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들: 풍문조작단’ 손현주 “준비는 꼼꼼하게, 나에게는 혹독하게” [인터뷰]
입력 2019. 08.23. 16:34:00
[더셀럽 전예슬 기자] ‘역시’라는 말이 떠오른다. 처음 사극에 도전했음에도 불구, 29년에 빛나는 연기내공을 자랑한다. 눈빛과 대사만으로 한명회를 완성해낸 손현주다.

손현주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박희순 분)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다.

손현주는 극중 풍문조작단의 기획자 한명회 역할을 맡았다. 앞서 한명회는 수많은 작품에서 다뤄진 바 있다. 1984년 방송된 MBC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 설중매’, KBS2 ‘한명회’, 영화 ‘관상’까지.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는 여론조작의 기획자로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인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명회 역할을 했지만 ‘광대들’에서 한명회는 광대들을 기획하고 조정해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드는 인물이에요. 감독이 실록에 실린 몇 개만 선별해서 보여주는데 어떻게 만들까 궁금했어요. 김주호 감독님을 만났을 때 이걸 어떻게 만들 거냐고 물어봤어요. 세조의 조력자인 한명회의 어두움과 밝음을 어떻게 앙상블을 이룰 건지에 대해 소통을 많이 했죠.”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손현주는 29년에 빛나는 베테랑 배우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에게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작품이라고 한다. 특히 그는 매 촬영마다 3시간 이상 걸리는 특수분장을 하며 노력을 더했다.

“사극 트라우마는 지금 많이 좋아졌어요. 저에게 ‘몇 번째 사극이냐’라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하하. 한명회라는 사람 자체가 기골이 장대해요. 칠삭둥이라고 해서 왜소하다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큰 사람이죠. 그래서 한 번에 7~8벌의 옷을 입기도 했어요. 강인해 보이기 위해 특수분장도 했죠. 귀는 뾰족하게, 수염은 사극 중 가장 길게 붙였어요. 한 번 특수분장을 할 때마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나중에는 뾰족 귀를 안 떼고 3일 그대로 달고 있었던 적도 있어요. 괜찮아서 일주일도 달고 있었죠. 최원영 씨의 아이가 제 사진을 보더니 ‘요정 아저씨’라고 했대요. (웃음)”

29년 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탄탄하고 묵직한 연기력을 선보여온 손현주. 그의 연기를 향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게 느껴졌다. 사극 트라우마까지 해소한 그에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와 캐릭터가 있을까.



“연상의 여인과 황혼의 로맨스 작품을 하고 싶어요. 4~50대 남자가 60대 중반이나 이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내용이죠. 나이를 먹어도 여자는 여자고 남자는 남자에요. 그런 여인을 사랑하고, 서로 가슴 아파보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말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도 사랑인 거죠. 시청률도 많이 오르지 않을까요.”

발자국이 쌓이면 길이 된다. 손현주가 걸어온 배우의 길도 경험이 쌓여 이뤄진 것일 터. 데뷔 이후 자신만이 가지는 연기 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꼼꼼하게 준비하자”라고 답하며 진지하게 말을 이어간 그의 모습이 잊혀 지지 않는다.

“준비는 꼼꼼하게 하되 나에게는 혹독하게 하자예요. 모든 배우들이 가지고 있을 텐데 자기가 맡은 것엔 책임을 지자는 거죠. 춥고, 덥고 이런 투정으로 인해 작품이 망가지는 건 잘못된 생각이잖아요. 배우가 괴로운 직업이지만 그런 것들은 자기가 선택한 부분이니까 책임을 져야 하죠. 어느 날 보니까 29년의 시간이 흘러있더라고요. 저 스스로 ‘데뷔 29년이나 됐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작품을 꾸준하게 한 건 사실이지만 1년 이상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언제가지 이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하다보면 4~50년차가 되지 않을까요. 그런 건 저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 일을 그만두지 않을 거 같아요. 이렇게 즐거운 일들을 동료들과 오래오래 하고 싶습니다.”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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