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진실②-사례 분석] 비아이 ‘천재 열망’, 조작된 믿음 ‘마약 중독症’ 현실
입력 2019. 09.10. 11:52:11
[더셀럽 한숙인 기자] 마약은 끔찍한 중독을 동반하고 결국 삶을 망가뜨린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럼에도 마약 수요자는 줄어들기는커녕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마약의 끔찍한 해악을 알고 있음에도 마약을 한번 시작하면 마약 이전의 시기로 되돌릴 수 없다고 투약자들은 말한다. 현장에서 마약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이 저술한 ‘중독인생’에서는 한 마약 중독자의 “마약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형벌”이라는 말을 인용해 마약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마약 투약자들을 ‘특정 성향’으로 정의할 수 없다. 저마다 동기가 다르고 이유가 다르다. 그러나 마약이 연예인 등 일부 계층에서 끊임없이 소비되는 이유 중 하나는 ‘영감’에 관한 과장된 편향이다.

[사례] 비아이 “천재가 되고 싶거든”

비아이의 마약 의혹은 지난 6월 한 공익제보자의 고발로 시작됐다. 마약 관련 사건에서 늘 회자하는 YG엔터테인먼트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비아이는 마약 의혹 근거로 제시된 문자로 오간 대화 내용 중 ‘천재’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비아이가 대마초와 LSD를 구매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그가 카카오톡에서 구매자와 나눈 대화였다. 당시 비아이가 “나 평생할 거야. 천재가 되고 싶거든”이라며 말한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비아이의 언급대로 마약이 천재성을 끌어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실제 암암리에 퍼져있는 이 같은 생각들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박진실 변호사 답변 정리] 천재성은 ‘선택적 기억’의 오류

마약범죄를 다루고 있는 법률사무소 진실의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 중독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소위 천재로 회자되는 소수의 유명인의 단편적인 모습을 전부인 양 파악하는 데 따른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박진실 변호사는 앞서 인터뷰에서 ‘모방심리’의 심각성을 각인한 바 있다. 실제 유명인의 모방심리로 LSD 사용해 검거된 한 투약자가 생각과 달랐다고 고백한 바대로 마약과 천재성은 실제 과대포장 되거나 오류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박 변호사는 통상 마약을 하게 되면 몸의 감각이 살아난다는 믿음을 ‘선택적 기억’으로 설명한다.

그는 “성적 감각이 예민해지기도 하고 음악을 들을 때면 전문가가 아니어도 음표 하나하나가 귀에 정확하게 들려 자신도 놀란 경험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나름의 환상이 있는 것이죠”라며 “특히 유명 음악인이 마약으로 음악의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다 보니 더더욱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죠. 실제 마약사범들의 경우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나빴던 기억보다는 마약을 했을 때 좋았던 점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며 기억 재생의 오류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 같은 기억 재생의 오류는 중독 상태의 각성을 긍정적 의미에서의 집중력과 혼동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필로폰 중독자들이 눈이 충혈 돼 있는 이유는 몇날며칠을 잠을 자지 않고 각성 상태로 있기 때문이다. 각성 상태에서 무언가를 하지만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다. 각성 상태에서 계속 잠도 자지 않고 일만하는 사람들도 있다. 본인은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물은 이들의 생각과 다르다.

그는 “그냥 일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본인은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그렇게 느끼는 거죠. 객관적인 거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지나고 났을 때 결과가 좋은지 판단한다면) 별로 그렇지 않죠. 그런데 본인은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믿는 거죠”라며 각성과 집중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각성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했을 때 결과가 좋다고 믿는 것은 자기최면 효과다.

[사건 정리] 비아이 ‘마약 의혹’ 제기 3개월여 만에 경찰 ‘수사 착수’

비아이 마약 의혹은 현재까지도 ‘의혹’ 상태이다. 마약 구매 정황이 제기된 지난 6월 당시 비아이는 “한 때 너무도 힘들고 괴로워 관심조차 두지 말아야 할 것에 의지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겁이 나고 두려워하지도 못했다”라며 마약 투약 사실을 부인했다.

이후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YG와 관련한 모든 의혹을 해소한다는 각오로 수사하라고 독려하고 있다”라고 수사 의지를 전했다. 이후 지난 2일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양현석의 마약 수사 무마 의혹을 경찰에서 수사하기로 협의했다”라고 밝혀 2개월여 만에야 수사 시작됨을 알렸다.

[박진실 변호사의 사건 한마디]

“지금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당시 왜 사건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겠지만 당시 분명 제보자의 진술에 의해 파악된 사항이 있다면 통상의 경우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기에 제보자의 주장이 좀 더 신빙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더셀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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