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밝음은 위태롭게 어둠은 단단하게 [씨네리뷰]
입력 2019. 10.16. 17:38:59
[더셀럽 전예슬 기자] 빌딩 숲, 고층 빌딩을 색깔로 표현하면 차가운 ‘회색’같다. 그래서 위태로운 일상, 소통이 부재한 도시인들의 면면을 그린 ‘버티고’는 회색빛으로 물든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버티고’는 따스함으로 가득 찬 파스텔톤의 영화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버티고 있는 우리에게 치유와 위로, 희망을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서영(천우희 분)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서영은 평범한 생활을 꿈꾸는 30세 직장인. 그러나 그의 일상은 하루 종일 위태롭게 흔들린다. 비밀 사내 연애 중인 연인 진수(유태오 분)와의 불안정한 관계, 회사에서는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재계약 시즌의 압박, 새벽까지 히스테리를 부리는 엄마의 전화까지 잠시라도 그를 놓아두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는 이명과 현기증도 심해져 병원을 찾았지만 증세는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찾아오는 이명과 현기증은 서영의 목줄을 쥐고 사정없이 흔들어 놓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을 조금씩 피하는 것 같았던 진수의 갑작스러운 퇴사소식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서영의 일상을 결국 무너져버리게 만든다.



‘버티고’는 “밝음은 위태롭게 어둠은 단단하게”를 담아냈다.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은 처음부터 이 같은 촬영 콘셉트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는 극중 캐릭터의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함은 물론,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영화의 대부분의 쇼트들은 클로즈업과 와이드한 쇼트들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쇼트의 대비는 서영의 고통의 본질인 ‘공간을 상실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한 것이다.

전계수 감독은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우리 영화는 와이드샷이 없다. 클로즈업 앵글이 많이 담겨있는데 서영이 가진 격렬한 흔들림을 표현하고 싶어서다”라고 설명한 바. 서영을 지긋하게 보여주는 타이트한 클로즈업 속 날카롭게 표현하는 외부 사운드는 그의 불안감과 외로움을 피부로 와 닿게 한다.



영상뿐만 아니라 사운드도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인물들의 대사보다 관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 기계나 사무집기가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등의 사운드가 강조돼 감정을 서서히 고조시킨다. 서영의 현실이 위태롭게 흔들릴 때 미세한 진동까지 담아낸 사운드 효과는 서영이 처한 상황에 빠져들게 만든다.

‘버티고’는 천우희로 시작해 천우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현 사회를 반영한 고층빌딩 안에서 현기증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서영을 응축된 감정을 담아 표현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고층빌딩 옥상에서 맞이하는 클라이막스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녹아있어 보는 이들에게 극적인 여운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픈 현실을 그리지만 그 끝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버티고’. 영화는 오늘(16일) 전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트리플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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