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류준열 “외모 욕심, 과감히 내려놨다…연기 고민 커” [인터뷰]
입력 2019. 03.15. 09:29:10
[더셀럽 안예랑 기자] 무릇 연예인이라면 보여지는 부분에 많은 고민을 쏟기 마련이다. 류준열은 달랐다. 류준열은 외적인 부분보다는 연기자로서 내공이 자신의 안에 쌓이기를 기다렸다. 작품 그리고 배역과 관련이 없다면 외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았다. 스타 류준열이 아닌 배우 류준열의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근 서울시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돈’에 출연한 배우 류준열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돈'은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이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 돈을 향한 욕망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오락영화다.

이날 류준열은 “요행을 안 바라려고 애쓰는 편이다. 한 만큼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돈’은 제목 그대로 돈을 향한 인물들의 욕망을 그린 작품이었다. 주식 시장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클릭 한 번, 엔터 한 번에 수백억이 오고 갔다. 돈에 휘둘리는 인물들을 그려내기에 적합한 배경이었다. 류준열은 “돈에 관한 이야기를 증권사 주식을 도구로 풀어나간 게 효과를 본 영화다”고 말했다.

“주변에 증권사 다닌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큰돈을 잃었다가 벌고 그러는 게 허탈하다고 하더라. 돈이라는 게 뭔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7억을 벌었는데도 서울에 집 한 채를 못 사니까 ‘얼마 안되네’라고 표현한다. 그런 큰돈이 가볍게 다뤄지는 게 무섭기도 했다”

류준열은 작품에 들어가면서 현금을 뽑아놓고 돈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는 “종이 쪼가린데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고, 죽고 살고 하는 걸 보니 복잡한 마음이 들더라”고 고민의 결론을 전했다.

류준열의 말대로였다. 영화 속 조일현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단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돈 때문에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러야했다. 조일현은 그 중에서도 돈으로 인해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 인물이었다.


열정만 가진 채 주식 브로커가 된 조일현은 인맥과 ‘빽’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자신의 처지를 실감했다. 그렇기에 우연한 기회에 자신을 찾은 번호표의 불법적인 작전 제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7억에서 시작해 10억, 20억에 달하는 돈을 손에 쥐기 시작하면서 조일현은 욕망에 눈을 떴다. 영화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심리적, 외형적 변화를 겪는 조일현의 모습이 잘 담겨져 있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액션은 없는데 액션 영화 같은 그런 느낌이 있었다. 쫄깃쫄깃하고 후루룩 넘어갔다.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는데 얼굴과 표정에서 많이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극 초반 신입사원 시절의 조일현은 열정과 성실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류준열은 데뷔 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를 다녔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극 초반 조일현에게 투영시켰다. 눈빛이나 자세를 통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극이 전개되면서 조일현의 얼굴에는 언제 불법 행위가 들킬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돈에 대한 욕망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조일현의 얼굴이 변하는 순간은 류준열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

“연기를 시작할 때는 신입사원이었다. 스케줄을 순차적으로 찍다가 앞에 장면을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신입 사원의 모습으로 세팅을 하고 찍었는데 그 얼굴이 안 나오더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분장도 바꿔봤는데 아무리 해봐도 안 나와서 과감하게 포기했다. 걱정도 됐지만 반대로 내가 잘 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인물이 변하고 있고, 일현이가 변하는 모습이 (내 안에) 잘 쌓이고 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

돈에 눈을 뜬 조일현의 변화는 표정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류준열은 이번 작품에서 잘생김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칭찬에 “계속 양복만 입고 나와야 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 류준열은 매 작품마다 캐릭터가 지닌 멋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스크린을 채우고는 했다. 이번 작품 또한 외모에서 조일현의 변화가 느껴졌을 정도. 그러나 류준열은 보이는 이미지 보다는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저는 이미지로 고민해본 적은 없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고 공감이 되면 진행을 하는 스타일이다. 하다보면 이런 저런 모습이 나온다. ‘독전’에서도 (캐릭터에 대해) 좋은 얘기 많이 해주셨는데 ‘독전’에서는 인물 묘사가 거의 없다. 인물 자체의 이미지보다도 인물의 감정이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더라. (이번 작품에서) 양복을 입고 좋은 이미지가 나왔다면 보너스랄까(웃음)”


외적인 모습이 때로는 스타성과 직결될 때가 있다. 직업적 특성상 작품에서 멋있게 보이고 싶다는 욕구도 있을 터였다. 류준열은 “스타라는 말이 제가 잡기에는 어려운 단어인 것 같다”며 겸손을 표하며 이번 작품에서도 외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포기했다고 밝혔다.

“‘돈’에서 상반신, 하반신 다 노출하는 장면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관리도 조금 해야 되나 싶었다. 그런데 저는 특별히 준비를 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영화 안에서 일현은 주식 브로커지 않나. 주식 브로커가 몸을 보여줘야 되나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멋있는 것에 대한) 욕심을 내려놨다”

이는 최근 류준열이 하고 있는 고민과도 맞닿은 지점이었다. 어떻게 하면 외적인 표현이 아닌 에너지만으로 관객을 매료시킬 수 있을까. 류준열은 선배 배우 조승우가 출연한 뮤지컬을 언급하며 “조승우 선배님 연기를 보면 외적인 표현보다도 아우라 같은 다른 에너지가 있다”고 감탄했다.

“저도 그런 부분을 표현하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노출 장면을 중요하게 생각 안 하고 다른 부분을 더 신경 쓰려고 했던 것 같다. 노출을 신경 쓸 때 얻는 게 있겠지만 잃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잃는 건 과감하게 잃고 얻는 건 과감하게 가져가려고 했다”

이번 작품도 캐릭터의 감정을 따라가며 연기를 했다. 그리고 류준열은 ‘돈’을 통해 연기를 대하는 자세 한 가지를 배웠다. 극 중 조일현은 번호표의 지령대로 작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쉴 새 없이 매수와 매도를 반복한다. 키보드 위를 움직이는 류준열의 손놀림과 눈빛이 영화의 긴장감을 완성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에 류준열은 “박누리 감독님께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스크린 안에서 관객들에게 그게 잘 전달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편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감독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아쉬움이 남거나 무언가가 더 있을 것 같을 때 그 부분을 파내고 꺼내려고 애를 쓰셨다. 감독님이 계속 요구하시니까 ‘이정도면 됐다’가 아니라 ‘뭐가 더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과정이 스크린 안에 잘 표현이 됐더라. 그래서 ‘이만하면 됐다’는 건 정말 없구나, 내가 스스로에게 속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감독님을 믿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돈’은 류준열에게 영화를 하는 재미를 알려준 작품이기도 했다. 열정, 에너지, 연기, 작품을 대하는 자세 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류준열은 영화 작업에 대해 “영화는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만족스럽게 끝내기도 하고, 아쉽게 끝난다면 보완해서 찍는 일의 반복이다”며 “(‘돈’은) 그런 추억들이 쌓이면서 ‘이 맛에 영화를 하는구나’라고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해 ‘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돈’은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다. 그러나 그 안에는 우리가 쉽게 접하고 때로는 동경하는 돈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관객들에게 돈의 가치와 의미를 한 번쯤은 생각해보도록 만들 것이다.

“오락 영화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야 하고, 배우는 시대상을 반영해야 된다.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값진 작업이었다. 일현이나 사람들은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실수를 하고, 돌아왔다가 다시 그런 걸 반복하면서 사는 것 같다. 영화가 돈과 삶에 대한 화두를 던질 것 같다. 주식이지만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게 다뤄진 것도 좋았다”

'돈'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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