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출 부족함 느껴지지 않게” ‘킹덤’ 김성훈 감독의 고뇌 [인터뷰]
- 입력 2019. 02.07. 19:57:02
- [더셀럽 김지영 기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 ‘킹덤’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한국의 미를 살리면서 장르적 특색도 놓치지 않은 ‘킹덤’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엔 김성훈 감독의 예술적인 연출이 상당부분 차지했다.
지난 25일 세계적인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이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끝까지 간다’로 칸 영화제에 진출하고 영화 ‘터널’을 통해 712만 관객을 사로잡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김성훈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물을 연출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김은희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여러 편으로 공개되는 드라마에 도전한다는 것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넷플릭스와 드라마, 둘 모두가 저에겐 신선했다. 좋은 아이템을 만나면 플랫폼이 어디든 선택을 했겠지만 그 당시의 저는 드라마에 대한 새로움이 있었다. 물론 그 뒤엔 김은희 작가가 있었다. 저의 오래된 친구이자 제가 좋아하는 형의 아내이자 저한테 맛있는 걸 사주는 사람이자 가장 믿음이 가는 작가이지 않나. 그리고 듣기로는 넷플릭스가 창작의 자유가 무한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
기획 당시 한국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은 넷플릭스에서 처음 시도해보는 시대극, 좀비물을 선뜻 시작하기엔 걱정이 따랐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해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실행에 옮겼다. 김성훈 감독은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해봤는데 정말 힘들더라”고 미소 지었다.
“제가 겁이 많은 사람이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하고 나야 후회를 할 수 있고 궁금한 것은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했는데 정말 힘이 들었다. 힘이 들어도 쾌감이 있지 않나. 지난 6개월 동안 험난했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재밌었다. 더 단단해진 느낌도 들고. 이 작품의 결과를 떠나서 현재까지의 결과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웃음)”
영화를 주로 기획하고 연출해 온 김성훈 감독은 시리즈물인 ‘킹덤’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미술적으로 부족함이 없게 그리고 금전적인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고 넷플릭스와 오랜 기간 협의를 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를 처음 시도했기에 일반적인 한국 드라마 제작비를 제안했고 결국 넷플릭스에서 처음 제안했던 제작비의 70~80%를 증액한 금액으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서울의 뒷산에서 빨리 찍을 수 있겠지만 그런 건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 하는 시도인데 우리의 만족감도 들어가야 하고 낯선 사람들이 볼 때도 쾌감을 느꼈으면 했다. 서사적 아름다움도 있지만 한국의 미와 미쟝센을 창조하기 위해서 이러한 수고들은 당연히 해야 할 것 같았다. 그게 결국은 시간과 돈이다.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극에 어울리는 스산한 분위기와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이 필요했고 저 또한 찍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곳이 있었나’싶은 곳들을 찾아다니려고 했다.”
김성훈 감독은 ‘킹덤’의 촬영지를 ‘시리도록 예쁜’이라고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름답지만 그 속엔 비밀이 있을 것 같고,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뜻했다. 이는 ‘킹덤’의 서사와 일맥상통한다.
“1부에 나온 창덕궁 후원이 그렇다. ‘킹덤’의 설정 상 후원의 연못에 시신을 감춘다. 궁궐은 격식을 너무나 중요시하는 사대부들이 모인 곳이지 않나. 그런 곳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시체 은닉을 엄격한 품격 속에서 이뤄진다는 아이러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품격 아래 추악함이 드러나지만 그 위에는 엄청나게 아름다운, 그런 대비감을 담으려고 했다. 가장 아름다움과 가장 더러움을 충돌시키는 것.”
더욱이 ‘킹덤’의 연출이 다수의 네티즌들에게 극찬을 받는 요소 중 하나는 부감 연출로 볼거리를 풍성하게 더한 것이다. 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기법인 부감으로 조선시대 궁궐의 전체적인 배경, 긴급한 사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성벽과 봉화대, 동래와 상주를 하늘에서 내려다봄으로써 ‘킹덤’을 단 한 장면도 놓칠 수 없게 만들었다.
