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Y캐슬' 김서형,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배우 [인터뷰]
- 입력 2019. 02.05. 18:52:24
- [더셀럽 안예랑 기자] ‘SKY캐슬’ 열풍의 중심이었다.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감수하시겠습니까’ 등 김서형이 연기한 캐릭터를 나타내는 대사들이 각종 미디어에서 패러디됐다.시작하기 전엔 두려움을 연기할 때는 외로움을 감수하고 완성한 캐릭터였다. 김서형 조차도 자신이 김주영인지 김서형인지 구분 가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김서형이 김주영을 만들어갔던 과정 속에서 'SKY캐슬' 열풍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JTBC 드라마 '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에 출연한 배우 김서형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성경의 구절처럼 ‘SKY캐슬’은 미약한 시작과 창대한 끝을 모두 경험했다. 1%의 시청률로 시작한 작품은 23.8%라는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가 가지고 있던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깼다. 시청자들은 다양한 추측으로 적극적으로 극에 참여했다. 가히 ‘신드롬’이라 불릴만한 열기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서형이 있었다. 김서형은 극에서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을 연기했다. 블랙 슈트와 잔머리 없는 업두헤어로 완성된 강렬한 외형과 김서형의 독특한 연기톤을 따라하는 것이 마치 유행인냥 번져나갔다.
“패러디 되는 게 신기했다. 왜 패러디가 될까 궁금했다. ‘왜 유독 나일까’ 생각해보면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감수하시겠냐’는 대사를 봤을 때 톤을 잘 못 잡으면 사극을 하는 것 같을까봐 고심하기에 바빴다. 사람들이 패러디하는 걸 보고 ‘저런 톤이었구나’라는 걸 느꼈다. 지금 시키면 못 한다. 나는 노력할 때만 애쓰고 뒤돌아서면 아무 생각을 안 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서형에게 패러디 열풍은 낯설지 않았다. 2008년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김서형은 신애리로 분해 악역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리고 10년 만에 신애리와는 결이 다른 악역으로 다시 한 번 열풍의 중심에 섰다. 김서형은 ‘아내의 유혹’ 때와 달라진 점에 대해 “대중들의 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때도 악역이라고 해서 사랑을 안 받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단순하게 ‘악’이라고 얘기할 때 악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희 저희의 생각보다 더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극에서 김주영은 모든 캐릭터를 흔든다. 그들의 약학 감정을 파악하고 그를 파고 들어 자신을 믿게 만든다. 결국에는 그들을 파멸로 이끈다. 모든 캐릭터와 대립하는 과정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모든 캐릭터를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강했다.
“감독님이 한서진(염정아)과 김주영을 같은 선상이라고 말씀하셨다. 대본이 나올수록 무슨 얘기인지 알겠더라. 과거에 나는 이미 한서진이 했던 지점을 지나왔고 한서진이 뭘 해도, 이명주(김정난)가 뭘 해도 우스웠던 거다. 다 내가 해봤던 거라 우스웠다. 그런 게 표현이 된 것 같다”
김주영의 냉정한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많은 지점을 고민했다. 김주영이 학부모와 만나는 모든 상황에서 강렬함을 잃지 않기 위해 블랙 의상을 택했다. 잔 머리 하나 튀어나오지 않은 헤어 스타일도 김주영의 냉철한 성격을 외형적으로 보여줬다. 김서형은 김주영의 외형적인 강렬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감정을 절제했다.
"초반에는 표정이 많지 않았다. 딱딱하게 연기했다. 감정이 드러나는 것 보다는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게 첫 번째였다. 무표정으로 연기를 했을 거다. 한서진과 부딪히고 예서(김혜윤)와 함께 하는 신이 생기면서 표정을 넣고 조금 자유롭게 했다. 그런데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하다 보니까 재미가 없더라. 김주영이 너무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감독님한테도 ‘표정의 완급조절을 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었다. 그런 건 현장에서 감독님이 연기하는 걸 보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맞춰갔다“
김주영의 감정을 절제하는 시간은 김서형의 감정을 절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극 전반에 걸쳐 김주영은 모든 캐릭터와 갈등했다.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김서형 또한 김주영과 함께 했다. 다른 출연자들과 거리를 뒀고, 김주영에게 집중했다.
“감정을 모아 놨다. 장면을 함께 해야 하는 배우들과는 대화를 안 했다. 케이(조미녀)와도 대본 리딩 때 인사를 하는데 저랑 붙는다고 생각을 해서 대화를 잘 못 했다. 그 친구가 초반에 저를 봤을 때 조금 그렇게(무뚝뚝하게) 보여질 수 있었을 거다. 어쨌든 후에 풀어질 날들이 있을테니까 그때 보여주자고 했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자고 해도 ‘나중에’라고 했다”
심지어 김서형은 모든 장면을 함께 한 조선생 역의 이현진과도 거리를 뒀다. 그는 “저도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몰랐다.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는데 너무 친해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도 조선생(이현진)한테 ‘밥 먹었냐’ 이정도지 아예 사담을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거절도 했던 역할이었다. 배우 김서형이 김주영에게 몰입하는 과정에서 겪을 힘듦을 예상하고 있었다. 두려움이 앞섰고 눈물이 나기도 했던 순간이었다고.
“슛 들어가고 나면 김주영이 되어버리면 좋은데 저는 전 작품도, 전전 작품도 그렇게 안 되더라. 내가 그걸 아니까 김주영을 처음 제의받았을 때도 못 하겠다고 했다. 이리저리 아프고 힘들 것 같다고. 안 하면 후회할 것 같고, 하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사무실에서 하라고 했을 때 통곡을 했다. 내가 작품을 잘 만나서 다행히도 여기까지 왔지만 모든 사람이 모르는 나만의 트라우마가 있다. 그 안에서 생각했을 때 이걸 하고나서 나는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다. 내가 내 안에서 꺼낸 트라우마를 생각했을 때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김서형은 “일단 발을 넣은 이상 잘 해내리라고 생각했다”며 “어쨌든 좋게 끝나서 좋은 얘기를 듣고 하니 (회사의)촉은 맞았네 하면서 웃으며 지나가는 거다”고 덧붙였다.
고민 끝에 선택한 작품은 호평 속에서 마무리 됐다. 김서형 조차도 때로는 김주영에게서 본인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김서형은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완성했다. 작품의 크기, 역할,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는 김서형. 그렇기에 ‘아내의 유혹’ 신애리가 있었고 ‘SKY캐슬’ 김주영이 있었다. 앞으로 그가 만들 캐릭터를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유기도 하다.
“다음 작품이 뭘까, 나도 궁금하다. 들어오는 작품이 다 카리스마 있고 임팩트 있는 작품이었다. 나는 카리스마의 결이 달랐다고 생각하지 유독 악역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력적인 카리스마 연기를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 복이다. 김주영까지 하고 나니까 ‘김서형이 하면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그 지점이 이번 작품을 통해서 온 것 같다. 이제 ‘김서형한테는 뭘 줘도 잘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전성기 이런 것 보다는. 그 지점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