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부시게' 남주혁의 눈부신 성장 [인터뷰]
- 입력 2019. 03.26. 08:54:58
- [더셀럽 안예랑 기자] 남주혁이 달라졌다. 밝고 활기찬 청춘의 대명사였던 남주혁이 삶에 지친 공허한 눈빛으로 대중 앞에 섰다. 이미지만큼이나 달라진 연기력과 함께 말이다.
최근 서울시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극본 이남규, 연출 김석윤)에 출연했던 배우 남주혁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쓰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시간을 스스로 내던지며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남주혁은 극에서 기자 지망생 이준하로 분했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아버지는 도박까지 일삼았고, 이준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자해를 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가정폭력범이라고 허위 신고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들통나고 이준하는 기자라는 꿈까지 포기해야 했다. 그 후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김혜자(한지민)까지 사라지며 모든 걸 잃은 무기력한 삶을 이어갔다. 이준하의 삶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남주혁에게도 안타까움을 남겼다.
“준하 캐릭터가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캐릭터다보니까 우는 장면이 많았다. 방송에서 보시다시피 우는 장면이 너무 많았는데 감정적으로는 되게 힘들기도 했지만 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순간순간 준하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던 순간이 행복했다. 그만큼 많이 몰입을 했던 것 같다”
모든 장면에서 이준하는 지친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에도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가정 환경 때문에 결국 꿈까지 포기해야 했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20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 생각 하려고 노력했다. 청춘이라고 하면 다 똑같은 고민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 잘 하고 싶고, 잘 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청춘이 너무 많다. 저 역시 배우라는 일을 하고 있지만 똑같이 20대를 보내고 있는 한 명의 청춘으로서 고민이 있고 꿈이 있다. 그 꿈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상황은 다르지만 겪는 어려움은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많이 투영했다”
본인의 고민까지 투영했다는 남주혁은 이준하 그 자체였다. 남주혁은 이준하의 공허한 삶을 눈빛으로 표현했고, 눈물 없이도 슬픈 장면을 만들었다. ‘눈이 부시게’ 이후 남주혁은 ‘눈빛이 슬퍼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됐다고 말했다.
“제 눈빛이 슬퍼 보인다는 말을 이 작품 하기 전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 작품 하면서 많은 분들이 눈이 너무 슬퍼 보인다고, 안타깝고 안됐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 공항을 가서 사진이 찍히면 주변 분들도 사진을 보고 ‘눈이 왜 이렇게 슬프냐’고 얘기를 해주시더라(웃음)”
시청자를 놀라게 한 부분도 이 지점이었다. 남주혁은 드라마 ‘학교 2015-후아유’(2015)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 ‘역도요정 김복주’(2018) 등에서 밝은 캐릭터를 소화했다. ‘눈이 부시게’ 속 이준하는 상반된 캐릭터였다. 밝음 보다는 어둡고 짙은 감성을 연기해야했다. 남주혁의 연기력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기도 했지만 모든 건 기우였다. 남주혁이 연기하는 이준하를 보며 시청자도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다. 남주혁은 ‘눈이 부시게’로 이전에 있던 연기력 논란까지 완전히 털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한테는 다를 게 없다. 예전도 아니다. 많은 질타를 받았을 때도 있었고, 저도 제가 너무나 부족한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원망도, 분노도 없었다. 저는 저의 길을 묵묵히 나아갈 것이고 해나갈 거다. 많이 늘었다고 하실 때도 너무 감사하지만 스스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전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2017)에서도 남주혁은 연기력 논란을 겪었다. 2년이라는 짧은 사이에 연기적 성장을 이룬 남주혁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자 그는 “그 얘기도 많이 해주시는데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겠냐”고 답했다.
