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일’ 전도연 “시기의 문제? 타이밍은 만들어가는 것” [인터뷰]
- 입력 2019. 03.29. 16:43:57
-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전도연이 충무로 복귀작으로 영화 ‘생일’을 선택했다. 영화 ‘밀양’ 이후 “아이 잃은 엄마 역은 하고 싶지 않았다”며 여러 작품을 거절했던 그였으나 결국 전도연의 마음을 동요케 한 것은 ‘이종언 감독의 진심’과 이들의 용기였다.
오는 3일 개봉하는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작품은 그간 더러 있었다. 다큐멘터리 형식과 독립영화가 주를 이뤘으나 이를 전면으로 내세운 상업영화는 ‘생일’이 처음이다.
전도연은 처음 이종언 감독에게 ‘생일’의 시나리오를 받고 걱정이 앞섰다. 2014년 4월 이후 현재까지도 많은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오해와 편견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각에서는 ‘피로감’을 언급하기도 한다.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 온전히 영화로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밀양’에서도 아이 잃은 시내 역을 맡았기도 해서 고사를 했었죠. 제가 안하더라도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감독님과 계속 이야기를 했어요.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제가 고사를 했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생일’을 못 놓고 있었던 것 같아요.”
‘밀양’에서 아이 잃은 엄마 역을 맡았던 전도연은 그 뒤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슷한 배역의 작품들은 모두 거절을 했었다. 이번 ‘생일’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러나 더 큰 요인은 시기의 문제였다.
“저도 시나리오를 받고 ‘지금 괜찮아?’라고 했어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어제 만들어질 수도 있고 내일일수도 있고 오늘일수도 있는데 오늘이면 이게 지금이라고 봐요. 적당한 타이밍이라는 것은 없고 타이밍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죠. 감독님에게 ‘어느 누구도 적당한 시기라는 것은 알지 못하고 감독님이 타이밍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생일’에서 전도연이 맡은 순남은 아들 수호를 사고로 잃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세월호 관련 시위, 뉴스 보도, 유가족들의 모임을 외면하며 여전히 수호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더불어 순남은 납골당에 만난 유가족들이 즐겁게 때로는 울적하게 추모를 하는 것에 직언을 쏘아붙이고 생일 모임을 제안하는 단체장을 서둘러 내쫓는다. 온전히 수호의 방에서 수호를 기다리고 추억하는 것 외에 받아들이지 않는 굳건한 인물이다.
“순남은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어요. 부여잡고 있죠. 자신하고 다른 방식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자기 안에 갇혀서 자신밖에 볼 수 없었던 여자였던 것 같고요.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동요하지 않아서 말도 직설적으로 한 것 같아요.”
극 중 수호의 동생 예솔(김보민)은 초등학교 저학년이지만 수호의 사고로 나이에 비해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 나이또래라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반찬투정으로 순남에게 혼이 나 집에서 쫓겨나고 순남의 관심 밖에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시나리오에서도 수호의 그림자가 너무 커서 예솔이가 보이지 않았어요. 촬영을 하면서도 예솔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죠. 순남이 매일 지옥 같은 삶을 견뎌내고 버티는 것은 예솔이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특히나 예솔이와 촬영할 때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촬영장에서 장면을 설명하고 연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더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감정들이 나온 것 같고 그런 감정들이 저에겐 자극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는 마음을 열지 않았던 순남이 주변 사람들의 건네는 손길과 관심으로 조금씩 받아들이며 수호의 생일 모임을 하는 과정이 중심으로 그려진다. 특히나 마지막 수호의 생일 모임은 3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30분 롱테이크 씬으로 스태프와 배우들의 연대감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장면이다.
“‘생일’에 참여한 모든 스탭들의 마음이 같았던 것 같다. 각자의 역할은 작지만 이 이야기를 하는 데 동참할 수 있다는 유대감이 있었다. 그래서 같이 아파하고 같이 힘들어했다. ‘너가 힘들어하면 내가 도와줄게’하고 같이 울어줬다. 그렇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같이 작업했고 힘이 됐다.
분명 ‘생일’과 전도연의 전작 ‘밀양’은 결을 달리하는 작품이지만 보는 관객들은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을 터다. 이에 전도연은 “한 번도 ‘밀양’을 생각하지 않았고 의식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관객들의 예상 반응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했다.
“관객들이 보시면서 분명히 ‘밀양’을 생각하실 거라고 봐요. 아이 잃은 아픔을 전도연이 다른 사람이 아닌 이상 같은 사람이 표현을 한다는 게 다를 수가 없는 것이잖아요. 느끼는 감정은 달랐지만 보는 사람들은 제가 느끼는 감정의 다름보다는 익숙하게 봤던 모습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순남을 선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가지고 가야하는 것 중에 하나였기도 했고요.”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2014년 4월 16일은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에게 아픔으로, 지우지 못할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다. 아직 아픔이 가시지 않은 이들에게 전도연은 자신 또한 그들과 다를 것이 없었으며 비록 ‘생일’을 참여했다고 해서 자신의 몫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전 국민이 사건을 목격했고 트라우마, 상처, 아픔이 됐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외면하게 됐죠. 무서웠어요. ‘생일’이 왓을 때도 그랬던 제 자신이었기 때문에 ‘괜찮을까’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물론 이 작품에 제가 참여했다고 해서 나는 내 몫을 다 했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작품에 참여했다는 용기가 저에게 배우로서도 그렇고 개인 전도연한테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끝으로 전도연은 세월호 소재로 해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조심스럽게 “누군가의 힘듦이 감사함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며 관람을 독려했다.
“물론 ‘내가 왜?’ ‘왜 너처럼 용기를 내’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도 조심스럽고요. 하루의 일상을 전환시킬 수 있는 게 영환데 관객들이 한걸음 다가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다가왔을 때 너무 아프고 힘들게 만들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니까요. 순남의 이웃 우찬엄마(김수진)처럼 다가와주세요.(웃음)”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