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바벨’ 끔찍한 19금, 금기 깬 막장 하드코어 ‘여성 학대’
입력 2019. 02.07. 15:45:42

TV조선 ‘바벨’ 박시후 한정원 김지훈

[더셀럽 한숙인 기자] ‘바벨’이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을 깬 하드코어 19금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TV조선 토일 드라마 ‘바벨’은 ‘품위있는 그녀’ ‘미스티’ ‘SKY 캐슬’ 등 JTBC의 연이은 성공을 의식한 탓인지 로맨스 사극 ‘대군-사랑을 그리다’ 이후 8개월 여 만에 내놓은 차기작에 19금을 내걸었다.

지상파보다 표현 수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종편이라는 특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19금 수위의 상한선은 지금까지도 가장 파격적이었다는 평을 듣고 있는 ‘미스티’의 선정성에서 크게 상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첫 회에서 19금은커녕 15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위로 실망감을 안겼던 ‘바벨’은 2, 3회에서 등급 판정조차 불가능한 하드코어로 반전해 보는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바벨’은 최근 사회적으로 민감한 화두인 성 평등 이데올로기를 건드리는 무리수를 뒀다.

영화나 드라마의 뿌리 깊은 성 불평등은 지난해 미투(MeToo) 캠페인을 통해 공론화 됐다. 페미니즘으로 대변되는 성 평등 움직임은 여성을 성 도구화 하거나 여성에게 이유 없이 가해지는 폭행이 등장하는 영화의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며 화제작을 논란작으로 만들어 경종을 울렸다.

이처럼 기계적으로 반복돼온 성 불평등에 대한 강력한 거부 움직임은 영화계를 바짝 긴장하게 해 성 도구로서 여성, 폭력 대상으로서 여성이 등장하는 설정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보편타당한 사회 질서에 어긋나서는 안 되는 미디어인 방송 드라마가 여성을 성 도구로 묘사하고 이유 없는 폭행이 가해지는 장면을 가감 없이 내보내는 시대착오적 선택을 했다.

거산그룹 후계자지만 언제 후계구도에서 제외될지 늘 불안한 태민호(김지훈)가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아내인 한정원(장희진)을 발길로 걷어차고 잔뜩 성난 표정으로 벨트를 풀러 채찍처럼 손에 감고 한정원에 달려드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을 통해 나갔다. 그것도 모자라 벌을 준다며 전혀 예상치 않은 성 행위를 시도하는 장면까지 드라마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하드코어 영화에서도 기피하는 장면이 묘사됐다.

톱스타 한정원이 기자의 기사 하나로 얼마나 무참히 망가졌는지 보여주기 위한 설정을 설명하는 장치로서 지나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뿐 아니라 한정원은 이런 남편 폭력을 피해 자신을 시궁창에 처박은 원인 제공자인 차우혁(박시후)과 내연 관계를 맺고 심문 도중에도 관계를 맺는 등 설득력을 벗어난 설정들로 인해 ‘격정 멜로’가 아닌 ‘격정 막장’이라는 표현이 더 타당하다는 생각을 들게끔 했다.

과도한 폭력과 성 행위 묘사로 가려졌을 뿐 마약을 습관적으로 흡입하는 장면 역시 논란이 되기에 충분했다.

일그러진 욕망으로 주변을 망가뜨리는 엄마 신현숙(김해숙)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장남 태수호(송재희)는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마약 중독자가 됐다. 시도 때도 없이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은 태수호가 태민호와 대립하는 캐릭터라는 설정으로 인해 하나의 에피소드 수준이 대부분이었던 여타 드라마와는 달리 빈도는 물론 묘사까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이런 사회적 규범에서 어긋나는 자극적인 장면을 무수히 배치하고도 시청률은 오히려 하락세다. ‘19금 격정 멜로’라는 홍보 효과로 1회가 3.5%로 시작했으나 2, 3회가 각각 2.5, 2.8%로 한 주 만에 2%대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자극적 장면을 다 걷어내면 줄거리는 여러 드라마를 짜깁기 한 듯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 신현숙의 광기는 김해숙으로 인해 그나마 강한 인상을 남겼으나 태민호의 죽음과 태 회장(김종구)의 헬기 사고의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데는 실패했다.

‘미스티’가 19금 수위에도 논란보다는 호응이 컸던 이유는 설득력 있는 19금이었던 데 있다.

고혜란(김남주)과 이재영(고준)은 과거 연인이었고 강태욱(지진희)은 아내가 자신의 신뢰를 저버린데 대한 배신감과 짓밟힌 자존심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에 적절하게 19금 장면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적 주체로 묘사해 여성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물론 고혜란 역시 자신의 성공의 디딤돌로 남자를 이용해 궁극적으로는 이 드라마 역시 페미니즘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를 수용하고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반면 바벨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성 편향성을 드러냈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차우혁 한정원 태유라(장신영) 태민호, 4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차우혁을 가운데 둔 한정원과 태유라의 대립, 여기에 죽은 후에도 이어지는 태민호의 그늘이 갈등의 축을 이룰 것을 보여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TV조선 ‘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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