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로 정립한 인교진만의 영역 (나의 나라) [인터뷰]
입력 2019. 12.02. 17:19:32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인교진만큼 과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보는 이들의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연기자가 있을까. 연기로 대중을 웃긴다는 부담감을 장점으로 승화해낸 인교진이 드라마 ‘나의 나라’를 통해 맞춤옷을 입었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나의 나라’(극본 채승대, 윤희정 연출 김진원)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과 수호에 관한 욕망을 폭발적으로 그려낸 액션 사극.

인교진은 극 중 염장이 출신으로 전장에서 10년을 버틴 박문복 역을 맡았다.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 까맣게 변해버린 치아는 수많은 전장에서 어렵게 버텨왔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줬고 능청스러운 사투리와 너스레는 박문복의 입체감을 더했다. 이 모든 설정은 인교진의 머릿속에서 탄생했다.

적절한 사투리연기로 극을 환기시키고 실감나는 분장으로 보는 맛을 더했다. 특히나 서휘(양세종)를 필두로 함께하고 있는 ‘휘벤져스’ 멤버인 박치도(지승현), 정범(이유준)이 중후하고 카리스마를 내뿜어 형성된 무거운 분위기를 박문복의 유쾌함으로 중화시켜 조화를 이뤘다.

몸을 이용하거나, 어떠한 액션으로 대중을 웃기는 게 아닌, 대사로 보는 이들의 웃음을 터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코믹 연기에 도전한 배우들이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적정한 선을 유지하면서 시청자와 관객이 거북함을 느끼지 않도록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 다른 이들에겐 부담 혹은 어려움으로 느껴질 수 있는 연기가 인교진에겐 강점이자 장점이 됐다. 여기에 그는 로맨스까지 더해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웃기고 재밌어하는 캐릭터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걱정과 부담이 있지만 사실 제가 즐기고 있다.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하면 할수록 부담도 줄고 걱정도 덜어지는 것 같다. 저는 사람들이 저로 하여금 웃는 것을 좋아한다.”

박문복은 ‘나의 나라’에서 숨통이었다. 드라마에서 권력을 차지하려는 인물들의 갈등으로 몰입감을 높였다면 박문복의 등장으로 하여금 숨이 트이고 웃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범과 아옹다옹하는 모습은 물론, 화월(홍지윤)에게 반해 조선시대 로맨티스트로 등극하는 것 또한 뜻밖의 웃음을 유발했다. 그러나 박문복을 코믹함으로 쌓아온 그에게 화월과의 로맨스는 뜻밖의 걱정거리였다.

“외모적으로 초반에 코믹하게 해놔서 멜로가 될까 싶었다.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었다. 그래도 중간에 세월이 흐르면서 이를 깨끗하게 만들었다. 조금 허구, 과장이 된 것이 있지만 재밌게 해보고 싶었다. 사실 화월에게 미안했다. 홍지윤 배우가 많이 예쁘고 어려서.(웃음)”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 ‘죽어도 좋아’ ‘저글러스’ 등에서 코믹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나의 나라’를 통해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다채로운 캐릭터는 물론이거니와, 인교진만이 할 수 있는 코드를 형성해 더 많은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나라’는 더욱이 그에게 뜻 깊은 작품이었다.

“저와 코믹한 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역할이라는 게, 보통 전혀 다른 사람을 연기할 때 빙의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나.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으로도 그 사람이 되려고 하고. 하지만 저는 저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제가 맡았던 캐릭터들에 인교진이라는 배우의 개인적인 모습과 정서가 다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나라’의 박문복은 주어진 것에 비해서 잘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행복해하고 있다.”

만족하는 부분이 있어도 100%, 모든 것에 만족할 수는 없을 터다. 인교진 또한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듣고 있음에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배우로서 더 많은 욕심을 가지고 보다 발전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이런 저런 장면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다. 박문복이 장난스럽고 재밌는 것들이 대다수였는데 진짜로 진지하고 한번쯤 생과 사를 오가는 전쟁장면이 나오는 것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장혁 선배님처럼. 다음번에는 진지한 것도 해보고 싶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할 수는 없지만 진지할 수도 있고, 선이 명확한 작품을 하고 싶다.”



최근 인교진은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에서 아내 소이현과 소탈한 일상을 선보여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자신을 예능인이라고 기억하는 분들이 더러 있으나 그 또한 그것대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배우는 많은 사람들이 봐줘야하는 직업인데 그 부분에서 제 역량 부족이 있었다. 두드러지지 못했던 제 입장에서는 ‘동상이몽2’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시고 가족들을 알아봐주시고, 공감해주셨기 때문에 감사했다. 사실 배우로서 보여준 게 없었는데 ‘동상이몽2’로 잘되기도 했고. 예능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본다면 예능 출연을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동상이몽2’을 통해 부부사이도 돈독해졌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면서 반성하게 됐고 카메라를 의식해 아내에게 예쁘게 말한 것이 상대에겐 진심으로 전해졌다. 인교진은 “촬영하는 1년 8개월 동안 행복하게 했다”고 말했다.

“‘동상이몽2’을 촬영하면서 보니까 저도 모르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되더라. 진짜 신기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좋게 변하기도 했고. 그리고 되게 신기한 게 사람이 말하는 대로 된다고 느낀 게 있다. 아무래도 촬영이다 보니 저도 평소라면 안할 말을 오버한다고 ‘예쁘다’ ‘좋다’ 등을 말하니까 더 아내가 좋아 보이고 관계가 좋아졌다. 말이 이렇게 중요하다.(웃음)”



인교진은 내년에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연기자로서의 고민은 연기를 시작했을 데뷔 초부터 현재까지 붙잡고 있는 것이었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려했다. 가족들에게서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연기를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다음 작품 어떻게 좋은 모습으로 보여줄지 항상 고민을 한다. 직업적으로 연기자인 게 아니라 제 만족으로서의 연기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MBC 공채로 2000년에 시작해 신인이라는 얘기를 10년간 들었다. 사실 누가 저를 모르면 신인인거니까. 제 가치를 알아주고 평가해주는 와이프가 있어서 다행이고 배우로서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다. 역할이 크고 작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꾸준하게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늘고 길게 사는 놈이 오래간다고 하니까.(웃음)”

대중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가늘고 길게’를 꿈꾸는 인교진은 오는 2020년에도 쉬지 않고, 다방면에서 달려 나갈 예정이다.

“작품을 오래 쉬고 안하는 것은 반대다. 감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이밍 좋은 시기에 작품을 만나서 하고 싶고 예능도 제가 하면서 즐거웠다. 저에게 맞는 예능이 있었으면 또 할 의향이 있다. 인간 인교진으로서, 부모로서, 남편으로서 건강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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