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지않아’ 안재홍 “동물 탈 보는 순간 ‘아 이건 되겠다’ 싶었죠” [인터뷰]
입력 2020. 01.10. 16:36:48
[더셀럽 전예슬 기자] 배우 안재홍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 코믹 연기에 능한 그가 이번엔 탈을 쓰고 돌아왔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 개봉을 앞두고 안재홍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치지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다. 안재홍은 영화 출연 이유로 ‘시나리오’를 꼽았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어요. 저에게는 관전 포인트라고 할까. 시나리오를 보면서 궁금했던 부분은 동물 슈트를 어느 정도 믿게 만들까가 중요했어요. 시사회 때 더 집중해서 봤던 것 같아요. 촬영할 때도 동물 슈트를 입고 관람객을 속이고 동물원을 정상화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탈의 완성도가 중요했던 거죠. 촬영이 시작됐고 탈을 봤을 때 ‘이정도 동물 슈트라면 영화 속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탈의 디테일과 정교함에 놀랐거든요. 너무 극사실적으로 탈을 제작하면 코미디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어요. 관람객을 속이는 선을 감독님이 잘 찾으신 것 같아요. 영화를 보는데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죠. ‘굉장히 예리하게 감독님이 그 선을 만드셨구나’라는. 동물들이 나올 때 귀엽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동물 슈트를 볼 때 재미가 더 형성되는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봤어요.”

안재홍은 극중 위기의 동물원 동산파크의 초짜 원장 태수 역을 맡았다. 그는 쇼맨십 충만한 콜라 먹는 북극곰으로 열연을 펼친다. 이외에도 수의사 소원 역을 맡은 강소라는 앞만 봐야하는 비운의 사자로, 동산파크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허덕이는 서원장 역의 박영규는 기린으로 거듭난다. 또 동산파크 직원 해경 역의 전여빈과 사육사 건욱 역의 김성오는 각각 나무늘보와 고릴라로 탈바꿈한다.

“동물별로 3~4개월 씩 공을 들여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촬영 시작 전에도 제작 중이었죠. 고릴라를 완성된 탈 중 제일 처음 봤어요. 그때 ‘와, 이건 되겠다. 굉장하다. 이정도 완성도면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나무늘보를 봤을 때 마음이 바뀌었어요. 하하. ‘너무 큰데?’ 이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실제처럼 하면 재미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치지않아’는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속 태수의 대사처럼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다?!’라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시작된 것.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로 새롭게 탄생된 태수를 어떻게 설정해갔을까.

“촬영 전에 웹툰을 보진 않았어요. 감독님께서 모티브와 설정만 가져온 거라고 시나리오에 집중해서 이야기에 몰입하자고 하셨죠. 웹툰은 촬영이 끝난 후에 봤어요. 태수의 여러 성향이 있겠지만 눈에 띄었던 건 예민함, 갈망, 갈증, 그리고 목표의식이 뚜렷한 친구란 생각이 들었어요. 원하는 것이 분명했던 사람이고 불안함 속에서 오는 열등감도 있는 친구였죠. 태수가 로펌 대표님(박혁권)의 눈에 띄기 위해 90도로 인사잖아요. 고개를 들어서도 로펌 안 사람들의 눈치를 미세하게 봐요. 그런 디테일을 가져가고 싶었어요. 눈에 띄고 싶어 하는데 자신의 상황을 불만족스러워하는. 그게 크면 클수록 동물 슈트를 입고 돌파해나가는데 동력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갈망들이 이 인물에게 힘이 됐던 것 같아요. 동물원에서 동물 탈을 쓰고 관람객들 앞에서 동물 행세하는 게 말도 안 되는 제안인데도 태수의 갈증이 컸던 거죠.”

안재홍은 영화에서 생계형 수습 변호사부터 야심만만한 동물원의 초짜 원장, 콜라 먹는 북극곰까지 1일 3직업을 선보인다. 그런 태수의 모습을 보면서 ‘모험극’같다고 말하기도.

“저는 태수의 모험극 같았어요. 동물원이 특별한 장소가 아닐 수 있는데 로펌 변호사에서 동물원 원장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모험이 시작된다는 생각이었죠. 모험을 하고 인물의 성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변화를 가지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갈증이 큰 인물이 분명하고 강력한 목표가 생김으로써 성취감을 느끼는 이야기에서도 쾌감을 느꼈어요. 특히 콜라를 마시면서 동물원이 문전성시를 이룰 때 태수에 이입해서 쾌감과 성취감을 많이 느꼈어요.”



영화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동물 슈트. 특수분장 팀은 털 한 올의 모질과 굵기, 밝기와 색감까지 고려한 것은 물론 동물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수의사의 자문까지 받아 제작했다고. 탈을 쓰고 연기하면서 뒤따르는 고충도 컸을 듯 하다.

“북극곰의 머리가 저의 정수리 위로 오니까 실제로는 목 쪽을 이용해서 시야가 확보됐어요. 앞을 보고 연기를 하면 북극곰 머리가 뒤로 가있었죠. 화면에 우스꽝처럼 나와서 그걸 계산하면서 연기 했어요. 규모감을 익히는데 노력했어요. 무거웠지만 한겨울에 촬영해서 슈트를 입으면 따뜻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콜라를 마시는 장면은 털 안에 라텍스 주머니가 있었어요. 그 안으로 콜라를 넣거나 병 입구를 막아놓고 촬영했죠. 털이 젖으면 안 되니까.”

동물 대신 동물이 된 사람들이라는 전무후무한 설정에 동물과 사람을 넘나드는 동산파크 5인방의 1인 2역 맹활약이 돋보이는 ‘해치지않아’. 코믹한 요소가 주를 이루지만 안재홍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좋았다고 한다.

“이 영화가 표면적으로는 태수라는 인물이 동물 없는 동물원에 원장으로 부임해서 정상화 시키는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에요. 하지만 서브플롯이라고 할까요. 동물과 동물원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가 좋았어요. 은연중에 툭 던지는 질문이 좋았죠. ‘까만코’가 화면에 나올 때마다 다양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달빛이 비출 때 소원이가 문을 열어주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북극곰을 보니까 마음이 이상했죠. 다양한 감정이 들었어요. 찡하기도 하고.”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해치지않아’는 동물을 소재로 한 ‘닥터 두리틀’과 ‘미스터 주: 사라진 VIP’와 맞붙는다. 이 영화는 어떤 강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자 할까. 설 극장가, 코미디 영화의 흥행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치지않나’는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 사람이다가 강점이에요. ‘괜찮아 사람이야’라고 패기가 넘치는 영화죠. 하하. 태수가 달려가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어떤 질문이라고 할까요, 메시지를 툭 던져요. 대놓고 주장하기 보다는 은연중에 느껴지는 숨은 의미가 굉장히 귀한 작품이죠. 어떤 식으로도 느껴지셨으면 해요. 또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셨으면 해요. 설 연휴니까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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