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좀 보실래요’ 서하준 “철없는 이진상, 행동의 이유 찾으려 노력” [인터뷰]
입력 2020. 05.07. 18:06:06
[더셀럽 김지영 기자] 3년 전 고배를 마셨던 배우 서하준이 달라졌다.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몸과 정신을 다잡고 드라마 ‘맛 좀 보실래요’ 이진상으로 변신했다. 철없고, 얄미운 캐릭터지만 시청자들의 웃음을 담당하면서 다음 작품을 기약했다.

최근 종영한 SBS 일일드라마 ‘맛 좀 보실래요’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다룬 유쾌 발랄 가족 통속극. 서하준은 극 중 철딱서니 없고 법대생이었던 이진상으로 분했다. 가정을 이끄는 아내 강해진(심이영)을 두고 정주리(한가림)와 외도를 하면서 시청자의 분노를 터트리고, 극의 말미에는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지난 2016년 MBC 드라마 ‘옥중화’ 이후 좀처럼 활동을 하지 못했던 서하준은 윤류해 감독과의 인연으로 ‘맛 좀 보실래요’에 합류하게 됐다.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잠시 휴식을 취했던 그는 두려움과 우려는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서 이진상을 준비해나갔다. 첫 촬영 직전 급하게 합류하게 돼 조바심과 걱정이 상당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갔다.

“처음부터 준비를 하고 들어갔던 것은 아니었다. 대본에 나온 대로 하는 게 최선이었다. 제가 미혼이라 결혼한 이진상이 하는 행동들을 지금까지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것이지 않나. 참고할 수 있는 작품도 없었다. 외도를 한 남편을 참고하는 것보단 인간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는 게 사람 본질에 대한 인간미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대본에 나온 대로 충실했다.”

이진상의 진상 같은 짓이 납득되는 이는 많지 않을 터다. 서하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진상의 행동을 이해하고 행동의 이유를 찾아야 연기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계속해서 대본을 들여다보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때서야 이진상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유를 찾지 못하면 연기를 하면서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연기가 어색하다. 장편 드라마의 시스템 안에서 인간적인 이유를 찾아야했다. 이진상은 소위 말하는 철이 없고, 생각이 미흡하고 경험이 없다. 이진상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들을 찾아봤다. 하지만 시청자를 납득시키기에는 힘들 것 같고, 저도 쉽게 될 생각은 없었다. 그건 욕심이라고 생각했고. 그럴 만한 이유가 필요한데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웃음)”

이진상의 행동 자체에서 이유와 공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느꼈다. 사실 이진상은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내기 위한 인물이 아니기에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어려웠을 터다. 이 때문에 서하준은 감독에게 어려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나누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이진상에게 몇 번의 변환점이 찾아온다. 어느 점에서 이유를 찾아내야할지 모르겠어서 ‘어느 정도까지 납득을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하면 보여질까요’ 하면서 질문을 했었다. 감독님은 제가 질문하면 함께 고민을 하거나 뱡향을 제시를 해주기도 하신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맛 좀 보실래요’의 세계관에서 마침표를 찍고 연기를 하는 건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고, 가능성은 열어놓고 연기를 하는 부분들이 많은 소재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드라마의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영원히 철들지 않을 것 같던 이진상도 정신을 차린다. 이야기의 전개 상 철이 들어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를 연기하는 서하준에겐 또 다른 고비였다. 철을 드는 이유를 찾아야했기 때문이다.

“이진상이 정신을 차리게 되는 자극점은 강해진(심이영)이다. 드라마에서 사건을 만든 것은 저고 경험하는 것은 강해진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충격을 받는 건 해진이가 옳다고 보는데, 진상이가 어떠한 이유로 마음을 다잡게 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가장 근본적인 것은 가족이었다. 집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아버지와 동생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진상이어도 정신을 차려하는 게 맞다.(웃음)”

이진상은 정신을 차린 뒤 한 없이 가벼웠던 분위기에서 신중한 성격으로 바뀐다. 또한 가볍고 높은 톤의 목소리로 말을 하던 것과 달리 중후하고 점잖은 톤으로 상대방에게 행동을 대한다. 특히 강해진이 오대구(서도영)와 만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난 뒤 양가적인 마음을 내면으로 표현한다. 이는 강해진을 데려다주겠다고 말하자마자 오대구가 다가와 강해진을 데려갈 때 여실히 드러난다.

“정말 많은 감정이 들었다. 진상이가 어느 정도 해진이에 대한 미련이 존재했을 것이고, 해진이를 다시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마침 오대구라는 인물이 등장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오대구가 대신 하는 것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 아쉬움과 자신의 주장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강해진을 향한 남아있는 애정이라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컸지 않았을까. 아마 옛날의 진상이었다면 ‘왜요?’ 했겠지.”

서하준은 닮지 말아야 하는 이진상에게 이전부터 원했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고민이 끝없는 자신과 달리 단순 명료한 이진상의 성격을 오히려 배우고 싶다고. 그는 “생각 없는 여자 관계가 아니라 일차원적인 생각”이라고 웃으며 강조했다.

“이진상은 어느 정도 생각을 내려놓고 가볍게 생각할 줄 안다. 요새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에게 생각을 비우라는 콘텐츠가 많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진상이는 거리낌이 없다. 그건 배우고 싶은 점이다. 저는 고민이 많은 스타일이고 생각이 많아지면 머리를 비우기 위해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한다. 그런데 이진상은 다시 고민하고 후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가족까지 이렇게 되고 시간에 대한 후회는 있지만 툭툭 내뱉는 말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일상생활에서 긍적적으로 이용한다면 오히려 좋지 않을까.”

서하준은 가족과 부부관계에 대해 사실적으로 코믹하게 담은 ‘맛 좀 보실래요’ 속 이진상으로 분하면서 배우자의 방향성을 다잡기보다는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하는 기준이 생겼다. 그는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마음에 새겼다고 밝혔다.

“진상이에게도 배울 점은 있을 것이다. 세상에 어떤 것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진상을 보면서 ‘여자 가슴에 못은 박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힘들지 않나. 사실 전 좋아하면 한 없이 빠져들고 천방지축이 될 때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건 있는 것 같은데, 유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2008년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로 데뷔한 서하준은 어느덧 12년차 배우가 됐다. 과거에 비해서 지금 성장한 부분은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었다. ‘어렸을 때 최대한 많이 실패해봐라’라는 문구처럼, 크고 작은 굴곡들이 지금의 연기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서 한, 두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실패를 많이 해봐야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많은 실패들이 나중에는 도움이 되더라. 아직 제가 이렇게 됐다는 말을 할 위치는 아닌 것 같지만.(웃음) 끝없이 실패했던 게 제 연기 생활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어느덧 2020년도 하반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5월까지 이어져 온 ‘맛 좀 보실래요’ 작업을 마친 서하준은 새로운 작품을 만나기 위해 또 다시 달릴 예정이다.

“남은 2020년은 알차게 보내야하지 않을까. 좋은 계획은 작품을 하나 더 하는 것인데, 아직 확정이 난 것은 없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맛 좀 보실래요’가 끝났으니 진상이를 떠나보내고 그럼 또 백지 상태로 보내야하겠지. 백도화지가 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게 다음 작품을 위한 가장 좋은 준비인 것 같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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