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표예진, 불륜 보다 온유리 감정에 집중 "측은한 캐릭터" [인터뷰]
입력 2019. 12.27. 14:20:17
[더셀럽 김희서 기자] “‘VIP'는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남을 절대 다 알 수 없다는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요”

불륜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VIP'는 남들에게 숨겨왔던 혹은 숨기고 싶은 개개인의 삶을 조명하고 불륜 관계에 놓인 남녀사이를 단순히 악의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섬세하고 예민한 인물들의 심리를 그렸다. 이에 상응하듯 표예진 또한 ‘VIP'가 불륜 드라마에서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VIP’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프라이빗 오피스 멜로 드라마. 표예진은 박성준(이상윤)의 불륜녀이자 하재웅(박성근)의 혼외자로 밝혀지며 매 회 충격과 반전을 거듭한 갈등의 핵심 인물인 온유리 역을 맡았다.

가난으로 궁핍한 삶을 살던 온유리는 어느 날 갑자기 백화점 시식코너에서 VIP 전담팀으로 발령받고 금기된 사랑에 빠졌다. 다사다난한 인생 곡선을 지나온 그에게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은 계속됐다. 백화점 부사장이 친아버지였음이 알려지고 직장 내에는 그의 불륜관계가 드러났다.

앞서 표예진은 ‘쌈, 마이웨이’에서도 애인이 있는 남자임에도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 몰매맞는 장예진 역을 맡은 바 있다. 온유리 역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기보단 비난받을 만한 캐릭터였다.

“시놉을 처음 봤을 때 성준이를 만나는 여자애인 걸 몰랐어요. 제가 받았을 때는 온유리 초반의 삶 정도만 보고 하고 싶다고 느꼈는데 미팅할 때 얘기를 들었어요. 근데 조금 더 재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6회까지 받았는데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캐릭터 보다 이 작품을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죠. 탄탄하고 섬세한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 많이 없기도 하고 극 중 모든 인물들이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 공감할 부분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VIP'에서는 불륜을 미화하지는 않았지만 언뜻 보면 정당화하는 느낌이 들만큼 온유리의 전반적인 삶도 조명했다. 표예진은 내성적이고 위축됐던 극 초반의 모습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뻔뻔해지고 할 말은 가리지 않고 하는 180도 다른 느낌의 온유리로 변해가는 과정을 소화하며 폭 넓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표예진은 온유리가 시청들의 공감을 살 순 없지만 한번쯤 그의 삶을 들여다봤을 때 ’얼마나 절박하면‘같은 측은함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로 다가갔다.

“유리의 초반 모습들이 저랑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유리가 남들한테 욕을 먹고 미움을 사지만 그걸 꿋꿋하게 이겨내고 버텨내는 그런 단단함이 저한테도 있는 모습이라 생각했어요. 유리를 맡아서 연기를 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보실 때는 이해할 수 없어하는 것도 이해됐어요. 그런데 저는 자연스럽게 ‘정말 힘들고 외롭게 살았을 때 저렇게 절실한 한 사람이 생기면 얘는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운 감정도 있었어요. ”

