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백두산’, 할리우드식 말 빼도 되는 영화” [인터뷰]
입력 2019. 12.26. 15:14:39
[더셀럽 전예슬 기자] 힘을 뺀 연기로 돌아왔다. 모두의 운명이 걸린 위험천만한 작전을 이끌게 된 EOD 대위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한껏 살린 하정우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에서 조인창 역으로 활약한 하정우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조인창은 전역 대기 중 미사일 해체를 담당하는 기술진으로 북한에 가게 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얼떨결에 작전의 책임자가 되는 EOD 대위다. 팀원들을 이끄는 그를 보고 처음 떠올린 인물은 1996년 개봉한 ‘더 록’(감독 마이클 베이)의 니콜라스 케이지라고 한다.

“‘백두산’은 재난 영화란 점에서 스토리라인이 예상가능 하잖아요. 그 안에서 흘러가고 나아가는 캐릭터는 다른 모습으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어요. 사실주의 영화에 가까운 캐릭터로 표현해야했죠. 그래서 병헌이 형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단면적이지 않게 농담을 던지는 틈을 마련하고, 급한 상황이라도 맞받아치며 시너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조인창을 봤을 때 ‘더 록’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특수요원이지만 전투병은 아니잖아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작전 지역으로 가요. 극중 수송지 안에서 다리를 떠는 장면이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아요. 조인창 인물을 멋있게만 보이는 게 아닌, 허술하고 당황하고 우왕좌왕하는 것들을 극대화하고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병헌이 형은 인간병기 같은 느낌이라면 저는 완전 반대되는 인물로 그리고자 했죠.”



조인창은 어떻게든 작전을 수행하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자신이 맞이한 상황에 맞춰 책임감을 갖고 임무를 완수해 나가며 성숙해짐을 느낄 수 있다. 하정우 역시 조인창이 한 단계 씩 성장해나가는 점이 포인트라고 밝혔다.

“영화는 주어진 시간 안에 인물이 성장하기를 관객들이 바라는 것 같아요. 저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서 조인창도 리준평(이병헌)을 만나 적응해가고 성장해가는 포인트들을 염두 한 거죠. 미사일을 해체해 폭탄을 가지고 나와 전화하고 리준평에게 총을 겨누며 갈 길 가라고 하는 장면이 성장하는 첫 번째 포인트예요. 다음에 맞이한 전투상황, 트럭에 불을 지르는 것도 성장하는 지점이죠. 또 갈림길에서 결심하고 각자 갈 길 가는 지점까지 조인창이 한 단계 씩 성장해가는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 ‘터널’ ‘PMC: 더 벙커’ 등에 출연하며 ‘재난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은 바. ‘백두산’ 역시 재난을 소재로 그리고 있다. 같은 연기의 결을 선보일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음에도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소재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과학자들도 폭발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진짜 그런 건가, 터지는 건가’ 싶었어요. 그러던 중 시나리오를 알게 돼 흥미롭게 봐왔어요. 제가 재난영화를 좋아해요. ‘투모로우’를 보면 재난 상황이 닥쳤음에도 도서관에 들어가 과자를 터는, 그런 낭만을 좋아하거든요. ‘터널’ 역시 그 안에 갇혀있지만 케이크를 먹는 낭만이 참 좋았어요.”

‘백두산’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도입부가 아닐까. 서울 최대 도심지인 강남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하정우는 건물과 골목 사이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간다. 건물의 파편, 파손된 차량 등 디테일한 세팅은 실제 재난이 일어난 듯한 느낌을 주기도.

“강남역 장면은 전체 12회 차로 이뤄졌어요. 실제 강남역을 간 것은 한 회 차였죠. 제가 차에 타있고 차량들이 줄지어 있는 상황은 오픈세트에서 아스팔트를 깔아 야외세트를 만들었어요. 카체이싱과 골목길 장면 경우, 실제 강남역에서 무술팀이 촬영했죠. 내부는 세트에서 짐볼을 설치해놓고 놀이기구처럼 움직이면서 촬영했어요. 그렇게 12회 차를 촬영했죠.”



‘천하장사 마돈나’ ‘김씨 표류기’ 등 특별한 발상과 연출력을 선보인 이해준 감독과 ‘신과함께-죄와 벌’ ‘PMC: 더 벙커’에서 세련되면서도 드라마틱한 촬영을 선보인 김병서 감독이 ‘백두산’의 공동연출을 맡았다. 두 명의 감독과 촬영 소감을 묻자 하정우는 “성격이 잘 맞는 것 같다”라고 말문을 이어갔다.

“저랑 김병서 감독은 ‘신과함께’와 ‘PMC’ 촬영 감독 때 만난 사이에요. 동갑이라 일을 벗어나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죠. 김병서 감독이 이해준 감독을 소개해줬어요. 이해준 감독 역시 오래 전부터 저의 친한 사람들과 친분을 다져온 관계더라고요.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이라 어떤 이야기를 하거나 아이디어를 내는데 있어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어요. 성격들이 유연하기 때문에 이해준 감독과 김병서 감독이 잘 맞는 것 같아요.”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하정우는 ‘소처럼 일하는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것. 그에게 2019년을 장식할 ‘백두산’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영화 속에 채워 넣는 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아요. CG 역시 한도 끝도 없죠. 투자하는 돈이나 인건, 노력은 하면 할수록 정교해지는 거니까요. 이 작품은 그런 부분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강남역 촬영장면을 보고 ‘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할리우드식’이라는 말을 빼도 되지 않을까요? 그 정도로 견줄만한 CG나 스케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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