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지않아’ 전여빈, 한 마디 말에도 빛이 나는 배우 [인터뷰]
입력 2020. 01.16. 15:34:30
[더셀럽 전예슬 기자]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가 또 있을까. 솔직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인터뷰 내내 뿜어낸 배우 전여빈. 그의 ‘초고속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해치지않아’(감독 손재곤)에서 김해경 역을 맡아 열연한 전여빈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14년 CF로 시작해 크고 작은 작품에 조금씩 얼굴을 내비친 전여빈은 영화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에서 영희 역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은영 역으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으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간 것. ‘해치지않아’는 전여빈에게 상업영화 첫 주연작이다.

“‘죄 많은 소녀’ 개봉 전 손 감독님에게 제안을 받았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연기를 하고 싶고 이왕하면 좋은 작품에서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해요. ‘상업영화 주연을 하게 됐구나’라는 마음은 없었어요. 해왔던 작업인데 좋은 작품이 생긴 거죠. 그런데 홍보하는 걸 보면 ‘상업영화라는 거구나’를 느껴요. (웃음) 홍보의 과정이 너무나 다채롭고 다양한 방면으로 하니까. 관객에게 다가가는 규모가 ‘확실히 독립영화와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 긴장되면서 이제 시작이고,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해치지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다. 전여빈은 극중 동산파크의 사육사 김해경 역을 맡았다.



“감독님에게 ‘원작을 봐야할까요’ 여쭤봤을 때 ‘각색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촬영이 다 끝난 후 웹툰을 종이책으로 선물 받았는데 그때 봤죠. 웹툰 속 나무늘보는 영화와 완전히 달라요. 성별 자체가 남자에서 여자로 됐죠. 감독님이 각색을 잘 하신 것 같아요. 구현되게 쉽게.”

영화 속에서 전여빈은 나무늘보 슈트를 입고 연기한다. 무게만 10kg에 달하기에 그 탈을 뒤집어쓰고 연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 ‘나무늘보는 나무에 매달려있는 신이 대부분이라 힘들지 않았냐’라는 질문에 전여빈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슈트가 10~15kg정도 됐어요. 한 겨울에 촬영을 했는데 굉장히 추웠죠. 털을 입는 순간 따뜻해지더라고요. 박영규 선생님은 슈트를 입었을 때 더워서 힘들어하셨는데 저는 편안하고 따뜻했어요. 현장에서 ‘이거 내 에코퍼야. 올해 트렌드는 나야’라고 장난도 쳤죠. 동료들은 액션이 힘든 게 많았는데 저는 그분들에 비하면 행동반경이 작아서 그런 장난을 칠 수 있었어요. 또 영화상에서 계속 매달려 있는 것처럼 표현되지만 현실에선 ‘컷’하면 끝이었어요. 감독님이 배우들을 힘들게 하지 않으셨거든요. 배려를 많이 해주시는 감독님이셨어요. 그래서 매달려있는 신도 실질적으로 어렵지 않았어요. 모션 액터분들도 팀을 마련해주셔서 서로 번갈아가며 탈을 쓰고 편하게, 무리하지 않게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영화에서 나무늘보가 ‘편하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진심이었죠.”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라는 소재는 신선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고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직접 연기하고 표현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뒤따르는 고민은 없었을까.

“이 영화가 휴먼코미디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조금 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손재곤 감독님이 그동안 연출한 작품을 보더라도 그만의 블랙코미디가 녹아들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결로 나올 거라 생각했죠. 우리 작품이 코미디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다른 배우들이 연기할 때 웃을 수 있는 요소는 많지만 해경이라는 인물만 봤을 때 코믹 연기를 위해 달려가는 인물은 아닌 것 같았죠. 해경이는 해경이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영화를 만든 방식이 감독님이 많은 고민을 하신 결과라고 생각해요. 코미디도 가져가고 싶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싶은. 사실 MSG를 많이 칠 수 있는 영화예요. 그런데 감독님이 일부러 많이 빼신 거죠.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줄까 궁금하기도 해요. 결말은 황당무계하지 않은, 현실과 떨어지지 않은 사려 깊은 마무리였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 영화 시작 전, 저희에게 해외에서 동물 탈을 쓰고 동물원에서 몰래카메라를 찍었는데 다 믿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게 되겠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죠. 우리 영화의 착하고 귀여운 이야기를 관객들이 조금 더 마음을 열어봐주시면 이야기의 힘에 빠져들어 저희들을 믿어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해치지않아’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동물원 내 동물들이 처한 상황과 가슴 아픈 현실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전여빈 역시 과거 동물원을 갔던 기억을 회상하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까만코의 행동’이라는 키워드가 저에게 들어왔어요. 예전에 동물원을 갔을 때 늑대가 벽에 머리를 박고 있더라고요. ‘쟤는 머리가 간지러운가?’ 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다시 생각하니까 그 늑대는 아픈 거였어요.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죠. 그걸 생각하다보면 우리 영화의 결말이 잘 이해가 돼요.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선 정답이 없잖아요. 육식, 채식하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발전해나가고 있고 서로 의견을 교환해 나가는 것처럼 동물에 대한 생각도 고민해 나가야하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전여빈에게 빠져들었다. 솔직하고 당당하며 강단 있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게 빛나 보이기도. 어떤 인물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배우 전여빈과 진정성,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인간 전여빈. 두 가지 모습이 조화롭게 공존한 그이기에 2020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것이 아닐까.

“이 필드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부담감과 어려움은 적은 상태인 것 같아요. 겪어 가다보면 부딪히는 면도 있을 거예요. 그때마다 자연인 전여빈 모습으로 더 생각하려고 해요. 제가 출연한 작품들이 릴리즈 되는 순서를 보면 한 걸음, 한 걸음 씩 걸어가고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어요. 잘 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죠. 지금도 독립영화 쪽에서 연락이 오고 있어요. 저는 무조건 열려있어요. 장르와 규모 상관없이 좋은 글, 캐릭터, 팀을 만나고 싶습니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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