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직격톡] ‘82년생 김지영’, 아이러니한 논란에 대응하는 솔직함
입력 2019. 10.01. 13:30:00
[더셀럽 김지영 기자] ‘82년생 김지영’은 당초 페미니즘을 다룬 도서가 아니었다. 현 시대의 여성들이 살아온 보편적인 삶을 사회문제와 엮어 소설로 펴낸 이 작품이 페미니즘 도서로 주목받으면서 ‘페미’와 ‘반페미’의 극단적 대립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 영화화까지 이어지면서 소위 ‘반페미’ 측의 거부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주역 정유미, 공유, 김도영 감독은 솔직함과 단호함으로 불편한 기색에 정면 대응했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을 아우른다. ‘82년생 김지영’이 페미니즘의 색채를 띠고 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특정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강한 권리 주장을 하는 작품들과는 거리가 멀다. 해당 소설은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에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 요소를 1982년생 김지영이 겪은 일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개한다.

‘82년생 김지영’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소설이 피해의식이 깔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전개했다고 해석한다. 반면 ‘82년생 김지영’을 정독하고 열광하며 뜨겁게 반응하는 독자들은 ‘나만 겪은 줄 알았는데 소설 속 주인공도 겪은 일’이라는데 위로받고 ‘다음 세대는 겪게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데 공감한다.

그럼에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열광하는 독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편향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견해는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자 더욱 거세게 반발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출연을 결정지은 정유미, 공유에겐 악플이 달리고 정유미는 한동안 ‘SNS 테러’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예고편과 스틸컷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점 테러가 이어졌다.

이와 같은 비난에 조심스러운 기색을 보일 수도 있으나 정유미, 공유, 김도영 감독은 단호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 30일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들은 영화를 간략하게 소개하며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 정유미, SNS 테러 걱정보다는 ‘배우의 일’

‘82년생 김지영’ 테러의 가장 큰 피해자인 정유미는 예상보다 더 견고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정유미는 예상했다는 듯,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일들이 있었죠. 그런데 큰 부담은 없었어요. 이 이야기를 선택하고, 같이 만들고 싶은 마음들이 컸기 때문에 잘 만들어서 결과물을 다르게 공유하자는 목표가 뚜렸 했어요.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걱정하지 않고 있어요.”

◆ 공유, 페미니즘 논란? “작품 선택 방해될 일 아냐”

정유미의 답변이 끝나자 공유의 거침없는 현답이 이어졌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모친에게 전화를 걸어 좀처럼 하지 않았던 감사함을 표했다고 밝혔던 공유는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작품에 애착을 드러냈다.

“선택에 특별한 고민은 없었어요. 관련 기사들을 접했고 저도 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 자체가 결정을 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문제가 됐다면 이 자리에 없었겠죠.(웃음) 좋은 책을 읽었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 들어가고 싶은 작품에 크게 방해가 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관점의 차이는 늘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에 대해 맞고 틀리고는 제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 김도영 감독 “경험과 겹치는 부분 많아… 해야 하는 이야기”

더불어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 캐릭터 영상 등에선 소설을 그대로 영상화한 듯 현실적인 김지영과 그의 남편 정대현의 모습이 그려졌다. 영상 속 “애 하나 낳아서 달라 지겠냐”는 김지영, 육아를 “도와주겠다”는 말을 호의로 내뱉는 남편의 말은 특별하지 않아서 더욱 현실의 답답함이 극명하게 표현됐다. 시댁 식구들의 방문에 쉬지도 못하고 주방 일을 하고 화장실 귀저기 교환대에서 허겁지겁 애를 달래며 귀저기를 교체하는 모습 등은 누군가는 겪었을, 혹은 바라봤을 법해서 울컥하게 했다. 이처럼 이 영화는 담백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한 장면들로 하여금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아이의 엄마고, 아내고, 누군가의 딸이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인 김도영 감독은 ‘82년생 김지영’으로 장편 영화에 입봉한다. 배우 출신 감독인 그는 배우의 입장에서 정유미, 공유와 함께 현장에서 호흡했고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야기의 결을 살리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내 경험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아서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원작이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진 만큼, ‘원작이 지닌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고 부담이 있긴 했어요. 그러나 이 이야기는 할 만한 이야기고, 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상업영화 틀 안에서 제작이 된 다는 것은 더 큰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족한 대로 최선을 다해 연출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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