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VIEW] '직장 내 성폭행' 자극적 묘사…'VIP'가 남긴 아쉬운 오점
입력 2019. 12.12. 17:17:47
[더셀럽 박수정 기자] SBS 월화드라마 'VIP'가 결국 오점을 남기고야 말았다. 후반부 급격하게 늘어난 자극적인 요소들 때문에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VIP'는 '불륜'을 전면으로 내세운 드라마다. 민감한 소재인 만큼 방영 전부터 막장 드라마화될거라는 우려가 컸다. 방송 초반 그런 우려를 타파할 수 있었던 건 '불륜녀 찾기'라는 신선한 접근 덕분이었다. 뻔한 오피스 멜로에서 벗어난 콘셉트로 시청자 잡기에 성공했고, 첫방부터 중반부까지 월화극 1위를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여기에 불륜남 박성준(이상윤)의 내연녀 찾기에 집중하면서도 각기 사연이 다른 여성 직장인 나정선(장나라), 이현아(이청아), 송미나(곽선영), 온유리(표예진) 등 각 인물들의 서사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장나라, 이청아, 곽선영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각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면서 시청률도 매회 고공행진했다. 무엇보다 'VIP'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도 '막장 코드'를 가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드라마와는 확연히 달랐다. 불륜 드라마의 최대 숙제였던 '불륜 미화 논란'에서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그런 'VIP'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불륜녀가 온유리(표예진)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부터다. '불륜녀 찾기' 콘셉트가 마무리된 후 어떤 전개가 펼쳐지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VIP'는 시청률 잡기에 급급한 선정적인 장면 묘사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1, 12회에 걸쳐 보여준 직장 내 성희롱, 성폭행 에피소드가 문제였다. 11회에서 임산부인 송미나가 상사인 배도일(장혁진)로 부터 갑질 협박에 성추행까지 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배도일은 송미나의 신체를 만지고, 옷까지 찢는다. 도망가는 송미나를 향해 성희롱 발언까지 쏟아낸다. 송미나의 남편인 이병훈(이재원)은 이를 목격하고 배도일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다.

앞서 SBS '황후의 품격'에서도 임산부 성폭행을 선정적으로 묘사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관계자에 대한 징계와 시청등급 조정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임산부 성폭행 장면에 대해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큰 논란이 됐던 만큼 'VIP' 역시 시청자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어 12회에서는 송미나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이현아가 자신이 배도일에게 과거에 겪었던 성폭행 피해에 대해 공론화시키고 적극적으로 고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배도일이 이현아를 호텔에서 강간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다시 한번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도 'VIP'와 마찬가지로 직장 내 여성 직장인들이 겪은 성희롱, 성폭행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가 등장한 바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같은 경우, 'VIP'와 달리 선정적인 장면 묘사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서도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비슷한 맥락의 에피소드임에도 불구 'VIP'가 택한 클리셰로 범벅된 자극적인 장면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 속 여성캐릭터들이 지나치게 '여성 혐오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개선해나가야한다는 움직임에 발맞춰 미디어에서 성폭행 장면과 살해 묘사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종영까지 4회만을 앞둔 가운데, 'VIP'는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쓰는 아쉬움을 남겼다. 높은 화제성과 함께 자체 최고 시청률 13.2%(전국가구, 닐슨)를 달성하는데는 성공했으나, 과연 그 시청률이 유의미한 성적인지는 아직까지는 지켜봐야할 때다.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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