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 지켜보기도” ‘시동’ 박정민의 노력 [인터뷰]
입력 2019. 12.30. 16:29:09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박정민이 반항아로 돌아왔다. 치기 어린 반항아의 성장기를 세밀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박정민은 세심한 디테일까지도 신경을 쓰며 영화 ‘시동’을 이끌어나간다.

최근 개봉한 ‘시동’(감독 최정열)은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학교와 공부가 싫은 택일은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사회에 뛰어든다. 엄마(염정아)가 준 검정고시 학원비를 중고 오토바이를 구매하는 것으로 탕진한다. 엄마의 잔소리와 사랑이 어린 손길을 견디다 못해 군산으로 떠난다. 택일은 군산에서 우연히 만난 중화요리집 주방장 거석이형과 동고동락하면서 세상을 점점 알아간다.

박정민은 ‘시동’ 출연 제의를 받고 원작을 접하게 되면서 팬으로 발전했다. ‘단숨에 다 봤다’고 할 정도로 웹툰을 사랑했던 그였으나 출연 결정까지는 우려되는 것들이 더러 있었다. 여러 작품에서 학생 역을 소화하고 영화 ‘파수꾼’에서 반항아 기질을 보인 적 있지만, ‘시동’ 속 택일을 30대가 지난 지금 선택하기란 걱정되는 부분이 컸다. 이 때문에 최정열 감독에게 ‘지금 해도 괜찮겠냐’라고 묻기도 했다.

더욱이 택일은 미성년자이지만 가출을 일삼고 흡연과 음주도 하는 거침이 없다. 자칫 잘못하면 철들지 않은 청소년의 치기 어린 반항만 보여줄 수 있기에 박정민은 여러 부분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미성년자의 일탈을 그리고 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제작진과 감독님 등 많은 스태프와 상의를 했다. 문제점을 보여줘야 변화의 폭을 보여줄 수 있으니 초반에는 흡연하다가 점차 보여주지 않는 것으로 했다. 음주하는 것은 어른들이 제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택일이 어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성년자의 일탈을 심하게 그리지 않고 리얼을 베이스로 두자고 합의를 했다.”

박정민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택일을 만들기 위해 고등학교 하교를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택일의 이미지를 만들기에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그는 “애들은 애들이더라. 벤치마킹을 한다고 하면 제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이고, 애써서 어려 보이려고 한 것처럼 보이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실제론 학창시절 좋은 성적을 받으며 공주 한일고등학교에 진학, 고려대학교 인문학부에 합격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박정민이지만 “남자들은 택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웃으며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기본적으로 남자 고등학생들은 센 척하고, 껄렁껄렁하게 다니고, 욕하고 괜히 그러지 않나. 그런 동경이 있었다. 잘나가고 싶어 하고. 저도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중학생 때는 많이 다르지만. 고등학교를 시골에 있는 학교로 가다 보니까 중학교 때 저를 아는 친구가 하나도 없더라. 다른 모습을 보여줘도 이상할 게 없으니 그때는 괜히 엇나가고 그랬던 적은 있다. 하지만 엇나가는 짓도 해본 놈이 해봐야 하는데 해본 적이 없으니 야간 자율학습 끝나고 교문 밖에 치킨이랑 콜라 먹는 정도였다. 돌아오면서 껄렁껄렁하게 걷고.(웃음) 애들이랑 별 떨어지는 거 보고 좋아하고. 그 정도였다.”



스스로를 ‘원작의 팬’이라고 밝힌 박정민은 원작보다 밝아지고 유쾌한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원작의 매력을 잘 가져온 시나리오에, 회차를 찍어나가면서 재미 요소가 첨가됐다. 그는 영화에 “잘한 선택”이라고 만족해했다.

“만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많이 어둡다. 웹툰의 택일은 영화보다 훨씬 못됐다. 골방에서 술 마시고 뻗어서 자고, 엄마한테 큰소리치고. 원작을 영화로 만든다고 할 때 고려 안 할 수가 없는 게 원작의 팬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만화는 많은 인물의 사연을 보여줄 수 있고 호흡이 느려서 복선들을 다 회수할 수 있지만 영화는 두 시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웹툰처럼 영화의 택일이 못되면 관객을 끌어당기기 어렵다. 원작의 고유 정서나 이런 것들은 잘 가져오되 색은 수정해서 가는 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관객이 웃을 수 있도록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게 했다.”

지난 추석에 개봉한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박정민은 ‘시동’과 연이어 두 작품에서 원작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 셈이다. 참고할만한 캐릭터가 있는 연기와 처음부터 새로 창조해야 하는 캐릭터 중에 수월함은 원작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박정민은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크게 다르지 않다. 연구하는 과정에선 다 어렵다. 원작이 더 힘들거나 그런 것은 없다. 원작이 있다고 한들 관객들은 원작을 모르거나 안 본 분이 많다. ‘타짜’도 원작이 있지만 본 분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시동’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소개를 할 것이냐는 출발지점은 같다. 기본적인 골자는 다르지 않다.”



‘시동’ 속 택일은 엄마에게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대뜸 소리를 지르고 반항만 하지만, 극의 말미를 향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점인 만큼, 박정민 또한 불량청소년의 이미지에 초점을 두지 않고 택일의 감정에 집중하려고 했다.

특히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시동’ 속 모자는 소통의 부재로 점점 멀어진다.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마침내 서로의 진심과 마음이 닿자 관객에게도 뭉클함이 전해진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게 엄마와의 관계다. 서툰 표현과 감정들이 결국에는 엄청나게 펑펑 울리는 영화는 아니지만, 감정들을 쏟아가면서 엄마와의 사이가 조금씩 풀린다.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두고 연기를 해서 영화를 볼 때도 ‘좋다’라고 느꼈다.”

영화는 어울리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 연기와 책방운영을 함께하고 있는 박정민은 방황하는 청춘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행복을 빌었다.

“대부분 많은 사람이 어울리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상황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하는 건 아주 위험한 발언이다. ‘네가 뭘 안다고’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조심스럽다. 그리고 제가 루틴이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그분들에게 위로나 응원이 되는 말을 하기 어렵더라. 팬레터를 써주는 팬들에게도 ‘내가 어떻게 말을 해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다만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더라. 더 상처가 되니까.”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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