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박선영 “안쓰러웠던 고예림, 한동안 마음에 남을 듯” [인터뷰]
입력 2020. 05.26. 17:29:21
[더셀럽 김지영 기자] 최근 가장 큰 화제성을 몰고 온 ‘부부의 세계’가 박선영을 다시 주목시켰다. 그의 내공과 진가를 다시금 확인시킨 ‘부부의 세계’ 속 고예림은 더 없이 소중한 존재였으며 그만큼 힘들기도 했던 시간들이었다. 박선영에게 고예림은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는 애증이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배신으로 부부의 연이 끊어지게 되면서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화목했던 지선우(김희애)와 이태오의 가정이 무너지게 되는 과정을 담는 동시에 이태오로 하여금 결국 피해를 입는 여다경(한소희) 그리고 또 다른 부부 고예림(박선영), 손제혁(김영민)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손제혁의 요구로 인해 딩크부부 생활을 했던 고예림은 항상 외로움에 사무치는 인물이었다. 손제혁은 회계사라는 직업의 이유로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은 허다했고, 이를 빌미로 이전부터 내연녀와 깊은 관계를 이어왔다. 이로 인해 고예림은 남편의 차량에 GPS를 달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그를 기다리며 항상 초조했다. 심지어 손제혁은 고예림의 외로움을 알면서도 아이를 갖자는 제안에 “외로우면 개를 키워”라는 막말로 고예림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누구보다 가정을 지키고 싶었던 고예림은 지선우와 손제혁의 관계에도 부부관계를 유지했다. 결국 이태오와 이혼하며 혼자 산다고 고한 지선우에게 자신은 그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고예림도 결국 무너지고 만다.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손제혁을 보면서도 계속해서 의심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스스로를 보면서 결국 질긴 부부의 끈을 놓게 된다.

박선영은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고예림을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 극 초반 지선우의 등장으로 달라지는 손제혁의 태도를 알아차릴 때, 지선우의 고백으로 호텔방에서 초조하게 손제혁을 기다리고 있을 때, 손제혁의 외도를 직면했을 때, 남편에게 진심을 털어놓을 때 등 눈빛과 말투로 정확하게 감정표현 해 시청자의 몰입을 도왔다. 이는 ‘부부의 세계’가 지선우와 이태오 그리고 여다경의 관계에만 집중한 것이 아님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른 유형의 부부가 무너지게 되는 상황을 나타냈다.



박선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2년 만에 안방극장 시청자와 만났다. 출연 결정을 앞두고 접한 ‘부부의 세계’ 대본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머리카락 한 올로 시작되는 의심이 결국 확신이 되는 과정을 1화만에 모두 담은 것과 그 이후에도 주저함 없이 거침없이 질주하는 전개 때문일 터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1화에서 ‘아니 이렇게까지 한다고?’ 2화에선 ‘이거 뭐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점점 회를 거듭할수록 매회가 엔딩이란 말이 있듯이 저도 책을 보면서 무조건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고예림은 극 초반 이태오의 외도를 모른 척 지선우에게 티를 내지 않는 행동들로 속셈을 갖고 있는, 미스터리하다고 느낄 수 있을 터였지만 이는 오히려 남의 가정사에 낄 수 없는 평범한 상황으로 비춰졌다. 박선영 또한 “처음에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매회 책을 받아보니 그게 아니었다”며 좀 더 명확하게 캐릭터를 구축해 고예림을 만들어나갔다.

이는 수년간 남편의 외도를 참고 모른 척하면서 혼자 괴로워하는 장면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어진다. 다른 속셈 혹은 꿍꿍이를 갖고 있었던 게 아닌, 자신 또한 상당히 힘든 시간들을 겪어왔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고예림은 티내지 않고 계속해서 참는다.

“남편의 차가 호텔 주차장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도 외도를 눈감아주는 걸 보며 안쓰러웠어요. 예림이는 다 혼자 참고, 참고 참는 아이었거든요. 이겨내지도 못 할 거면서 그 상황을 이기려고 하는 예림이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손제혁의 외도를 알고 있음에도, 손제혁과 하룻밤을 보냈다는 지선우의 고백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고예림도 결국 무너지고 만다. 그는 손제혁이 노력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지만, 새로운 내연녀가 도발해 그간의 화가 터지고 만다. 뒤늦게나마 아이를 갖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아 사이좋게 검사를 받던 중 내연녀의 연락으로 고예림은 잠수를 타고 별거를 제안한다.

“고예림이 터지는 장면에선 ‘사이다’였어요. 너무 좋았죠. 예림이는 끝까지 참으려다가 결국 터지게 되는 것이잖아요. 예림이의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후 손제혁은 고예림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느끼고 이전과 달라진 행동들을 보여준다. 심신이 무너지니 집안의 상황도 여의치 않은 고예림을 대신해 손제혁이 집안의 청소를 하며, “없어보니 소중함을 알겠더라”는 자신의 깨달음을 몸소 표현한다. 그럼에도 그간의 일들로 손제혁에게 상처를 받았던 고예림은 여전히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고 불완전한 정신임을 알아차린 뒤 남편에게 고백한다. “내 마음이 지옥”이라고.

“개인적으로는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이었어요. 결국 그 관계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털어내는 장면이었는데 많이 슬펐어요. 이 친구로 7개월을 살았는데 그 감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느낌이었거든요.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어요.”

끝끝내 손제혁과의 관계를 놓은 고예림은 이전과 달라진 생활로 본래의 모습을 찾았으며 손제혁은 새로운 연인을 만났음에도 고예림이 좋아했던 티라미수 케이크를 보면서 그를 그리워한다. 박선영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고예림을 보고 속으로 응원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결국 이혼을 하게 되는 것도 속 시원했죠. 예림이를 응원했어요. 자기의 길을 찾아 떠나는 예림이에게 ‘그래 꼭 잘 살아야 한단다. 예림아’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고예림과 손제혁의 결말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예림이는 그래야 행복할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예림이가 승자’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었어요. 하지만 제혁이는 새로운 아내와 새 삶을 살지만 예림이와 살았을 때와 똑같은 남자 일 것 같아요.”



7개월간 고예림으로 분했던 박선영에게 ‘부부의 세계’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1995년 연극 ‘파우스트’로 데뷔해 그간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부부의 세계’는 더없이 특별한 의미로 남는 작품이 됐다.

“배우가 이런 드라마를 만나는 건 행운이죠.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했던 것 같아요. 게다가 말도 못할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니 뭐 더 할 나위 없죠. 그리고 이 캐릭터에 무척 마음이 갔어요. 애증이라고 해야 하나. 많이 고민하고 애쓰고 배우고, 울고 웃고…. 한동안 마음에 남을 거예요.”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JTBC '부부의 세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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