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남산의 부장들’, 설 영화 경쟁 두렵지 않네 [씨네리뷰]
입력 2020. 01.22. 11:02:45
[더셀럽 김지영 기자]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재, 원작 소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선 여러 걸림돌이 존재한다. 그러나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적지 않은 걸림돌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은 한국 근현대사의 핵심적인 사건, 故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사건을 이야기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살되기 40일 전 그를 둘러싸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던 이들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1990년부터 2년2개월간 연재된 김충식 기자의 취재기를 담은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실제 있었던 10.26사태를 소재로 한 소설, 이를 스크린으로 옮긴 ‘남산의 부장들’은 원작과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며 영화적 재미도 잃지 않았다. 극의 중심인물들을 맡은 배우들은 흔들림 없는 내공으로 전개를 힘 있게 이끌어가며 ‘내부자들’ ‘마약왕’ 등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은 세련된 미쟝센과 극의 몰입을 돕는 OST로 작품의 퀄리티를 높였다.

영화는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박통(이성민), 김규평(이병헌), 박용각(곽도원), 곽상천(이희준), 전두혁(서현우) 등 살짝 비틀어 설정했다. 그러나 역사를 어느 정도 아는 이, 박통과 전두혁의 모티브인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교과서와 다수의 매체에서 접해왔던 이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박통, 전두혁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모두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스타일링부터 말투까지 근접하게 설정했다.

특히 이성민은 박통의 실제 인물, 박정희 대통령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도드라진 귀를 표현하기 위해 매 촬영마다 특수 분장을 강행했고 전 대통령의 의상을 맡았던 실장을 만나 사실성에 근거해 의상을 제작했다. 전두혁 역을 맡은 서현우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외모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 내내 이마의 폭을 넓혔다.

더불어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세트에서 진행된 청와대, 중앙정보부, 궁정동 안가의 세트 역시 실제 장소를 바탕으로 구현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하기까지 계획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 나라의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한 것인지, 개인의 감정 혹은 권력 욕심이었는지는 당시에도 여러 가지 설로 엇갈렸다. 영화에선 김규평의 내적, 외적 갈등을 모두 담고 당시의 판결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최후 변론이 엇갈리는 것을 그대로 녹여내 영화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만들었다.

더욱이 김규평으로 분한 이병헌은 이번에도 흔들림 없는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면적, 외면적 갈등을 겪고 있는 김규평을 많은 대사 없이 표정과 행동으로 표현해낸다. “각하는 2인자를 살려두지 않아”라는 박용각의 말을 듣고 생각에 빠지는 모습, 곽상천에 밀려 박통에게 외면 받고 분노를 속으로 삼키며 쥐는 주먹, 자신을 험담하는 박통을 도청한 뒤 결심에 찼을 때 등을 대사 없이 눈빛과 분위기로 관객에게 감정을 오롯이 전달한다.

두 편의 코미디 영화(‘히트맨’ ‘미스터 주: 사라진 VIP')와 격돌하는 ’남산의 부장들‘은 가벼움 보단 진중함, 무게감으로 전 세대 관객들을 매료시킬 전망이다. 배우의 연기, 연출, 각본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웰메이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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