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가 밝힌 ‘킹덤2’의 모든 것 #생사초 #혈통 #시즌3 [인터뷰]
입력 2020. 04.06. 17:13:25
[더셀럽 김지영 기자] ‘김은희 작가는 다 계획이 있구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두 번째 시리즈까지 시청하고 난 뒤의 대부분 시청자의 한 줄 감상평이었을 터다. 시즌1은 죽은 사람을 되살리고,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생사초의 비밀이 겉면만 드러난다면, 시즌2에서는 밑바닥까지 드러난 생사초의 비밀, 그럼에도 아직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확장된 배경 등이 시즌3를 더욱 기대케 한다.

지난해 1월 공개된 ‘킹덤’의 첫 시즌에서는 역병이 어떻게 조선을 뒤덮었는가에 초점을 맞췄었다. 부산 동래에서 인육을 먹게 되면서 퍼지는 생사역, 이를 두고 갈등을 빚는 계급층, 생사역에 쫓기는 형색으로 혼란스러운 조선시대의 상황을 그렸다. 이어 최근에 공개된 시즌2에서는 리더십이 향상된 왕세자 이창(주지훈)의 지도 아래 생사역을 진압해나가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담겨있다. 이러한 가운데 생사역을 만들어낸 조학주(류승룡)를 생사역으로 사망케 하는 사건, 조학주에게 항상 무시당하며 살아온 중전(김혜준)의 복수, 마무리될 것 같았던 생사역과의 전쟁이 잠복기를 거치고 다시 확산의 가능성을 보이는 것 등을 담아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 수많은 시청자의 극찬을 자아내게 만든 것이 생사초의 비밀이다. 시즌1 말미에서 드러난 낮은 온도에서 활발하게 반응한다는 특성이 시즌2에서는 n차 감염이 진행될 때마다 반응이 빨라진다는 것으로 발전됐다. 더불어 역병은 생사초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초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원인이라는 것, 물린 즉시 물에 상처를 담그면 기생충이 몸에서 빠져나오는 것 등을 알아냈으나 그럼에도 동래에서 퍼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해 미궁으로 남았다.

이는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도 닮아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다. 특히 시즌2 끝부분에서 공개된 생사초의 근원지, 국내에서 퍼지는 방향 등이 코로나19와 맞물려 ‘지금 봐야 할 드라마’로 떠올랐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화상인터뷰로 만난 김은희 작가는 “수년 전에 구상한 대본”이라며 현 상황과 맞물리게 된 건 우연이라고 부인했다. 더불어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다”며 “계산하면서 쓴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동래에서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에 큰 도읍이었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물교역을 하는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다. 남부 쪽에서 들어오는 쇄국도 물길로 올라오고 바닷길로 올라오고. 그리고 한양에서 체감상 가장 먼 도시를 쓰고 싶었다. 시즌2에 들어가서 이렇게 전개되는 게 극적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쓴 것이지 계산하고 쓴 것은 아니다. 당연히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작가의 입장에선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을 이렇게 생각해서 달려가다 보니 이렇게 쓰게 된 것이다. 제가 무섭거나 계산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시즌1에서는 ‘굶주림’에 대한 이야기를 전면으로 내세웠다면 시즌2에서는 ‘혈통’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진행된다. 왕세자 자리에 아들을 앉히기 위해 범법을 마다하지 않는 중전, 살아남은 원자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이창 등의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진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 시즌2를 통해 어떠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피가 좋은 왕을 만드는가를 질문하고 싶었다. 적절한 사람이 왕의 교육을 받다 보면 더 좋은 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피가 전부가 아닌 세상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피와 혈통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는 딱히 없다.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구상을 하고 생각이 꼬리를 문다. 좀비, 배고픔, 정치, 피와 혈통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단계를 밟았다.”

평소 접하는 매체와 작품을 통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밝힌 김은희 작가는 생사초의 시작도 이와 같았다. 관심이 있었던 기생충 관련 서적을 접하고 좀비의 시작을 떠올렸다. 김은희 작가의 매번 새롭고 독창적인 대본의 탄생배경은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었다.

“생사초라는 풀은 기생충, 바이러스를 보고 떠올렸다. 그런 풀에 알을 낳고 기생하는 종류가 있다더라. 이 풀 때문에 좀비가 탄생하면 어떨까 싶었다. 기생충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됐다. 시즌2의 마지막에 ‘생사초엔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한 대사도 확장성을 위한 것이다. 외국에서 들여온 것 때문에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처럼 누가 이 땅에 가지고 들어온 것인가, 원래 생사초는 어떤 생태를 가진 풀일까, 진짜 생사초에 알을 낳는 기생충은 무슨 성충일까 하는 질문들이 이어진다. 그런 비밀들이 구체적으로 시즌3에서는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그 뒤엔 세부사항이 아이디어를 뒷받침했다. 특히 생사초의 1차 감염자, 2차 감염, 3차 감염까지 세밀하게 반응이 달라지는 것도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저희는 1차 감염자, 2차 감염, 3차 감염으로 이야기를 했었다. 생사초를 살린 이유는 1차 감염자를 보여주기 위함이었고 1차 감염자에게 물린 사람은 좀비가 안 되고 끙끙 앓다 죽는다. 그게 시즌1에서 시신으로 변했던 애다. 그 애를 끓여서 먹기 시작하면서 3차 감염이 된다. 생사역이 살아있는 사람을 조금만 먹고 가는 것은 살아있을 때 물어서 달려드는데, 숨이 끊어지고 나면 관심이 사라지면서 다른 쪽으로 간다고 생각했다. 생사역의 감염 변화 때문에 저희 작가실에서도 혼란스러워했다. 그래서 서비(배두나)가 병상일지에 정리하는 부분을 넣었다.”

