111분. 15세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