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이영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었던 이유 [인터뷰]
입력 2019. 12.11. 07:00:00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이영애가 14년 만에 충무로에 돌아왔다. 십수 년의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강렬한 연기력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처절함과 간절함을 이영애가 온몸으로 표현해관객에게 전율을 선사한다.

최근 개봉한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정연(이영애)이 아이 목격 전화를 받고 낯선 곳으로 향해 미심쩍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들을 찾는 이야기. 정연은 남이 보기엔 “보통 사람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겉으론 괜찮아 보이려 노력하지만, 아들의 환청과 환각을 볼 정도로 아들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오랜 기간 쉬다가 본업에 뛰어들면 어색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를 찾아줘’ 속 이영애에게 공백이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깊어진 연기력만 두드러진다. 아들을 봤다는 제보 전화를 받은 후 향한 낯선 곳을 향하기까지의 갈등, 도착하고 나서의 의심과 미심쩍음, 확신이 든 후 달라진 눈빛 등을 적은 대사와 표정만으로 표현한다.

김승우 감독의 입봉작인 ‘나를 찾아줘’에서는 스토리의 허술함, 엉성함, 부족한 설득력 등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큼 김승우 감독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나를 찾아줘’를 위해 고민하고 심혈을 기울였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이영애가 복귀작으로 ‘나를 찾아줘’를 선택한 이유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더욱이 전작인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모성애라는 비슷한 소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터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의 반전과 주제의식에 끌렸고 오랜 기간 한 작품을 준비해온 김승우 감독의 내공을 느껴 손을 맞잡았다.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이 좋았다. 맨 마지막의 반전과 영화의 주제의식, 여운이 좋았고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신인 감독이지만 10년 이상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고뇌한 흔적들이 탄탄한 대본 구조에서 나타났다. 극 중 정연의 힘든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이 조금은 걱정이 됐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 힘들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묵직한 울림이 좋았다. 하고 싶었다.”



‘아이를 수년째 찾고 있는 엄마’라는 설정에 예상되는 그림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극 중 정연은 예상과 다른 모습이다. 아이 찾기에만 열과 성을 다하는 것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아들 윤수를 찾으려 하고, 오히려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윤수를 찾는 남편에게 다시 일을 다니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하기도 한다. 이영애 역시 정연의 서사를 쌓아가고 캐릭터를 준비해가면서 신경을 쓴 부분도 이와 같았다.

“만약 아이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연이 살아갈 이유가 없다. 엄마도 같이 죽었다거나 그런 결심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연은 아이가 죽었거나 살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현실에 마음을 두는 것이다.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니고, 현실이어야 하는 그런 복잡한 감정을 가진 어머니로 접근했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는 심정으로 향한 낯선 마을에서 정연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내치는 마을 사람들을 의심한다. 윤수로 의심되는 아이는 한사코 보여주지 않으려 하고, 윤수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쫓기듯 동네를 빠져나오다 정연은 결심을 하고 다시 낚시터로 향한다. 이는 이전까진 타인에 의해 적극적이지 못했던 정연이 마음을 먹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달라질 전개를 예고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머리를 질끈 묶고 결심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그 전에 편집된 장면이 있다. 배우로서는 욕심이 나는 아쉬운 장면이다. 정연이 쫓기듯이 나와서 혼자 갯벌에서 울부짖는데 마치 동물 울음소리 같다. 그 장면을 7, 8분 롱테이크로 갔었는데 배우로서 좋고 만족한 장면이었다. 그 뒤 머리를 묶으면서 결심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저는 마음에 들었지만, 극 전체로 봤을 때는 너무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편집을 했다고 들었다. 아쉽지만 편집하길 잘한 것 같다. 연기하기에는 도움이 많이 됐었다.”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거침없이 극이 이어진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끔 요동을 치고 모성애의 정점을 보는 듯하다. 영화의 말미 무렵, 영화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이영애는 한 장면을 위해 다섯 가지 버전으로 준비해 비로소 ‘나를 찾아줘’를 완성했다.

“정연이 아이를 찾을 때 환하게 웃는 버전, 실망하는 버전, 갈등하는 버전 등 표정의 버전을 다섯 가지로 준비했다. 결국은 다양한 감정을 연기에 섞는 것보다 덤덤하게 가서 그 몫을 관객에게 남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큰 반전이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정연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감정으로 담을 수조차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계산해서 할 수 없는 연기였다. 결말 또한 삶은 항상 해피엔딩일 수는 없지 않나. 그럼에도 정연은 계속 찾으러 갈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영화의 완성본을 보니 담담하게 가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장면을 위해서 여러 버전을 준비할 만큼 꼼꼼하고 허점을 허락하지 않는 그였으나 ‘나를 찾아줘’는 분명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오히려 “쉬운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을 정도. 정연의 내면에 있는 아픔을 유지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성향, 극이 전개되면서 달라지는 태도에 중심을 잡기가 특히나 쉽지 않았다.

“정연의 깊은 마음 한구석에는 피폐하고 공허해 있는 연속성을 가지고 가면서 표현해야 하기에 감정의 수위조절이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과하게 표현을 하지 않으려 절제도 해야 했다. 감정의 연결이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나를 찾아줘’에서 전반적으로 모성애를 다루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친절한 금자씨’가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의 개봉 전, 이영애가 복귀작에서도 모성애를 표현한다는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와 ‘친절한 금자씨’가 그리는 모성애는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혀 다르다. ‘친절한 금자씨’에선 엄마와 딸의 모성애를 그리긴 한다. 하지만 ‘나를 찾아줘’는 보다 더 크게 보고 싶다. 아이를 찾는 모성애적인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가 사람으로서 상대를 바라보는 감정의 깊이가 넓고 깊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것을 느끼셨으면 한다. 그래서 비슷한 모성애를 그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부분에서의 고민은 없었다.”

이영애는 결혼 후 굵직한 방송 활동을 선택하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다큐멘터리에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그간 연기 갈증이 있었지만, 엄마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었고 항상 마음 한구석에는 연기를 잊지 않고 있었다. ‘나를 찾아줘’를 통해 오랜만에 대중과 만난 이영애는 그간 갖고 있었던 수식어 ‘산소 같은 여자’를 버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제가 이미지를 만들어보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본의 아니게 부끄러움을 많이 탔기 때문에 CF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 있었다. 지금은 가정을 가지고 나서부터 많이 편해지고, 저만 바라보지 않고 여러 가지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러한 부분들이 작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편해지고, 폭넓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한 연기의 색깔을 열어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웃음) 앞으로는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것보다, 결혼 전보다 감성이 달라졌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찾아줘’는 저를 찾는 과정 중에 있고 앞으로 만날 작품들도 저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들의 일환일 것 같다. 저도 저의 새로운 면을 보니까 재밌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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