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욕망으로 뒤틀린 인간들의 민낯 [씨네리뷰]
입력 2020. 02.17. 17:55:57
[더셀럽 김지영 기자] 돈 가방을 둘러싸고 여러 마리의 짐승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으르렁댄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욕망 앞에서 무너져 내린 인간을 8명의 캐릭터로 이야기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어디론가 서둘러 가는 돈 가방에 초점을 두고 막이 오른다. 가방의 주인이 누구인지 성별조차 알 수 없다. 극의 서막이 영화의 전체를 대변하듯 전반적인 내용은 돈 가방을 둘러싸고 이를 탐내는 인물들의 경쟁이 짙게 그려진다.

“평범한 인물들의 군상”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던 김용훈 감독은 원작의 소설보다 더 평범한 인물들로 영화를 채웠다. 공무원, 유흥업소 직원과 사장, 사채업자, 조선족 등의 캐릭터들이 물고 물어뜯는다. 엇갈린 관계 속에서 돈에 눈이 멀어 악행을 마다하지 않고, 사람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혼란스러움과 갈등 그럼에도 욕망에 눈이 멀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 등을 캐릭터를 통해 영화의 주제와 어우러지도록 이야기한다.

이번 작품으로 입봉을 한 김용훈 감독은 세련된 연출을 위해 굉장히 신경을 쓴 모양새다. 돈 가방이 생기게 된 배경, 수억을 손에 넣기 위해 심리전을 펼치고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들이 시간의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고 사건의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초반엔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놓치면 자칫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 극이 후반부를 향해갈수록 아귀가 맞지 않던 스토리는 퍼즐의 완성 본처럼 하나씩 들어맞게 된다.

‘지푸라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소재는 다른 작품에서도 익히 다뤄져왔다. 영화는 기존의 것들과 다르게 엉켜있는 시간의 순서와 챕터로 나눠진 연출이다. ‘빚’ ‘호구’ ‘먹이사슬’ ‘상어’ ‘럭키 스트라이크’ ‘돈가방’ 등 여섯 장(章)으로 나눠진 영화는 여덟 명의 캐릭터가 왜 돈 가방을 탐을 내는지, 어떤 구조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을 챕터로 설명해 익숙한 소재가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김용훈 감독이 장의 대표 단어를 왜 ‘빚’ ‘호구’ ‘먹이사슬’ ‘상어’ 등으로 정했는지에 염두를 하고 관람한다면 더욱 ‘지푸라기’에 몰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돈 가방이 생기고 나서부터 관계의 구도에 놓이게 되는 인물 8명은 모두 할 몫을 톡톡히 해낸다. 그 중에서도 러닝타임 절반이 흐르고 나서야 등장하는 연희를 맡은 전도연은 첫 신부터 시선을 압도한다. 강렬한 카리스마로 관객의 호흡마저 좌지우지하게 만들고, 전도연이 아닌 연희는 상상할 수 없게 한다. 극 중 유흥업소 사장을 맡고 있는 연희는 직업 특성상의 분위기를 묘하게 풍기고 눈빛과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상대를 잡아먹는 느낌을 표한다.

전도연의 연기력이 빛을 발해서일까. 반면 정우성은 힘을 좀처럼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가벼운 연기를 보여주려고 했다는 의도와 달리 혼자서 톤을 잡지 못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절박함으로 호소하는 장면에선 절박함이 보이질 않고 탄식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영화는 천편일률적인 교훈을 던지지 않아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까지 안도의 숨을 내뱉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 ‘지푸라기’는 오는 19일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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