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정우성 “모든 캐릭터엔 확신이 필요하죠” [인터뷰]
입력 2020. 02.25. 15:31:51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 정우성에겐 확신이 있다. 원작 소설, 시나리오와 달라진 성향을 영화 ‘지푸라기’에서 표현하면서 무엇보다 확신이 필요했고 이는 더 나아가 모든 캐릭터에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연기는 확신의 싸움”이라고 힘주어 소신을 드러냈다.

최근 개봉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 이하 ‘지푸라기’)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극. 정우성은 극 중 사라진 여자친구 연희(전도연)로 인해 빚을 떠안았지만 또 다른 한탕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기회를 엿보는 인물 태영을 맡았다.

원작의 소설을 영화화한 ‘지푸라기’는 평범한 인간들의 군상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용훈 감독의 뜻대로 대중적인 캐릭터들로 조금씩 탈바꿈을 했다.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로 바뀐 게 태영이다. 원작 속 태영의 직업은 형사였지만 영화에서는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으로 바뀌고 중압감이 상당했던 소설 캐릭터에서 무거운 분위기는 덜고 호구적인 면을 극대화했다.

이는 정우성의 계획이었다. 완벽함보다는 허점이 많았던 태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선 캐릭터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고 김용훈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설득해나갔다. 그럼에도 그는 “첫 촬영에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당황하는 눈빛을 읽었다”고 하면서 자신의 믿음으로 태영의 일관성을 표현했다.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고 밝힌 정우성은 원작을 접하지 않아서 태영의 새로운 면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에서 느꼈던 태영의 모습에서 허술함을 발견했고 이를 부각시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 판단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태영이라는 인물의 상황과 연희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인물로 보였다. 그런 태영의 모습에서 허술함을 발견한 것 같다. 허술함이 드러나야겠더라. 워낙 이야기 자체에는 세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둡지 않나. 사실 그 사람들이 악하기 때문에 악의적 선택을 작정하고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음이 있기 때문에 각자의 선택을 하고 선과 악으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태영에겐 허술함과 허점이 보여서 이를 드러내면 위트 있게 쉬어갈 수 있는 포인트가 생길 것 같았다. 코미디를 담당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헛웃음을 치게 하는 것이다.”

시나리오에서 발견한 캐릭터의 허점을 극대화시켜 지금의 태영이 탄생했다. 감독의 의견보다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태영의 성향은 촬영 초반 스태프들의 당황을 야기 시켰다. 더욱이 마지막 장면을 첫 촬영했기 때문에 이 이후로 당황하는 스태프들을 안심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정우성은 그럴수록 더욱 자신을 다잡았다.

“모든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는 확신이 중요하다. 불안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의심하게 된다. 태영은 본인을 의심하는 캐릭터가 아닌데 내가 연기하면서 태영을 의심하면 그건 관객들에게 들키게 돼있다. 그래서 확신이 필요했고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정우성은 자신의 판단과 결정, 마음가짐이 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완벽보다는 극을 이루는 다른 캐릭터들, 감독의 의도한 연출 등과의 조화에 가까워지고 싶다고 말했다.

“완벽하다고는 얘기할 수 없다. 구현이 됐을 때 얼마나 조화롭게 그 자리에서 머물면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과의 감정적 파장을 일으키느냐는 완성이 된 다음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만족감이다. 만족도가 어느 정도 성취욕으로 연결되는 것일 뿐 완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와 함께 자신의 선택이 확신에 차 있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믿음으로 채우면서 태영의 서사를 채워나갔다. 정우성에겐 자신을 믿는 소신이 확실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확신이 필요한 만큼 불 확신하다는 것으로 다시 해석할 수 있다. 매 순간 확신을 다잡는다는 것은 이 결과가 어떤 조화를 나오게 할지, 태영에 대한 것도 불확신이지 않나. 그렇다면 그 불확실함에서 불안함으로 연기를 불안하게 할 것이냐, 아니면 그것을 딛고 뻔뻔하게 연기를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연기는 확신의 싸움이다.”

그렇게 정우성은 태영이 관객에게 미움만은 사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을 수 있는 캐릭터이면서도 연민을 느끼도록 구성했다. 그랬기에 태영의 마지막 순간조차도 허무하지 않게끔 했다.

“사고사는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태영은 끝까지 자신 있어 한다. 그런 인생에서의 불현 듯 한 사고사는 자신이 아무리 계획해도 다가오는 것이지 않나. 태영의 사고 장면이 시나리오에서는 뒷모습으로만 남는데 현장에서 앞모습으로 바꿨다. 표정이 보이는 상황이었으면 했다. 더욱이 범죄는 정당화될 수 없기에 태영이라는 캐릭터가 안타깝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태영을 보고 헛웃음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선택에 대해 우리가 지탄의 대상으로 놓을 수 있는 것인가, 사회의 분위기가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할 여지를 주고 싶었다. 인간을 늘 연민의 대상으로 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할 수 없는 것처럼, 태영을 정당화시키려고 하지 않다보니까 오히려 풍자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지푸라기’의 강점이기도 했다. 욕망 앞에 놓인 여러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과 악을 구분 짓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면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우성은 원작 소설을 보지 않았지만 영화만의 강점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지푸라기’의 관람을 독려했다.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서 우리 인생을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던져주지 않나.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밀도를 느낄 수 있고 사연들도 깊게 남아있고. 마지막의 엄마 순자(윤여정)의 주옥같은 대사도 있고. 영화만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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