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의 품격 종영 기획] 노동권리+전개+남자주인공 부재, 저질이 따로 없다
입력 2019. 02.22. 14:39:34
[더셀럽 김지영 기자] 막장을 예고하고 시작한 드라마 ‘황후의 품격’이 막을 내렸다. 애초 예상된 막장에 더해진 밤샘근무, 주인공 부상과 하차로 품격은 잃은 채 비난 속에 퇴장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방영된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 김유진, 이정림)은 갑자기 신데렐라가 돼 황제에게 시집온 명랑 발랄 뮤지컬 배우 오써니(장나라)가 궁의 절대 권력과 맞서 싸우다가 대왕대비 살인사건을 계기로 황실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이야기.

그러나 극이 흐르면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향해가기보다는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논란이 끊임없이 양산되고 시청률도 하락하는 등 초반의 기대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 이혁(신성록)은 태황태후(박원숙)의 유서를 읽고 태후 강씨(신은경)의 악행에 분노했다. 이에 그는 태후의 악행을 밝히고자 나왕식(최진혁)으로 변장해 마약 임상실험을 진행하는 황실 재활 병원으로 가 사람을 풀어주다가 태후 강씨가 쏜 총에 맞았다.

태후 강씨는 자신이 사망케 한 인물이 나왕식이 아닌 자신의 아들임을 알아채고 경악했으나 경찰이 오는 소리를 듣고 도주했다. 이혁의 죽음 이후 태후 강씨와 서강희(윤소이)는 경찰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감옥에 수감됐다. 오써니는 이혁이 죽기 전 자신의 악행을 반성하고 대한제국 황실의 모든 전권을 자신에게 위임했다고 밝히며 황실을 폐지했다.

이후 오써니는 아리(오아린)와, 민유라(이엘리아)는 아들인 나동식과 함께 사는 것으로 급하게 마무리 됐다.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언니는 살아있다’ 등을 집필한 ‘막장의 대가’ 김순옥은 이번 작품을 통해 권력을 가진 위선자들을 가진 것 없는 오써니가 개혁하는 스토리를 그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배우들 또한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이 정말 재밌다”며 “스토리는 물론이고 필요 없는 캐릭터가 없다.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극찬을 이어갔다.

“정말 재밌다”의 의미는 달랐던 것일까. 매 회마다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태후 강씨를 자극하기 위해 민유라는 이혁과 수위 높은 스킨십을 이어나갔고 첫 회부터 많은 캐릭터들이 사망했다. 필요 없는 캐릭터가 없었던 이유는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다.

또한 민유라를 납치해 채찍질을 하고, 시멘트를 쏟아 붓고, 테러범을 조현병 환자로 표현했다. 화상을 입은 민유라에게 마취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염증을 긁어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도 그대로 전파를 탔다. 더불어 이혁을 자극하기 위해 태후 강씨가 살아있는 앵무새를 불에 태우는 장면, 이혁이 오써니를 밀친 뒤 강제로 입을 맞추는 장면, 민유라가 과거 임신한 상태에서 표 부장(윤용현)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 등 자극의 끝을 달렸다.

이로 인해 ‘황후의 품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조현병 환자 비하, 시멘트 고문 장면 등을 15세로 관람한 것을 두고 법정 제재의 ‘주의’를 내렸다. 그러나 이후 또 다시 자극적인 장면이 등장해 결국 국민청원까지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황후의 품격’의 막장은 극 중 전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황후의 품격’ 스태프들은 근로시간 미준수와 관련해 SBS와 제작사를 고발했다. 이들이 공개한 촬영일지에는 짧게는 12시간부터 길게는 29시간 30분까지 근로시간이 기록돼있었다.

당시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김순옥 작가는 슬픔과 외로움에 있는 사람들에게 슬픔을 잊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다”며 그러나 “정작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망에는 관심이 없는 듯 시청률을 높이고 자신들의 명성을 높이는데 몰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방 촬영으로 부상이 속출했다. 첫 방송이 전파를 타기도 전에 남자 주인공인 최진혁은 눈썹 부근을 30바늘 꿰맸고 신성록은 발 부상을 당해 입원과 수술을 하기도 했다. 양측 모두 “경미한 부상”이라고 입장을 밝히며 대중의 걱정을 잠재웠으나 한 드라마에 두 명이상의 부상자가 생기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SBS와 ‘황후의 품격’ 측은 “탄탄한 결말과 유종의 미를 위해 4회 연장”하겠다고 밝히며 애초 48부작 드라마를 52회로 종영하겠다고 입장을 표했다. 개연성 없는 전개, 자극적인 연출, 완성도 떨어지는 연출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었던 ‘황후의 품격’이 ‘탄탄한 결말’ ‘유종의 미’를 언급하며 연장을 고수한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반응에 최진혁의 하차가 힘을 실었다. 해외 스케줄상 연장분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최진혁으로 인해 남자 주인공 없는 드라마가 완성됐다. 여기에 김순옥 작가는 신성록까지 살해하며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을 만들었다.

‘황후의 품격’은 첫 방송부터 연일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하며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스태프의 적정 노동 권리, 개연성 있는 전개, 남자주인공까지 3無인 ‘황후의 품격’이 영광을 누릴 자격은 없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SBS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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