“저도 모르게 저의 습성이 나온 것 같다. 부감은 ‘끝까지 간다’와 ‘터널’에서도 자주 이용한 기법이다. 인물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짓는 표정을 담을 수도 있지만 그 상태를 보여 주면서의 정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킹덤’에서도 이런 것들을 많이 시도했다.”
김성훈 감독은 연출에 있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1부의 타이틀이라고 밝혔다. 주로 한국 드라마에선 출연자를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미국 드라마에선 서사적 기능을 하는 타이틀에 김성훈 감독 또한 극의 서사로 풀어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자 했다.
“향이 나오고, 누군가의 염이 나오는 것들이 1부의 전 서사처럼 보였으면 했다. 타이틀이지만 서사처럼. 그래서 서사처럼 보이는 음악을 쓴 것이다. 1부에서는 서사적 기능을 하게끔 하고 2부부터는 온전히 타이틀로서 작용한다. 그래서 음악도 2부부터는 멜로디가 강한 음악을 사용했다. 2부부터는 스킵을 하지 않나.(웃음) 혹시라도 궁금한 분들이 있으면 1부의 타이틀은 다른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의미 있는 ‘킹덤’ 시청이 될 것이다.”
6회 내내 중후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킹덤’에서 예상 밖의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감옥에서 나무칼을 목에 찬 죄수 한명이 좀비로 변해 아직 감염되지 않은 일반인을 밤새도록 쫓는다. 이는 김은희 작가가 쓰지 않은, 현장에서 탄생한 장면이다.
“좀비가 상층계급에서 하층계급까지 내려가는데 이것을 하나의 분위기로만 이어가면 지루할 수 있어 변주와 유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고유의 칼이 누군가를 옥죄지만 한 명은 살기위해서 버둥거리는 것을 나타냈다. 아이러니하고 끔찍하지만 웃긴 것을 의도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킹덤’이 190개국에 공개된다는 것은 여러모로 걱정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궁궐과 관하의 구분 같은 얕은 지식이라도 역사적 이해가 돼야 ‘킹덤’의 서사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성훈 감독은 “걱정은 됐지만 가장 무서운 시청자는 한국사람”이라고 답했다.
“한국 사람들은 서사를 냉정하게 본다. 우리는 가짜 같으면 안 보지 않나. 한국 시청자의 눈이 가장 높기 때문에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다. ‘킹덤’을 하면서 외국의 눈높이, 시선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춘 음식이라면 우리 입맛에는 안 맞지 않겠나. 하지만 문화의 차이로 인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는 넷플릭스 직원에게 연락이 와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한 예로 외국인들은 궁궐과 동네 관하를 구분하지 못하더라. 우리는 삶속에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자막을 살짝 넣었다.”
끝으로 김성훈 감독은 아직 ‘킹덤’을 보지 못한 네티즌들에게 “쾌감이 있는 작품”이라며 시청을 독려했다. 시즌2의 1회를 끝으로 연출에 참여하지 않는 김성훈 감독은 다시 영화판으로 돌아가 차기작을 기약했다.
“‘킹덤’은 탄탄한 서사에 좀비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액션적인 쾌감, 스릴과 서스펜스 같은 장르적인 재미가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분들이 진입장벽에 대한 편견만 내려놓으신다면 쾌감이 있는 작품이다. 또한 저희 작품이 잘된다면 ‘킹덤’ 촬영지를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킹덤’ 시즌2의 1편만 제가 연출한다. 제가 저질러놓은 것은 마무리해야하니까.(웃음) 이걸 어떻게 마무리할지 걱정이 되지만 책임을 져야한다니까…. 너무 벌렸나 싶긴 하다.(웃음)”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