하지만 표예진은 연기했던 마음과 다르게 본 방송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게 됐다고.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VIP'는 모든 촬영을 끝낸 뒤 배우들도 시청자들과 함께 방송을 관람했다. 온유리는 박성준의 아내 나정선(장나라)에게 익명으로 문자를 보내는 가하면 이혼을 요구하며 당돌한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극이 중후반부로 흐를수록 온유리는 점점 더 도발적이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보게 되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중간 중간 보면 ‘여기서 이랬구나. 다음 회에서는 이렇게 찍어야지’같이 다르게 할 수 있는데 다 찍고 보게 되니까 시청자 마음이 되고 정선이 마음이 이해갔어요. 편집되서 본 건 또 다르게 느껴져서 놀라기도 하고요. 사실 중간부터는 반응을 안 보려했는데 친구들이 전해줘서 들었어요(웃음). 저도 정선이에게 몰입해서 보다보니 어느 정도 이런 반응일거고 상윤 오빠랑 얘기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저는 유리를 연기한 입장이라서 하나도 이해받지 못하는 건 혹여 ‘내가 전달을 잘못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잘못을 했지만 유리가 또 안쓰럽다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표예진은 온유리에서 하유리가 되어가는 과정이 첫 회부터 조금씩 미묘한 차이를 두었다고 전했다. 온유리 내면에 잠재된 본성이 드러나기 이전부터 사소하게 지나간 지점이 있었다. 회가 전개될수록 온유리는 극도로 예민해지고 나정선에게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극 중 두 사람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표예진은 연기에 임하는 데에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온유리에서 하유리로 갑자기 돌변한 건 아니에요. 지나가는 과정이 미묘하게 있었죠. 유리가 접대를 받고 쾌감을 느끼거나 립스틱을 사고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사소한 게 쌓이면서 변했던 것 같아요. 그런 감정이 되니까 나라 언니를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어요. 정선에 대한 죄책감이 깔려있었고 언니를 힘들게 한 것 같아서 연기를 안 할 때도 힘들었고 긴 시간동안 드라마를 찍다보니 ‘같은 감정을 잡고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구나’를 느꼈죠. 현장에서 저도 힘들고 언니도 힘들어서 같이 힘들겠다고 느꼈는데 언니가 더 외롭고 힘들었겠구나 싶었죠, 나라 언니도 정말 힘들었겠다 싶어서 미안하다고 연락한 적도 있었어요. 그 때 나라 언니가 ‘자기 자신이 제일 힘들다. 그래도 지금 잘 끝내서 살 것 같다’라며 오히려 저를 위로해줬어요”

표예진은 극 중에서 삼각관계에 놓인 장나라를 시기하고 이상윤과는 애증의 관계였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언니, 오빠였다고 전했다. 서로 부딪히고 센 감정들을 주고받는 장면들이 많았지만 표예진은 두 사람의 세심한 응원과 배려덕분에 완벽한 온유리 그 자체로 분할 수 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힘든 장면을 찍을 때마다 서로 더 의지했던 것 같아요. 나라 언니가 ‘너무 불쌍해서 성준이 그냥 주고 싶어’라고 말할 정도로 유리가 충분히 이래서 이럴 수 있다고 짚어주고 ‘오늘 힘든 씬 찍던데 잘 하고 있냐’라며 문자도 보내주고 응원해줬던 게 많은 힘이 됐어요. 상윤 오빠는 감정을 못 잡을 때 ‘이렇게 하는 게 어때’라고 먼저 제안해주고 ‘아쉬우면 한 번 더 하자. 감독님께 한 번 더 말해주겠다’고 해서 언니 오빠가 아니었으면 유리를 이만큼 표현하지 못 했을거에요”

온유리라는 역할을 맡은 덕분에 2019년 한 해를 알차게 보냈다는 표예진은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까지 ‘VIP'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VIP'를 통해 스스로 느낀 점이 많았다는 표예진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도 덧붙였다.

“촬영 내내 행복했지만 시청자분들께서도 너무 많이 봐주셔서 감사하단 말을 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모든 사실을 알았으니까 한 번 더 보셨으면 좋겠어요(웃음).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누군지 생각하는 작품이지 않을까요? 주변사람들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메시지를 준 작품이라 찍으면서 자부심도 있었고 앞으로 많이 나누고 많이 이해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계약’ ‘닥터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쌈, 마이웨이’ ‘미워도 사랑해’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조연부터 주연의 자리를 맡기까지 묵묵히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온 표예진의 연기력은 ‘VIP'에서 빛을 발했다. 배우 표예진으로서 밝힌 앞으로의 목표는 그동안 역할에 연연해하지 않고 쉼 없이 달려온 그의 활약이 기대케 한다.

“저는 연기를 되게 잘하고 싶은 게 목표여서 그런 것에 대해 신뢰를 주고 제 이름만으로도 ‘어 보고싶다’ 그런 생각이 들면 너무 좋겠어요. 이번에 ‘유리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나왔던 사람이었어‘라는 반응도 좋더라고요. 그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고 시청자분들에게도 그렇게 보였으면 해요”

[더셀럽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팬 스타즈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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