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있었던 일인데” ‘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의 간절한 당부 [인터뷰]
입력 2019. 02.25. 14:38:21
[더셀럽 김지영 기자] 매 작품마다 100%를 쏟아 부었던 배우 정지훈이 이번 ‘자전차왕 엄복동’에서는 “바퀴 두 개 달린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개봉을 앞두고 더셀럽과 만난 그는 예비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은 일제강점기,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일본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1위한 실존인물 엄복동을 소재로 한 영화. 정지훈은 엄복동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 나간다.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난 정지훈은 맏아들로서 가장을 책임진다. 무거운 물동이를 지고 물장수였던 그는 자전차에 빠지고 살길을 찾기 위해 경성으로 향한다. 자전차경기대회 우승 상금을 받기 위해 일미상회 자전차 선수단에 입단한 그는 고된 훈련을 거쳐 선배들보다 먼저 자전차 경기에 출전한다. 이전까지 일본 선수에게 패배해 좌절감을 안겨줬던 국민들에게 엄복동은 보란 듯이 우승해 기쁨을 선사한다.

영화는 강원도 태백 출신인 엄복동이 경성으로 향하게 되는 과정, 처음 출전하게 된 경기에서 거머쥔 우승, 엄복동의 질주를 막기 위해 출전한 일본인 카츠라(정석원)와의 경기 등이 핵심으로 그려진다.

실존 인물인 엄복동을 소재로 했으나 극은 대부분 김유성 감독의 상상력으로 완성됐다. 엄복동과 얕은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김형신(강소라)과의 에피소드, 애국단과 친일파의 대립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극 중 말미 극단으로 치닫는 애국심 조장 장면에 대해 정지훈은 “절대 허구가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는 엄복동이 경기 중 일본 순사들로부터 위험에 처하자 관객들이 들고 일어나 ‘엄복동을 구하자’고 순사들에게 저항하는 장면이다.

정지훈에 따르면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서 보호를 한 것은 사실이다. 엄복동이 늘 1등만 하니 일본 측에서 경기를 멈춰버리고 반칙패를 선언한다. 이에 엄복동이 화가 나 단상에 올라가 일장기를 부러트린다. 그러자 일본 순사들이 엄복동에게 총을 겨누자 민중들은 ‘엄복동 선수를 지키자’며 인간 벽을 쌓는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이를 살짝 다르게 그렸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에 영화가 인기 있으려고, 감동을 주려고 애국심, ‘국뽕’, 허구의 것을 뽑아내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한다면 저는 ‘실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이냐’고 묻고 싶다. 극 중에서 자전거를 던지고 민중에게 총을 쏘지만 실제론 엄복동 선수를 사격하고 있을 때 민중들이 뛰쳐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영화가 개봉하면 이슈는 될 것 같은데 가짜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가짜로, 허구로 만들어내서 감동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엄복동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정지훈은 이번 영화의 제작을 맡은 이범수가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와 시나리오를 건네면서 알게 됐다. ‘자전차왕 엄복동’이라는 영화 제목에 정지훈은 “아이들 가족영화인 줄 알았다”고 회상하며 웃었다.

“어린이 가족영화인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스포츠 영웅 얘기더라.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나’싶었다. 그래서 이범수 선배님께 ‘실화냐’고 여러 번 물었다. 영화에선 독립투사들 이야기와 우리나라의 영웅이었던 스포츠 선수 엄복동을 알리는 영화라고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엄복동 선생님의 자료를 찾아본 뒤 알아야할 인물인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

역사적으로 여러 번 언급되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료를 찾아도 연기로 재해석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나 엄복동의 성격, 버릇, 제스처, 사랑하는 여인을 대할 때 등이 영화에서 필요했으나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결국 정지훈은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엄복동을 탄생시켰다.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구상을 하고 구도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제 나름대로의 연구는 정말 자전거가 좋아서 순수하게 자전거를 열심히 탔는데 1등을 하게 됐고 1등이 좋아서 꾸준하게 했다가 2천만 조선인들이 따르고 응원해준 것이다. 그래서 앞만 보고 순수하고 순박하게 열심히 자전거를 탄 청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저희 아버지가 서산에 사실 때 나무꾼이셨다. 나무가 무거워 뒤뚱뒤뚱 걸으셨는데 그게 습관이 돼서 평소에도 그렇게 걸으셨다. 그게 생각이 나 엄복동이 물지게 할 때 비슷한 걸음걸이를 했다.”

이번 영화에서 자전거 경주 선수가 돼야 했던 정지훈은 체력을 기르기 위해 선수촌에 입단했다. 한국체육대학교 국가대표 사이클 코치에게 직접 훈련을 받았고 수없이 트랙을 돌았다. “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며 “지금 앉아서 말하고 있는 게 너무 좋다. 자전거만 안 타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직사광선 아래에서 자전거를 하루에 8시간 동안 모래바닥에서 탔다. 얼마나 자전거를 타기 싫었냐면, 촬영할 때 밤늦게 잠들었다. 내일 또 자전거를 타야한다는 압박감이 싫어서 버틸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어린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하면 책상에 앉아서 졸지 않냐. 공부하기 싫어서. 내가 그랬다. 자전거를 보면 그렇게 졸렸다. 촬영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왜 하고 있지’ ‘더 편안한 영화, 드라마가 있었을 텐데’ ‘무대가 그립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엔 해가 길어서 해가 그렇게 미웠다.”

현재엔 아무렇지 않게 ‘엉덩이를 들고 자전거 타기’를 하지만 과거 당시 자전거가 생소했던 이들에게 엉덩이를 들고 허벅지에 힘을 준다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술을 쓴 사람도 엄복동이 최초였고 이 기술을 이용해 일본 선수를 제패했다.

“사실 서서 타는 게 그렇게 큰 감동은 아니다.(웃음) 저도 촬영할 때 황재호(이범수)가 ‘지금이야’라고 소리칠 때 좀 그랬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당시엔 자전거가 잘 없었고 그런 기술을 처음 쓴 게 엄복동이다. 엄복동이 엉덩이를 들었으니 지금 보편화가 된 것이다. 제 나름대로는 진짜 한 만큼 나왔다는 느낌이다.”



‘자전차왕 엄복동’의 촬영은 순탄치 않았다. 2017년 김유성 감독은 “연출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으나 관계자들은 “신인 감독이라 100억 원대 대작을 이끄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김유성 감독이 재 합류해 영화의 연출자로 이름을 올렸다.

“저는 촬영기간이 7, 8개월이었는데 중간에 보름정도 쉬었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의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 저는 몰랐다. 하지만 당시에 그런 일들을 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저는 열심히 했었을 것이다. 배가 흔들린다고 구명조끼를 입고 뛰어내릴 수 없지 않냐. 저는 그냥 제 위치에서 묵묵히 꾸준하게 제 일을 하고 싶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솔직한 게 가장 큰 무기인 것 같다.”

“솔직함이 무기”라고 생각을 밝힌 정지훈은 인터뷰 내내 솔직한 면모를 드러냈다. ‘자전차왕 엄복동’과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같은 날 개봉해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러나 정지훈은 이에도 솔직하게 답변을 하며 영화의 개봉을 기다렸다.

“다 잘되면 좋지 않을까. 고민이나 부담이라는 것보다는 둘 다 잘됐으면 좋겠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도 좋은 영화니까.”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레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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