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유재명 “쉬운 작품이었다면 쾌감 덜 했겠죠” [인터뷰]
입력 2019. 07.03. 17:17:26
[더셀럽 김지영 기자] 브라운관에서 냉철함과 카리스마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유재명이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겼다. 영화 ‘비스트’에서 이성민과 대립하며 날 선 연기를 선보이며 주연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최근 개봉한 ‘비스트’에서 유재명은 극 중 정한수(이성민)과 과거엔 동료였으나 현재는 라이벌관계가 된 한민태 역을 맡았다. 정한수에게 단독 수사권을 뺏기게 되자 과장자리도 정한수에게 내줄까 염려해 극도로 예민해진 인물.

또한 자신이 맡게 된 마약 관련 사건에 정한수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이어나가지만 좀처럼 해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함을 표하고 이는 보는 이들도 같은 기분을 느낀다. 정한수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극의 전개에 외향적인 정한수와 달리 한민태는 내향적이며 한발 물러서 사건을 쫓아가다보니 연기를 하는 유재명에게도 한민태라는 캐릭터는 쉽지 않았다.

“쉬웠으면 쾌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덜 했을 것 같다. 저는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 쉽지 않아서 도전을 해보고도 싶었다. 만족이라는 단어보다는 안도가 가깝다.”

케이블TV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8’을 기점으로 단역에서 조연, 주연에 등극한 유재명은 이번 ‘비스트’로 당당히 주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주연이라는 부담감 혹은 기대감을 느끼기 보다는 작품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주연이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민태가 어떤 캐릭터인지 생각하는 게 중요했고 우선이었다. 민태가 어떻게 보면 어려운 인물이다. 많은 전사에 대한 설명도 되어 있지 않고 영화를 풀어놓은 방식이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관객들에게 느끼라고 강요가 있을 수도 있다. 관객은 상상을 할 수밖에 없으니 제가 잘 표현해야한다. 그래서 더 재미도 있었다.”

단순한 여고생 실종인 줄 알았던 사건은 토막 살인으로 번지고 연쇄살인으로 확대된다. 가벼운 서사도 없이 사건이 확대되는 과정에 초점을 다룬 ‘비스트’는 예상치 못한 전개로 확장되고 쉼 없이 몰아친다. 유재명도 한민태에 좀 더 과감하게 다가갔다.

“일반적으로 전사를 파악할 때 결혼을 했는지, 애가 있는지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하는데 한민태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은 역할이었다. 그게 있든 없든 상관이 없으니까. 본성으로 다가가야 하니까 과감하게 간 대신 본성이라고 표현되어지는 그런 모습들의 디테일을 살렸다.”

질주하고 표출하는 정한수, 고요한 한민태는 서로 대화하는 장면이 적은 것은 물론, 이야기를 나눌 때도 대화보다는 독백에 가깝다. 상대방의 말에 리액션을 하지 않고 다른 곳을 향해 보고 있으며 어느 경계에 서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정한수와 한민태의 관계가 우리가 사는 모습과 가깝다고 생각했다. 진실성 있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척 하지만 각자 자기 생각에 빠져서 집으로 귀가하지 않나. 남의 말을 자신의 잣대로 정리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상사, 외부 자극이 왔을 때 한 발 빼는 것,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 등이 너무나 현실적인 것 같다. 완전히 설명되는 것들은 아니지만 이러한 것들을 다 설명했으면 영화의 매력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너무 뻔하지 않나.”

극의 말미, 자신의 목표에 다다른 한민태는 화장실에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정돈한다. 손을 다 씻고 물을 끈 뒤 한 번 더 손을 씻으며 생각에 빠진다. 유재명은 이러한 장면에 “단순한 디테일이지만 이유 없이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런 연기를 할 때는 이유가 없다. 캐릭터가 체화가 된 상태고 본능적으로 나오는 것이라 해석해주시는 분들의 몫이다.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깨끗한 척 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나. 연기는 디테일을 하는 것도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나올 때가 있다. 그건 시간이 만들어준다. 보는 사람들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합했다고 하는 쾌감이 있다. 그래서 작업은 줄타기하는 것 같다.”

누가 진짜 괴물인지 추적하고 메시지를 던지는 ‘비스트’에서 유재명이 생각하는 비스트, 괴물 혹은 짐승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는 “절대적인 존재는 연쇄살인범”이라고 했으나 보다 더 추상적인 해석을 던졌다.

“역설적이게도 극 중의 인물들은 비인간적인 모습이 많다. 거래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거래하고 외부의 상황이 생겼을 때 끊지 못하고 운명의 굴레에 빠져서 허덕거리는 모습들이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운 처절한 모습이 짐승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정상이냐 비정상이냐고 한다면 스스로 진실 된 척하면서 그러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에 대한 조롱인 것 같다. 결국 우리이지 않을까.”



최근 들어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재명은 과거 무명시절을 회상하며 “‘작품 주기만 해봐. 다 해 버릴 거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힘든 무명시절을 겪고 난 후 현재는 행복한 때를 보내고 있다고.

“상대적으로 작은 역이 들어오기도 하고 작품 간의 텀이 길기도 했는데 몇 년 사이에 행복한 때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 해내고 싶었다. 늦게 서울 생활을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늦게 많은 분들이 불러주시니까 다 해내고 싶었고 감사하는 마음에 잘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연극을 했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쉬지 않고 연극을 하면서 경험을 했었기 때문에 지금이 가능한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비슷한 캐릭터를 연속해서 맡다보니 고충도 있었다. 이제는 하나의 작품에 집중해 모든 것을 표출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겹쳐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스케줄을 잘 조절해서 한 작품만 오롯이 하는 게 앞으로의 목푠데 의도치 않게 겹쳐지는 게 있다. 그건 제가 부린 욕심이다. 지금은 조금 지혜롭게 작품들을 해나가는 게 목표이기도 하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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