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고독한 외침, 잊지 말고 ‘나를 찾아줘’ [씨네리뷰]
입력 2019. 11.27. 11:28:17
[더셀럽 김지영 기자] 아프고 아프다. 차마 알지 못했던 혹은 외면했던 진실을 다루는 영화 ‘나를 찾아줘’가 14년 만에 복귀한 이영애와 함께 세상에 소리친다.

27일 개봉한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는 6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아들 윤수를 찾기 위해 낯선 곳으로 향한 정연(이영애)의 이야기다. 아들을 잃어버렸음에도 “보통사람처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굳세게 살던 정연은 남편 명국(박해준)의 사망으로 삶이 무너진다. 그러던 중 윤수를 봤다는 제보를 듣고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고 수상한 동네로 향한다.

명국은 하던 일도 그만두고 윤수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차량에는 윤수를 찾는다는 내용이 붙여져 있고 전국팔도지도 책자는 너덜너덜하다. 특히나 명국은 윤수를 봤다는 장난, 허위신고를 받고 가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 초반부에 깔려있는 명국과 정연의 처절함은 세상에서 아이를 잃은 모든 부모와 다를 바 없다. 일상생활에선 힘을 내지만 그 모습조차도 부단히 애쓰고 있다는 게 명국과 정연을 통해서 오롯이 와 닿는다. 또한 극 배경에 스쳐 지나가는 빼곡한 실제 실종 아동 포스터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 있는지 대변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나를 찾아줘’는 아이를 잃어버려 찾겠다는 부모의 모성애와 애처로움, 연민 등의 딱한 감정으로 관객에게 호소하지 않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 차마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잔혹한 현실을 직면하게 만든다. 실종 아동을 시작으로 아동 노동 착취, 성추행, 신체적·언어폭력 등 누군가는 알고 있었을 문제를 적나라하게 스크린으로 옮겨 담았다.

아이를 찾고 있다는 정연의 말을 겉으로만 이해하고 더 도와주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도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남일, 아픔을 알아채긴 하지만 공감하지 못하고 슬픔을 공유하지 않으려한다. 정연을 단순히 동네의 평화를 깨는 존재로 인식하고 내치려하는 이들을 통해 시사프로그램에서 본, 말을 아끼던 시민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다. 마을에서 경찰을 맡고 있는 홍경장(유재명)의 행동들이 이기적이고 악한 캐릭터로 느껴질 수 있으나 이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마을 사람들을 진두지휘하고 뇌물 받는 것을 거부하지 않으며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는 경찰은 사회면에서 익히 봐왔던 모습이다.

이 때문에 ‘나를 찾아줘’는 잔혹하다 못해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언론매체를 통해 사건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대중에게 사건의 진실을 사실적으로 알려주기에 더 없이 아프고 비통하다. 작품에 참여한 유재명이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인하다. 그래서 잔인하기보다는 슬픈 영화”라고 소개한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다.

14년 만에 ‘나를 찾아줘’로 복귀한 이영애의 연기엔 흠잡을 데 없다. 깊은 내공에서 느껴지는 아이 잃은 부모의 슬픔을 분위기로 승화하고 달라진 눈빛으로 결연한 마음을 표현한다. 아이를 찾기 위해 세상 끝까지도 가겠다는 엄마의 마음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닿는다.

최근 여러 작품에 출연해 빈번히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유재명 또한 ‘나를 찾아줘’에선 강렬한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넘긴 헤어스타일과 블랙 보잉 선글라스로 홍경장의 권위의식을 표현해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밖에 홍경장과 똘똘 뭉친 마을 사람들인 백주희, 진유영, 정애화, 김종수, 이항나, 종호 등의 배우들이 뛰어난 열연으로 관객의 화를 부추긴다. 생소한 얼굴임에도 ‘어디서 이런 대단한 배우를 데려왔나’싶을 정도로 놀랍다.

이 작품이 왜 외화와 동일한 제목으로 극장가에 나왔는지는 극을 다 보고나면 단번에 이해가 간다. 그저 가볍게 넘기거나 즐길 수 없고, 극장을 나설 때 세상이 다르게 보일 ‘나를 찾아줘’는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나를 찾아줘'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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