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고?” ‘우상’, 해석보단 스토리를 따라가면 [씨네리뷰]
입력 2019. 03.20. 07:00:00
[더셀럽 김지영 기자]영화 ‘한공주’로 한국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킨 이수진 감독이 5년 만에 영화 ‘우상’으로 돌아왔다. 깊이 있는 연출과 메시지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이수진 감독답게, 이번 ‘우상’도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메타포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를 해석하기 위해 하나하나 집중하기보다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우선이다.

중국에서 중의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한의사로 활동 중이던 구명회(한석규)는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도지사로 성장했다. 나아가 도의원, 그 이상을 꿈꾸던 중 철없는 아들(조병규)이 뺑소니사고를 내면서 활동에 제약이 걸리기 시작한다. 이미 구명회가 알게 된 시점은 사고가 발생한지 이틀이나 경과된 상황. 구명회는 아들의 사고를 조금이나마 축소시키기 위해 조작하고 아들을 자수시킨다.

아들 부남이 신혼여행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유중식(설경구)은 괴로움에 휩싸인다. 스스로 사고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나서지만 국민적 신임을 얻고 있는 구명회가 연루돼 계속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점차 사건의 내막을 알아가며 아들과 결혼시키려고 했던 조선족 최련화(천우희)에게도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상’은 중반부에 위치한 유중식의 연설이 내레이션으로, 머리가 사라진 이순신 동상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포문을 연다. 극 중 클라이맥스인 두 장면이 가장 먼저 관객들을 맞이하면서 영화의 의문점을 자아내고 스릴러인 ‘우상’을 더욱 집중하면서 보게끔 설정한 것이다.

이를 비롯해 영화의 곳곳에 의뭉스러운 장치들이 포진돼있다. 또한 조선족인 최련화와 그의 사촌언니가 사용하는 연변사투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다소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영화를 이해하는 것에 방해를 하지는 않는다. 중반부 유중식과 사촌언니가 나누는 대화는 극의 말미 다른 이들의 입을 통해서 한 번 더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것들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관람하다보면 물음표만 남는, 정작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우상이 사전적 의미 그대로인 ‘신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나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각자의 욕망, 욕심이 맹목적인 대상이 된다면 그것 또한 우상이 되는 것”이라는 이수진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 후 영화를 보는 것이 좋겠다.

이에 살인사건으로 인해서 자신의 맹목적인 믿음, 욕망을 놓치게 된 구명회와 유중식이 다시 이를 붙잡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 갑자기 사라진 최련화가 목숨을 다 바쳐 갖고자 했던 것에 포커스를 둔다면 어렵지 않게 ‘우상’을 즐길 수 있다.

이수진 감독과 주연 세 배우는 “‘우상’을 관람한 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바 있다. 구명회, 유중식, 최련화에 얽힌 이야기를 쫓으며 영화를 즐긴 후 이수진 감독이 곳곳에 숨겨놓은 메타포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는다면 영화의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20일 개봉.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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