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 '악질경찰' 세월호를 품은 범죄 영화, 아슬아슬한 평행선
입력 2019. 03.20. 15:51:45
[더셀럽 안예랑 기자] 아슬아슬하다. 상업영화의 재미와 세월호의 진정성은 서로 닿을 듯 말 듯 평행선을 걷는다. ‘악질경찰’이 두르고 있는 상업영화라는 외피는 세월호라는 민감한 문제를 풀기에는 너무 거칠었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 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이 경찰 압수 창고를 털던 중 폭발 사고에 휘말리면서 용의자로 지목되는 이야기다. 조필호는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폭발 사건의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전소니)를 쫓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나를 쫓는 또 다른 악 태성그룹 회장의 오른팔 권태주(박해준)과 대립하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상업영화 측면에서만 본다면 ‘악질경찰’은 영화적 재미가 충분한 작품이다. ‘아저씨’(2010), ‘우는 남자’(2014)의 이정범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특색이 묻어나는 느와르로 관객을 찾았다.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다. 야심한 밤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조필호의 모습에서 시작해서 끊임없이 불법, 욕설,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조필호를 쫓는 거대한 악 권태주는 날카로운 살의를 온 몸으로 뿜어내며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준다. 조필호와 권태주가 육탄전을 벌이는 순간들은 액션 영화가 주는 긴장감과 쾌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실제 사건을 겨냥하는 듯한 대사들로 공감과 씁쓸함, 통쾌함을 안겨준다.


그러나 영화는 너무 거칠었다. 약자를 향해 망설임 없이 폭력을 가하는 인물들, 고등학생을 보고 침을 흘리는 캐릭터의 모습은 때때로 거부감을 불러오기도 했다. 평범한 상업 영화였다면 영화적 요소로 치부할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이 속에서 마주한 세월호는 당혹감을 안겼다.

이질적이었다. 영화에서 세월호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었다. 안산 단원구라는 배경부터 마지막 엔딩크레딧을 장식하는 OST까지, 모든 순간에 세월호가 있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민감한 이야기였고,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 앞뒤로 등장하는 조필호의 악질적인 모습과 폭력적인 장면들은 거칠고 불편했다. 감독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상업영화의 외피를 빌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외피가 주는 불편함은 세월호가 주는 감정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물론 후반부로 향하면서 조필호는 심적 변화를 겪는다. 마냥 나쁜 어른이었던 그가 또 다른 악을 향해 총구를 겨냥하는 순간 세월호와 상황 사이에서 오는 이질감은 줄어든다. 그러나 영화는 조필호가 각성하는 과정에서도 세월호의 기억을 안고 있는 미나를 내세운다.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뒤 상처를 안고 방황했던 미나의 처절한 외침이 치유가 아닌 조필호의 각성으로 밖에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외피가 거칠고 투박하다고 해서 감독의 진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너희 같은 것도 어른이냐”는 미나의 말과 악을 응징하는 장면에서는 아픔을 겪은 이의 울분마저 느껴졌으니 말이다. 다만 '악질경찰'의 외피가 세월호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완벽한 포장지였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영화 '악질경찰'은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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