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김보라 "부족함 숨기려 독해진 혜나,이해해줬으면" [인터뷰①]
입력 2019. 02.04. 09:00:00
[더셀럽 안예랑 기자] “혜나야, 3개월 동안 정말 고생했다. 2년 동안 잘 버텨줬구나. 수고했다. 조심히가렴”

‘SKY캐슬’에서 그려진 죽음은 항상 충격적이었다. 김혜나의 죽음도 그랬다.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발악해야 했던 10대 소녀의 허무한 죽음은 극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시청자들은 김혜나의 삶을 안타까워했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며 모든 진실이 드러날 순간만을 기다렸다.

최근 더셀럽 본사에서는 JTBC 드라마 ‘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에 출연했던 배우 김보라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배우 김보라가 아닌 온전한 김혜나로 살아왔던 순간의 고민을 들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이날 김보라는 작품을 마무리한 소감에 대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무래도 3~4개월 동안 붙어 있던 인물이 혜나였기도 하고 혜나한테 그만큼 많이 이입을 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1,2차 미팅 때부터 감독과 작가는 김혜나 캐릭터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죽음도 마찬가지였다. 극에서 김혜나는 김주영(김서형)의 시험지 유출 행위를 알게 됐다. 이를 빌미로 김주영을 협박하던 김혜나는 결국 김주영의 사주로 죽임을 당했다. 충격적인 마무리였다. 10대 청소년의 죽음, 쉽게 볼 수 없는 전개에 김보라도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결국 그는 ‘죽을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떻게 보면 기댈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성장을 하고 있던 10대 소녀였다. 그 소녀가 아무리 독하고 영악하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냐. 큰 무기 없이 영리한 두뇌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데 김주영 선생님까지 꺾는 것은 어떻게 보면 판타지가 아니었을까”


김혜나의 죽음은 극에는 큰 파장을, 시청자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보라도 엔딩에 대해서는 만족을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혜나와 오랜 시간 감정을 공유했기에 김혜나의 죽음은 그에게도 아픈 장면이었다.

“멍하게 되는 엔딩이었다. 혜나에게 이입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당연히 힘들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장면에서도 하염없이 울었던 것 같다. 혜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열심히 노력한 것밖에 없는데 이런 결말이 나오니까”

그리고 김보라의 눈물은 김혜나의 마지막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14회의 마지막 장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김혜나가 흘린 눈물 한 방울에는 혼란스러운 혜나의 감정이 모두 담겨있었다.

“당연히 혜나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상황이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정말 수많은 감정들이 있었을 거다. 그 생각에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20부작이 진행되는 동안 김보라는 김혜나 그자체였다. 김보라는 김혜나를 연기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17살의 어린 아이가 어른들과 대립, 갈등하면서 느낄 불안감을 생각했다. 한서진(김주영)과 대립 후 흔들리는 눈빛, 김주영과의 대치에서 불안함을 들키지 않으려 주머니에 넣은 손 등에서 김혜나의 여린 감정들이 튀어나왔다.

“가진 것은 영리한 두뇌뿐이고 독함과 영악함 대담함도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제 성장하고 있는 10대일뿐이다. 기댈 곳이 필요한 여린 친구였다. 때문에 강한 척은 하되 그 안에 여림은 계속 유지하다. 긴장감을 유지하자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약한 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영악하게 군거다. 뒤에서 혼자 있을 때만큼은 진실된 감정이 나오도록 했다”

14회에서 강예서(김혜윤)에게 강준상(정준호)과 자신의 혈육 관계를 밝히는 장면은 유독 더 많은 고민이 들어갔다. 자신을 도발한 강예서를 향한 분노, 이성을 잃고 비밀을 누설한 것에 대한 당황, 그리고 원래의 모습을 다시 찾기까지 복합적인 감정이 화면에 담겨야 했다. 본인 스스로도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고 말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만큼은 혜나가 어리게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혜나 같이 똑 부러진 아이가 예서가 자신을 건드렸다고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여기서만큼은 살짝 어린 면을 보이기도 했다. 크게 당황하다가 나중에 다시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독한 혜나로 차분하게 돌아간다. 이 과정에 있어서 ‘어떻게 감정선을 유지해야하나, 어떤 부분에서 변화를 줘야 하나, 어떻게 행동을 해야할까’ 고민이 많았다”

“(비밀을 밝히고) 놀란 뒤에 확 변하지 않냐. 이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알아서 퍼담으세요’ 이 부분. 마냥 시시하게 끝나면 재미없을 것 같았다. 냉정하게 가야할지, 기존의 혜나처럼 심플하게 가야할지, 흔들림이 많은 상태에서 해야할지. 한 세 가지 버전을 고민했고 결국 냉소적으로 차분하게 연기했다”

모든 순간 김보라가 아닌 김혜나이려고 노력했지만 김보라가 튀어나올 때도 있었다고. 김보라는 “언젠가 한 번은 촬영을 하다가 저의 톤이 나온 거다. ‘세리 언니가 하버드생이 아니래요’라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너무 해맑게 말했다. 감독님이 깜짝 놀라시더니 ‘너 김보라가 나와버렸어, 보라가 나오면 안돼’라고 하시더라”며 촬영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SKY캐슬’에서 김혜나는 죽었지만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은 김혜나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김보라는 ‘혜나가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에 “진짜 어떻게 됐을까요”라며 고민을 시작했다.

“후반부에서 우주와 손을 잡지 않았을까. 우주도 이해를 해줄테니 분명히 우주에게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사실은 나는 내 선에서 해결하려고 했던 게 컸기 때문에 너네한테 손을 벌리지 않고 싶어서 그랬던 거다고 오해도 풀고. 서울대도 갔을 것 같다(웃음). 졸업해서 유명한 과외선생님이 되어있지 않을까”

김혜나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시청자만큼 본인도 아팠던 시간이었다. 빨리 털어버리고 싶었지만 정말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그 또한 아쉬운 모양이다.

“마지막 촬영을 하고 종방연 때까지만 해도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혜나라는 인물을 함께 하면 할수록 마음 아픈게 점점 더 커지더라. 다른 작품을 통해서 잊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진짜 마지막 방송이라니까 오히려 떠나보내기 아쉽다. 이렇게 되더라”

‘SKY캐슬’은 지난 1일 2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모든 캐릭터가 많은 변화를 겪었고, 미래를 향한 욕망이 아닌 가족의 행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23.8%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했다. 김보라는 김혜나를 향해 “3개월 동안 수고했다. 2년 동안 열심히 버텼구나. 수고했다. 조심히 가렴”이라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와 함께 김혜나가 왜 독해져야만 했는지, 김혜나를 위한 변명을 남겨줬다.

“일단 그 큰 캐슬 안에서 혜나는 어떻게 보면 부족함이 참 많은 아이다. 그런 부족함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더 독하게 했다. 그 사람들의 심리를 흩트리기 위해 약을 올리기도 했다. 차라리 악해보이는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숨기려고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이해해주셨으면 좋을 것 같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권광일 기자]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