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남자’ 박혁권,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인터뷰]
입력 2020. 02.25. 14:15:11
[더셀럽 전예슬 기자] 95분 러닝타임 안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배우 박혁권이 믿음을 의심케 하는 처참한 절망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박혁권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기도하는 남자’(감독 강동헌)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일 개봉된 ‘기도하는 남자’는 극한의 상황, 위험한 유혹에 빠진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그의 아내 정인(류현경)의 가장 처절한 선택을 쫓는 작품. 이 영화는 제23회 부산 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 상영되며 한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편집본을) 처음 봤어요. (언론배급시사회 상영작은) 순서나 편집이 조금 바뀐 것 같더라고요. 큰 차이는 없어요.”



박혁권은 극중 믿음에 잠식당한 목사 태욱으로 분했다. 지독한 경제난 속에서 힘겹게 개척교회를 운영 중인 그는 돈을 마련해야하는 상황 속 신념에 어긋나는 선택지를 마주한다. ‘목사’라는 인물 설정이 있으나 ‘기도하는 남자’는 ‘종교 이야기’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박혁권 역시 이러한 소재에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

“인물의 감정이나 인물의 어떤 사건에 집중하려 했어요. 직업이 목사님이니까 종교적인 것들은 배제하면 안 됐기에 그 부분은 걱정이 됐지만 주변에 교회를 오래 다녔던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죠. 종교적인 부분들은 배제하지 않고 인물의 감정라인을 살리는 게 우선이었거든요.”

이 영화는 인물들의 내면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관찰한다. 인물들의 고민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캐릭터의 직업을 개척교회 목사로 설정했을 뿐이다. 특히 박혁권은 후반 등장하는 ‘화장실 기도신’에서 이상과 현실 두 갈림길에 놓인 태욱의 감정을 폭발시키듯 표현해냈다.

“대본을 봤을 땐 방언느낌이 있었어요. 제가 종교적인 부분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 방언 관련 동영상을 찾아봤는데 확신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을 찾지 못했죠. 감독님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처음부터 이야기했어요. 감독님은 ‘되는대로 해 봅시다’라고 해서 했죠. 그래서 감독님에게 다 맡겼어요. 감독님이 편집으로 태욱이 횡설수설하는 느낌을 살리셨더라고요.”

이날 박혁권은 무신론자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 영화에 끌렸던 것일까.

“처음 대본을 받았을 당시, 드라마 촬영 중이었어요. 이후 늦게 대본을 봤죠. ‘교회 이야기인가?’하고 봤더니 재밌더라고요. 등장하는 각각 인물들의 감정라인이 잘 살아있었어요. 과격한 면은 있지만 억지스러움이 없고 개연성 또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각 인물들의 감정라인에 개연성이 높았던 거죠. 그 부분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가장 높았어요.”



태욱은 장모님의 수술비 5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와 고군분투한다. 지인들로부터 조금씩 돈을 빌려보지만 비용은 턱없이 부족하고 결국 후배 동현(김준원)에게까지 도움을 청하지만 치욕스럽게 거절당하고 만다. 끝내 방법이 없던 태욱은 동현의 외도 사실을 빌미로 돈을 받아낸다. 영화는 ‘돈’이라는 현실 앞에 그 마음과 신념을 다해 살아가는 이상이 얼마나 어려운 가라는 것을 면면히 보여준다.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에게 ‘이거 감독님 이야기잖아요’라고 했어요. 저는 아직 미혼이니까 혼자만 생활을 하면 돼서 수월한데 감독님은 결혼해 아이도 있으니까 시나리오 단계에서 감독님의 감정이 많이 개입됐을 거예요. 극중 인물로 봤을 때 태욱은 ‘믿음’을 가지고 있잖아요. 믿음의 소명과 사명감이라고 생각해 교회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경제적으로 힘든 인물이에요.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교회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 보면 욕심 때문에 태욱이 더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기도하는 남자’의 결말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여러 갈래로 해석이 가능하다. 갈등이 해소되는 지점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아 누군가는 비극적이라고 바라보기도. 그래서 박혁권은 이 영화를 통해 현실을 객관화시켜 바라보길 바랐다.

“나름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이게 맞을 거라고 생각해 움직이지만 아닐 경우도 있잖아요. ‘지금 나의 선택이 맞는 건가? 나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를 (영화를 통해)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본인의 일이라 객관화시키기가 어려운 건 맞아요. 그러나 저는 어려울수록 객관화시켜 상황을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주)랠리버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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