노모를 먼저 떠나보낸 안현대감(허준호)은 삼베로 만든 상복을 입는다. 이창과 궁궐 내 사람들 또한 왕이 죽어 넋을 기리기 위해 상복을 입었다. 반면 중전은 상복을 입지 않고 대리복으로 강렬한 색채를 드러내는데, 이 역시 김은희 작가의 속뜻이 있었다.

“우리가 백의민족이라고 하는데, 너무 많은 아픔이 있어서 백의 민족이지 않을까 하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너무나 큰 죄책감을 가진 사람들이고 노모가 전란 때 돌아가셨을 수도 있으니까 안현대감의 상복은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복합적인 표현이었다. 이창은 왕이라서 상복을 입기도 해야 했지만, 한양성에 들어갈 때는 상갓집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있었으면 했다. 당연히 상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전이 대례복을 입는 이유는 체제의 억눌림이 있었던 사람이고, 권위를 잃지 않고 빼앗기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죽을 때까지도 적자의 엄마로서 죽겠다는 의미로 입혔는데 감독님께서 잘 구현해주신 것 같다.”

한양성으로 들어간 이창과 일행들은 궁궐 내 문을 걸어 잠그고 생사역 소탕에 돌입한다. 시즌1에서는 궁궐 내 생사역의 시작으로 그려진 후원 물밑 시체들을 표현했다. 이어 시즌2에서는 이창과 일행들이 생사역과의 싸움 종식을 후원에서 한다. 생사역의 시작과 끝을 후원에서 한다는 점에서 수미상관 구조를 떠올릴 수 있으나 김은희 작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욕심 같아서는 시즌1의 후원이 마지막이었으면 했는데, 제작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러질 못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후원에서 찍은 게 아쉽기는 하지만 수미상관 보다는 많은 죄악의 결과가 가라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궁궐에서 좀비가 창궐한다면 그게 가장 마지막이어야 했지 않았을까 싶어서 후원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했다.”



시즌1에선 배고픔에 근간을 두고 시작했기에 좀비들도 본능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신분계급을 떠나 배고픔에 굶주려 정신을 잃은 모습으로 혼란스러움을 자아냈다. 이번 시즌에서는 배고픔에서 더 나아가 슬픔이 짙게 느껴진다. 어제의 동료, 가족이었던 사람들이 생사역으로 변해 완전히 사망케 하는 모습, 궁궐 내 생사역 전쟁 이후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는 모습은 쓸쓸함을 가져온다.

“‘킹덤’을 처음부터 기획할 때부터 좀비들을 보면 슬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의 인연이 다음날엔 공포를 느껴야 하는 생각이 들면 힘들지 않을까. 시신들을 태우는 장면에선 끝났다는 안도감과 내 이웃이 불태워진다는 슬픔 등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조학주는 권력을 잡은 사람이지만 권력을 잡고 있어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모습, 핏줄과 혈통을 따져 가면서도 뭘 잡고 싶어 했을까 하는 허망함이 들었을 것 같다.”

시즌2의 마지막 회, 마지막 부분에서 전지현이 등장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한다. 얼핏 보기에도 조선인의 모습은 아니기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은희 작가는 전지현이 맡을 역을 살짝 알려주며 기대감을 높였다.

“전지현의 배역은 여진족 여인이다. 굉장히 몸을 잘 쓰는 여전사 같은 느낌이 있는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전지현 씨가 안 할 것 같은데 한다면 가장 적격일 것 같아서 혹시나 말씀을 드렸는데 흔쾌히 받아주셔서 너무 행복했다. 시즌3가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하게 된다면 전지현 씨의 역은 시즌을 이끌어왔던 주연들과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시즌3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으나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며 큰 포부를 드러냈다. 김은희 작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킹덤3’를 포함해 현재 작업 중인 드라마 ‘시그널2’, 전지현이 출연하고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지리산’도 함께 글을 써나가야 한다. 김은희 작가의 작품들이 매번 신선하고 전에 보지 못한 스토리라인으로 시청자에게 기분 좋은 충격을 주는 이유엔 ‘새로움’이 근간에 있었다. 이는 ‘킹덤3’을 비롯해 김은희 작가의 새 작품이 더욱 궁금해지고 기대되게 만든다. 김은희 작가의 새 작품을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저는 ‘킹덤’으로 다 하고 싶다. 이 세계관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킹덤’의 세계관을 가진 영화, 연극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고 싶은 건 많은 것 같다. 시즌3 대본은 아직 비밀이지만 어느 정도 정리는 해나가고 있다. 사실 아직 시작은 하지 않은 상태지만 내 마음 속에는 2부 정도는 구성이 끝나있는 상황이다. 매번 집필할 때마다 ‘이게 내 전작보다 새로웠나’하는 고민을 한다. 또 다시 정체되어 있지는 않을까, 조금 더 새로운 드라마, 조금 더 새로운 영상물로 만나 뵙고 싶다. ‘새로웠어’하는 것에서 재밌기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새롭다고 기억을 해줬으면 좋겠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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