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진을 미치게 한 ‘비스트’ 속 춘배의 매력 [인터뷰]
입력 2019. 07.09. 17:37:44
[더셀럽 김지영 기자] 최근 안방극장에서 걸크러시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배우 전혜진을 상상하고 영화관을 찾는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비스트’ 속 전혜진은 우리가 상상하고 있었던 그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을 채우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비스트’에서 전혜진은 강력반 형사 정한수(이성민)의 정보원 춘배로 그를 구렁텅이에 빠트리게 만드는 인물. 자신을 구속시킨 이를 귀휴로 나온 틈을 타 찾아가 살해한다. 이때 정한수가 소지하고 있던 총을 사용해 정한수는 어쩔 수 없이 춘배의 알리바이가 되어주는 대가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우리가 그간 봐왔던 범죄스릴러 장르에서 마약브로커, 경찰의 정보원인 범죄자는 주로 무게가 가볍고 촐싹대는 모습이 어울리는 남자배우가 맡아왔다. ‘비스트’ 속 춘배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궁지에 몰려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일 땐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계속 돌아다니며 산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더불어 온몸에 뒤덮은 문신을 비롯한 강렬한 외형은 여느 범죄스릴러 장르 속 캐릭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를 전혜진이 맡으니 신선하게 느껴진다. 단순히 거칠게 살아온 인생을 표현하기 보다는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더욱 더 강력하게, 세게 표현해 카리스마가 느껴지지만 내면에 숨겨진 연약함이 스크린으로 전해진다. 이정호 감독은 초기 춘배의 캐릭터를 남성으로 설정했으나 전혜진을 만난 뒤 여성으로 바꿨다.

“시나리오 처음 봤을 때는 진짜 대책이 없는 애라고 생각했다. 페이지를 넘기는데 춘배가 너무 없었다. 나올 때는 또 너무 좋고. 춘배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고 조금 대책이 없기도 하다.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지만 저는 되게 좋았다. 짐 같고 한수를 괴롭히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혜진은 이정호 감독과 춘배의 서사를 만들어나갔다. 이들이 구상한 춘배는 할머니의 밑에서 자랐으며 소년원을 들락날락 거리며 성장했다. 이러던 도중 경찰인 정한수를 만나게 되지만 점차 문신을 하게 되면서 그러한 환경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마지막에 춘배가 ‘떠나고 싶다. 떠나서 새 출발하겠다’고 말하는 이유도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서사가 없이 센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것은 마냥 쉽지 않았다. 과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적정선을 유지해야했고 무엇보다도 짙은 스모키 화장과 목 끝까지 올라오는 문신이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질까 염려해야했다. 더불어 이정호 감독의 추상적인 디렉션과 요구는 전혜진을 미치게 만들었다.

“첫 촬영 때 너무 순조롭게 가서 저는 그런 현장인 줄 알았다. 가면 갈수록 사람을 미치게 하더라. 그래서 마지막에 한수한테 총 맞기 전에는 정말 해 떨어지기 직전까지 찍었다. 감독님이 계속 ‘뭐가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뭐가 있냐. ‘전에 했던 것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나는 정말 모르겠더라. 끈질기게 원하는 데까지 찾아내신 것 같다. 유재명 선배도 막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힘드시구나’ 했었다.”

최종본에서는 전혜진의 분량이 많이 편집됐으나 시나리오에서는 춘배의 상황과 교도소의 생활이 그려졌었다. 이를 통해서 춘배의 아픔과 괴롭힘이 그려졌다면 풍부한 서사가 완성될 수 있었으나 춘배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보다 영화 전체적인 전개를 위해선 생략할 수 있는 과감함이 필요했다.

“춘배의 전사를 찍느냐, 마느냐 했었는데 저도 찍길 원하지 않아서 상의 끝에 없어진 신들이 많다. 공간들도 그렇고 굳이 안 찍어도 될 것 같았다. 감독님에게도 ‘그 신 찍을 거냐’고 계속 돈 달라고 하는 것처럼 물었다.(웃음) 춘배가 죽는 것도 열어두셨다. 제가 기대를 하고 열심히 하라고 그러셨던 것 같다.”

영화의 완성본을 본 전혜진에겐 여러 감정이 들었다. 다행스러움과 만족감, 아쉬움 등 여러 감정이 휘몰아쳤고 안도감을 느꼈다. 걱정을 많이 했으나 예상했던 것보다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굉장히 치열하게 찍었다. 제 외모나 다른 부분에서도 염려가 많이 됐는데 다행인 부분이 많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고. 감독님이랑은 ‘춘배를 좀 더 할 걸’이라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춘배가 크게 거슬리지 않게 인물들하고 잘 어울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사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뺑반’ 등 매 작품마다 팔색조로 변신하는 전혜진은 이번 ‘비스트’에서는 가장 카리스마와 광기를 넘나드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군다나 현재 방영 중인 케이블TV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는 ’비스트‘와는 또 다른 면모로 걸크러시를 발산 중이다. 매 작품마다 도전하고 변신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에게 장애물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예전에는 작품 선택을 할 때 시나리오가 너무 좋거나 캐릭터가 좋아도 제 기준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게 없다. 현재는 욕심은 없지만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다. 너무 자존감이 낮아서 매니저들이 힘들어한다.(웃음) 계속 ‘못할 것 같은데’ ‘못할 것 같아’ 라고 하니까. 일단 하게 되면 치열하려고 하는 편이다. 영화는 오랫동안 남지 않나. 혼자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더욱 춘배는 민폐가 될까봐 너무 걱정이 많았다.”

이젠 걸크러시의 대명사가 된 전혜진이 자존감이 낮다는 얘기는 와 닿지 않는다. 더군다나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는 것도 예상이 되지 않는다. 이에 의아함을 표하자 “오히려 센척하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사실 지금도 버겁다. 배우는 극과 현장을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하니 어쩔 수 없지 않나. 아무리 경험치가 있다고 한들 다른 것 같다. 극 중에서의 모습도 최대한 하려고 하는데 저도 스스로 들키기 싫고 소모되고 싶지 않아서 유지하려고 한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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