“그냥 열심히 했고, 열심히만 한 게 아니라 노력도 했다. 제가 다음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연기를 못 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매 작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연기라는 꿈을 가지고 배우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공감되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노력의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꾸준히 노력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될 것 같다. 아직은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는 모르는 게 많다.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다”
연기력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지만 남주혁의 마음은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모델에서 연기자로 전향했다. 2014년 드라마 ‘잉여공주’로 연기를 시작한 뒤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편견도, 연기력 논란도 있었지만 남주혁은 한 순간도 연기를 쉽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연기력이 좋아졌다는) 그 이야기를 요즘 되게 많이 듣고 있다. 한편으로는 되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첫 번째 드라마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쉽게 생각한 적도 없고 최선을 다해서 매 작품 열심히 찍었다. 제가 부족한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노력을 하고 열심히 하면서 매 작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했다. 꾸준히 하다보니까 이번 작품을 통해서 연기가 많이 늘었다는 얘기를 해주신 것 같다”
남주혁은 쉽게 자신의 연기를 평가하지 않았다. 대신 ‘눈이 부시게’를 통해 받은 연기 호평을 함께 연기한 김혜자, 한지민 그리고 김석윤 감독의 덕으로 돌렸다.
“혜자 선배님과 지민 선배님과 함께 한 것도 영광의 순간이었다. 또 감독님이 없었다면 이만큼의 연기를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고 디테일하게 잡아주셨다. 그 속에서 너무 좋은 분들하고 하고 있는데 어떻게 못할 수가 있겠냐. 정말 많이 노력했다.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 한만큼 폐 끼치지 않고 싶다고 생각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감독님, 배우 선배님이 있었기에 준하라는 캐릭터도 이만큼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특히 김혜자와의 연기는 잊지 못할 순간들로 남았다. 김혜자와 함께 한 모든 장면에서 그는 실제 이준하가 됐다. 모든 배우들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김혜자와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남주혁은 김혜자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행복한 장면에서는 행복했고, 슬픈 장면에서는 슬펐다.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혜자 선생님한테 빨려 들어갔다. 포장마차 신이면 포장마차에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 같았고, 저한테 해주신 충고는 정말 충고로 들렸다. 혜자 선생님과 함께 했던 모든 신들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고, 앞으로도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혜자 선배님이 현장에서도 저를 너무 좋아해주셨다. 현장에서 항상 ‘너가 기대된다’고 얘기를 해주시고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해주셨다. 그런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혜자와 함께한 장면은 그의 뇌리 속에 깊이 남아있다. 남주혁은 9회에 이준하와 김혜자가 나눴던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남주혁은 샤넬 할머니 살해 용의자로 몰리는 고초를 겪은 후 샤넬 할머니의 상주 노릇을 하게 됐다. 김혜자는 그런 이준하에게 “네 인생이 애틋했으면 좋겠다”는 위로를 건넸다. 김혜자의 위로에 눈물을 흘린 건 이준하 뿐만이 아니었다.
“그때가 참 감정적으로 많이 슬펐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저도 제 인생을 애틋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어차피 저 역시도 꿈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노력을 하려고 한다”
남주혁이 ‘눈이 부시게’를 통해 깨달은 건 행복한 순간의 소중함이었다. ‘눈이 부시게’는 25살에서 70살 노인이 되어 버린 젊은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70살 노인이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25살의 기억 속에서 살고 있는 이야기였다.
“촬영을 하면서 너무 슬펐던 건 우리가 행복한 순간만 기억하면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만들어가면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과거 행복했던 순간만 기억하면서 살아간다는 걸 준하 입장에서 들으니 안타깝더라”
남주혁은 그래서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계가 있어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는 “앞으로 해내야 될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저에게 행복한 순간은 지금인 것 같다. 내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아직 잘 해드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 그 시간을 이제 더 이상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행복할 시간이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행복하게 만들어드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소중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 같다”
‘눈이 부시게’는 남주혁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눈이 부시게’에 합류할 당시 김석윤 감독은 남주혁에게 ‘힐링을 주겠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남주혁은 위로를 받았다. 시청자에게 공감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꿈에도 한 발자국 다가섰다. 또 남주혁의 연기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한 꺼풀 벗겨낸 시간이기도 했다. 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임을 스스로 입증한 남주혁,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는 남주혁의 다음 모습이 기대된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드라마 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