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윤희에게’는 보통의 사람과 사랑, 다른 종류라 생각 안해” [인터뷰]
입력 2019. 11.14. 17:14:15
[더셀럽 전예슬 기자] 잊고 지냈던 감성과 낭만을 깨우는 영화 ‘윤희에게’(감독 임대형). 그 중심에 배우 김희애가 있다. 표정, 눈빛,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있는 37년의 연기 내공. 김희애가 아니면 누가 이 감성을 녹여낼 수 있었을까.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다. 언론배급시사 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김희애는 영화를 어떻게 봤냐는 물음에 “기자님은 어떻게 보셨나”라고 되물으며 소감을 이어갔다.

“객관적으로 볼 수 없어서 궁금해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까. 소소하고 소박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시나리오를 선택했는데 관객들은 자극적이고 현란한 것을 더 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궁금해지더라고요. 제가 좋아서 선택한 건데 보는 분들도 똑같이 느끼실까 궁금해요.”

이 영화는 퀴어 소재의 영화다. 윤희의 첫사랑은 한일 혼혈 쥰(나카무라 유코)인 것. 여성과 여성의 로맨스를 그리지만 불편한 요소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퀴어 소재의 영화란 사실도 까맣게 잊게 만든다.

“배우는 대부분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해요. 이런 스토리는 처음이지만 그런 생각(동성애)을 안 하고 똑같이 봤죠. 보통의 사람과 사랑으로 봤지, 다른 종류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처음엔 이런 작품이 영화로도 만들어질 수 있나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 자극적인 것 없이 순수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게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걱정도 됐어요. 궁금하기도 하고요. 순수한 영화란 것이 장점인 반면, 흥행이 결과라면 단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윤희에게’는 ‘사랑에도 다양한 모양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국경이든 성별이든 사랑에 대한 잣대는 없으며 범주화된 것들을 뛰어넘어 결국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는 것. 김희애는 윤희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터칭 받을 수 있는 음악, 책을 보면서 담금질을 많이 했어요. 감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봤죠. 그런 쪽(동성애)의 영화를 봤는데 하나도 다르지 않더라고요. 똑같은 감동이 있었어요. 오히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더 절절하고 마음이 아팠죠.”

영화에서 윤희는 첫사랑을 찾아가면서도 진정한 자신을 찾아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랑의 상실과 복원, 두려움과 용기, 화해와 성장까지 모두 담아낸다. 캐릭터의 감정 변화가 두드러지기에 김희애는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쥰과 만나는 장면이 짧아서 어렵고 부담도 많이 됐어요.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오로지 상상만으로 가지고 있다가 표현 해내야 했으니까요. ‘허스토리’ 때는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캐릭터를 만들어 놨었는데 이번에는 맨바닥에서 허우적 됐어요. 다행히 촬영 땐 감정을 폭발할 수 있었죠. ‘어떻게 됐지?’ 생각을 했는데 여백의 미가 있는 대본이 밑받침됐기에 제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감정이 마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윤희에게’는 2018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ACF) 극영화 제작지원작으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섬세한 시선과 연출이 돋보이는 임대형 감독을 향해 김희애는 “천재이신 것 같다”라고 말문을 이어갔다.

“자세가 너무 좋으세요. 저대로 쭉 가면 실력도 있고, 자세도 좋으시니 대가가 되지 않으실까요? (웃음) 잘되길 바라죠. 글을 너무 잘 쓰세요. 다른 배우들도 시나리오를 보고 좋아서 선택했다고 하더라고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느끼는 감동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희애는 김소혜와 모녀 호흡을 맞춘다. 그룹 I.O.I 출신인 김소혜는 첫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김희애 역시 그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검증할 새 없이 너무 잘했어요. 새봄 역할은 소혜가 최고에요. 똑같은 동업자로 봤지 후배라고 보진 않았어요. 다듬어지지 않은 풋풋함, 싱싱함이 신선하게 느껴졌죠. (연기를) 오래하다 보면 검증은 될 수 있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게 돼요. 우려먹기 쉽고 피해 가는데도 한계를 느끼죠. 소혜는 보여줄 게 많으니까 신선해요. 성향 자체도 보이시하면서 씩씩하더라고요. 그 역할에 딱 맞았어요.”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한 김희애는 어느덧 연기 경력 37년차다. 쉼 없이 꾸준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그에게 원동력은 무엇일까.

“일을 계속 할 수 있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 감사해요. 그래서 일을 계속하는 건지, 일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멈추지 않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잠깐 쉬는 건 괜찮지만 손을 놔버리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운동 능력, 기억력 등 일을 한다는 것은 제가 이 세상을 사는 의미와 같아 큰 위로가 돼요. 계속 한다는 게 중요하잖아요. 멈추지 않고 버텨 내는 것. 일 때문인지, 뷰티 때문인지 하다보니까 건강이 유지됐어요. 마음, 정신의 근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끈을 놓지 않고 하는 게 저의 건강 비결이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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