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이성민 “이정호 감독이 연출했다는 설렘있었죠” [인터뷰]
입력 2019. 07.04. 16:36:35
[더셀럽 김지영 기자] [더셀럽 김지영 기자] “지금은 흥행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

지난 2018년부터 배우 이성민이 출연한 영화는 총 여섯 편. 최근 들어 가장 바쁜 충무로 배우 중 한 명인 이성민은 여전히 매순간 연기를 고민하고 영화의 성적을 염려하고 있다. 이정호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인 영화 ‘비스트’에서 그는 자신의 전작과도, 이정호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비스트’에서 이성민은 경찰이라는 직업에 싫증을 느낀 강력반 에이스 정한수를 맡았다. 첫 등장부터 강렬해 조직폭력배와 경찰의 경계를 넘나들고 여고생 토막살인 사건의 진범을 쫓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잡아도 끝이 없다”며 오마담(김호정)에게 푸념하던 정의로운 경찰 정한수의 인생은 춘배(전혜진)의 귀휴로 인해 인생이 180도 달라진다. 춘배는 자신을 구속되게 만든 이에게 정한수의 총을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고 정한수에게 “알리바이가 되어 달라”고 요청한다. 그때부터 정한수는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헤어 나오려 발버둥 치지만 더욱 더 깊게 빠질 뿐이다.

이정호 감독은 예상을 벗어나는 영화, 익숙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재차 언급한 바 있다. 그의 의도대로 ‘비스트’는 한국 영화에서 정형화가 되어버린 서사를 완전히 따돌리고 사건 중심이 아닌 두 형사의 충돌에 집중한다. 새롭게 느껴질 수 있는 ‘비스트’의 시나리오지만 이성민은 달랐다.

“기존 영화랑 다르다는 생각은 특별히 하지 않았다. 새로운 대본이고 캐릭터들이 워낙 돋보여서 끌렸다. 무엇보다 이정호 감독이 연출한다는 설렘도 있었다. 영화를 만들어놓은 것을 보니까 기존 형사물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범인을 추적하는 얘기가 아니라 메시지도 다른 것이다. 그런 지점이 형사물임에도 다르게 다가가는 것 같다.”

영화 ‘베스트셀러’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한 이정호 감독은 해당 작품부터 ‘방황하는 칼날’ 그리고 ‘비스트’까지 이성민과 함께했다. 이제는 익숙할 법도 하지만 여전히 설렘을 느끼고 있었고 이는 이정호 감독의 진중함, 익숙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이정호 감독의 성향은 이성민에게까지 자극을 주고 동기유발이 됐다.

“이번 시나리오는 단번에 읽었다. 이정호 감독의 시나리오 문체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정호 감독이 굉장히 복잡하게 얘기를 하거나 평소 말씀도 멋있게 한다. 대사도 문학적으로 쓴다. 그래서 그 지점은 다른 시나리오보다 읽히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감독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해하기 쉽게 대사를 바꿨다. 그런 시간을 많이 가졌다.”

블랙홀로 빠지는 정한수, 냄새를 맡고 이를 뒤쫓는 한민태(유재명)의 관계에 포커스가 맞춰지다보니, 인물들의 전사는 상세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상황으로 둘의 관계가 예전엔 친한 동료였으나 지금은 라이벌관계라고 알아차릴 뿐이다.

“시나리오에는 사회에 대한 생각들이 나오고 행동이 나오지만 그게 생략돼서 저도 아쉽다. 다른 캐릭터도 그렇고. 설명이 됐다면 조금 더 이해가 됐겠지만 그랬다면 또 너무 친절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감독님이 편집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하시고 기준점을 잡았을 것.”

전개가 중반부를 넘어갈수록 이성민의 연기도 절정에 다다른다. 강력반 형사와 범죄자의 알리바이가 내면에서 충돌해 고민에 빠지는 모습, 이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고 누가 알아챌까 싶어서 신경을 곤두서고 있는 모습 등에선 이성민이 아닌 정한수 자체로 보인다.

“보통은 그냥 연기를 하는데 신경을 썼던 지점이 있다. 범행 현장을 들키거나 총알을 숨기려고 할 때는 조금 다르게 연기를 하고 싶었다. 또 차안에서 민태가 뒤에서 나를 다루는 것처럼 하는 리액션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극의 말미 정한수는 연쇄살인범이 놓은 주사에 눈앞이 흐려지고 온 몸의 근육이 굳고 정상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해진다. 마치 좀비의 움직임과 비슷한 정한수의 모습에 기이함도 느껴진다.

“대본에 ‘온 몸이 마비’라고 적혀 있는데 서서히 마비가 되는 건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감독님한테 엔딩을 물어봤는데 감독님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정말 힘들고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쫓아가곤 있는데 몸은 굳어지니까. 힘들었다.”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어도 몸으로 하는 액션 보다는 입으로, 또 맞는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이성민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많이 때리고 뛰었다. 특히나 둘러서 때리는 ‘훅’보다는 직선으로 때리는 ‘스트레이트’ 타격을 선호했던 이정호 감독 때문에 이성민의 고민도 하나 더 늘은 셈이다.

“맞는 게 편하지 때리는 건 힘들더라. 치고받고 하는 액션도 아니고 일방적이어서 힘들었다. ‘비스트’ 하면서 내면에 별로 없다고 생각했던 폭력성이 조금 나와서 ‘나도 다음엔 앉아서 얘기하는 거 말고 해볼까’했는데 힘들어서 안 되겠다.(웃음) 폭행신이 많이 편집되긴 했다. 원래 버전은 더 많이 때린다. 전혜진이 많이 맞았고. 근데 지금으로도 만족한다. 지금도 잔인하다는 평이 있으니.”



올해 쉰을 조금 넘긴 이성민은 “인생에 앞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연기를 계속 하고 있는 배우들이 많으나 스스로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배우로서 흥행을 걱정해야하는 시기다. 저보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있지만 52세라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배우로서 이성민이라는 사람의 흔적을 남기고 갈 수도 있으니까. 작년에 ‘공작’으로 상을 받고 영화 역사에 내 이름이라도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꿈꿔왔던 일을 해낼 수 있어서 다행이고.”

이성민은 “다시 태어나면 배우 안 할 것”이라고 매번 말해 왔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배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팀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처럼 동료배우, 감독, 스태프가 열과 성을 다해서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 다는 게 그에게 ‘함께하는 작업’이라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외롭지 않은 직업인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고 그 방법을 또 바꿔보려고도 한다. 배우는 좋은 캐릭터가 있어서 연기가 빛나고 좋은 시나리오는 좋은 연출자로 인해서 발현이 되는 것이니까. 그건 배우 혼자만 하는 일이 아니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좋은 조력자들과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외롭지 않은 직업인 것 같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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